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스티그마로 일군 침식의 혼이여
너의 능선이 피그말리온의 톱질보다 능란하구나.
쓰나미의 음모에 등짝이 찔리기도 했으리라. 빼뚜름한 달빛이 바람을 거꾸러뜨리기도 했으리라.
자지러지는 절벽에는
생때같던 함성이 머리를 처박고 산화하는데 파도의 주술만은 살아남아 내 귀에 처얼썩 꽂히네. 부르르 몸서리를 치네.
늙푸른 해거름이 노을에 미어지고
마지막 유턴 신호에게 덜미까지 잡혀 돌아서려는데
해안선의 랩소디가 발목을 휘감고 올라오는구나.
2
네 비석에 여장을 푼
퇴적어의 굴곡을
나는 끝내 해독하지 못했다네.
-비련 따위는 휘모리장단에 삭혀야 했습니다.
설렘 따위는 비티아즈 해연에 감추어야 했습니다.
풍화로 조각한 석회암척추에 땅거미가 일렁이면
태고의 원시림은
뒤집어진 물거품을 밟고 뜬눈으로 곧추설 것이리라.
수천만 리 바다 적막을
허이옇게 두드려 깨울 것이리라.
* Great Ocean Road: 호주 남동부 약 300㎞에 이르는 해안도로. 풍화작용으로 인해 침식된 기암 절벽은 모든 이를 압도시키기에 충분하다. 수많은 굴곡으로 이루어진 해안선은 수려하고 장엄하기 그지없으며 소위 말하는 12사도상은 가히 절창이다.
첫댓글 태곳적 순수 절경 앞에서 마침내 갈라테이아가 되셨군요..
행간의 벅찬 감동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딸이 퀸즐랜드에서 유학할 때 가보고 싶은 곳이었는데~
부럽습니다..
제 졸필로써 이곳을 범한다는 자체가 넌 센스도 아니죠. 헬리콥터를 타 보기도, 트레킹을 해 보기도...
그야말로 장님 코끼리 만지기였지요.ㅎ
호주는 숨 막히는 데가 많더군요. 따님이 무척 부러워요.
2012년. 지금은 어찌되었나요. 파도가 한 사도를 영원히 모셔갔는지.
1년에 2센티미터씩 침식된다더군요. 세월에 부대끼는 우리네 인생처럼......
견해차가 있습죠만, 이미 5~6 사도는 보쌈을 당했고요.ㅎ
상상만 해도 절경이군요.
정말 가보고 싶어요~
죽기 전에 꼭 보아야 할, 절경 중의 하나라는 논평에 긴가민가했지요.
실제 마주 서 보니 그 논평에 배신감이 일지 않아 오히려 당황했지 뭐예요.ㅎ
쓰나미의 음모에 등짝이 찔리기도 했으리라.
빼뚜름한 달빛이 바람을 거꾸러뜨리기도 했으리라.
자지러지는 절벽에는 생때같던 함성이 머리를 처박고
산화하는데 파도의 주술만은 살아남아
항상 핵심을 콕 집어 주시는 천사님~
오늘도 한 수 배우고 갑니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 ㆍ이름부터 멋지네요ㆍ제 살을 깎아 만든 길이겠죠 ㆍ
오 전율~맞아요.
희생과 인고의 세월, 모든 모성애를 능가하는 메타포가 녹아 있더군요.
언제나 한번 가볼까요. 절경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네요.
코로나 돌아가시는 날 곧 오겠지요~
여행이 우리를 떠난 뒤 어디서 여행을 하고 있는지요...
해안선의 랩소디가 귓전에 부서지네요.
바다에 맞선 12사도의 모습,
보지는 못했지만 백령도 두무진이 생각나는 절경이네요.
파도가 야속하더군요.
말만 듣던 백령도 도무진, 한번 가 보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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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바로 그거였어요.
아~주술도 가물가물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