5천만원으로 지은 17평 집, 문추헌
써니빌개발자
카페매니저
이 집은 다수의 미디어에서 이미 다룬 집입니다. 건축가 서현이 설계한 집인데, 일반적으로 이렇게 규모가 작고 예산도 적은 집은 정식으로 건축가가 설계하는 경우를 찾아 보기 쉽기 않습니다. 이 집을 짓기 위한 예산이 5천만원 이었는데 정식 건축가가 설계를 한다면 설계비만 최소 2천만원이 넘으니 이 크기의 집을 짓자고 건축주가 설계비를 부담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건축주는 요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로 오랫동안 봉사활동을 해왔고 그 인연으로 건축가를 알게되어 건축가가 무료로 설계를 해 준 경우에 해당합니다. 건축비도 너무 적게 책정되어 있어서 짐작키로 건축회사도 거의 아무런 이윤없이 작업을 했다고 짐작이 됩니다.
사진에서 보이듯이 이집은 노출 콘크리트집입니다. 거푸집을 떼낸 자국이 그대로 보입니다. 심지어 거푸집 작업시 사용되는 폼타이 조차도 일부분은 제거하지 않고 놔뒀습니다. 해가 비칠때 폼타이가 만들어 내는 그림자 효과를 감안한 것이라 합니다. 노출 콘크리트를 선택한 이유는 미적인 요소도 있겠지만 저예산을 감안하면 아무 마감도 안하는 것이 가장 저렴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노출 콘크리트 상태로 마감을 하려면 거푸집을 만드는 자재의 재질과 거푸집을 짜 맞추는 형태등에 대한 고민을 미리 해야 합니다.
거푸집의 질감과 교차하는 부분의 빈틈이 만들어내는 자국이 그대로 누출되기 때문입니다. 거푸집의 배치가 곧 마감 디자인인 셈입니다.
원래 처음 생각은 외장으로 벽돌을 쌓으려고 했었는데 건축주가 내부 벽지 마감은 싫다고 하여 외부에 쌓을 벽돌을 내부 마감재로 쓰면서 외벽은 자연스럽게 노출 콘크리트가 되고 내부는 벽돌 마감으로 결정되었다고 하는데 이 결정이 결론적으로 이 집의 내,외부 모습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요소가 됩니다.
노출콘크리트를 선택했기 때문에 단열은 필연적으로 내단열을 선택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사진은 내부에 단열재를 붙이고 그위에 벽돌을 쌓는 방식으로 내부 마감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지붕은 사진이 없는데 경사 1% 정도의 평지붕이고 우레탄 방수로 마감되었습니다.
이집의 또하나 독특한 디자인은 벽체와 지붕을 연결해서 뚫은 창문입니다. 천창과 벽체 창이 연결되는 구조인 것입니다.
이런 디자인을 하게 되면 천장과 벽체가 만나는 부분은 창틀 밖에 없기 때문에 단열에 아주 취약한 구조가 됩니다. 이부분을 건축가가 건축주에게 설명을 하면서 결로가 생겨서 물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천창을 빼자고 하니 건축주가 "물이 떨어지면 닦으면 되지 않겠느냐?"는 현명한 답(?)을 해줘서 그대로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결로를 각오하고서라도 천창을 원했던 것입니다.
평면도입니다. 현관이 집 뒷쪽에 있는 구조이고 작은 침실, 거실과 주방이 연결된 공간, 화장실이 전부입니다. 방과 화장실 위쪽으로 다락방이 하나 있습니다.
사진에 다락방으로 올라가는 사다리가 안보이는데 좌측에 이동식 나무 사다리를 놓을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실내 내장 마감으로 사용된 구멍뚫린 벽돌을 이용하여 다락방 칸막이 벽을 만들었기 때문에 다락방에 불을 켜면 이 구멍으로 빛이 새어 나오는 광경을 볼 수 있습니다.
공정별 건축비입니다. 지하수, 정화조, 개발행위, 가스필증 까지 모두 포함된 비용입니다.
공정별 시공비(원)
골조공사 : 11,846,000
적벽돌 조적공사 : 7,200,000
미장 공사 : 2,700,000
목공사 : 9,630,000
도배 및 장판 : 1,500,000
전기공사 및 등기구 : 2,000,000
타일 및 위생도기 : 1,875,000
창호 공사(싱글 포함) : 5,625,000
싱크대 및 신발장 : 4,000,000
장비 및 설비비 : 2,775,000
잡자재 : 2,815,000
기타공사 : 700,000
지하수 : 2,000,000
정화조 : 500,000
기름보일러 : 1,000,000
개발행위 : 1,000,000
가스필증 : 3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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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계 57,466,000
3.3㎡(1평)당 약 345만원
평당 345만원이 들었는데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이런 공사비는 건축회사가 거의 아무런 이윤없이 작업한다는 가정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판단되므로 참고 하시기 바랍니다. 즉 현실적으로 이런 비용으로 공사해 줄 업체를 찾기는 쉽지 않다는 이야기 입니다. 공사비에서 눈에 뛰는 부분은 창호비용입니다. 전체공사비의 10% 정도가 창호비용으로 사용되었는데 이것은 천창과 벽체 창호가 연결되는 부분, 큰 거실창등을 단열을 고려하려 고급자재를 사용했기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설계와 디자인을 통해서 공사비를 절약한 부분을 보자면, 외장을 노출 콘크리트를 택함으로써 벽체, 지붕 외장 마감 비용이 완전히 생략되었고, 실내도 벽돌마감 하나만 적용함으로써 마감 비용이 절약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창호와 가구등은 오히려 일반적인 저예산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고급제품을 사용한 것도 눈에 뛰는 부분입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서 저예산이지만 결코 싸보이지 않는 집을 만들어낸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 집의 설계와 공사과정에 대해서 건축가의 고민과 생각들을 볼 수 있는 책이 출간되어 있습니다. 효형출판에서 발간한 "내 마음을 담은 집" 이라는 책인데 여기서 소개한 문추헌 외에도 서현 건축가가 설계한 독특한 3채의 작은집 설계와 건축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책입니다. 작은집 건축 설계에 대한 컨텐츠가 거의 전무하다시피한 국내 건축시장에서 보기 힘든 책입니다. 전원주택 건축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볼만한 책이라 생각됩니다. 특히 건축가 입장에서 어떤 고민들을 하는지 엿볼수 있는 좋은 책입니다.
여기서 사용된 모든 사진들은 출판사가 제공해 준 것 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