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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한인타운 윌셔와 노먼디 인근 교차로. 새로운 아파트가 개발되면서 LA한인타운에 타인종 거주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김상진 기자 |
임대료 상승 거주자 변화
'한인타운 정체성' 고민 필요
교통·치안 문제 등도 우려 LA한인타운의 개발붐은 외관만 바꾸는 것이 아니다. 거주 인구의 인종 구성은 물론 비즈니스, 교육 등에도 변화가 불가피하고 교통 정체, 젠트리피케이션, 치안 문제 등의 부작용도 우려된다.
인구변화 새로운 아파트 개발이 가속화되면 이는 인구 구성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센서스 자료 등을 보면 현재 LA한인타운 거주 인구의 53.5%가 라티노며, 한인을 포함한 아시안이 32.2%다. 이밖에 백인이 7.4%, 흑인이 4.8%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아시안의 절대 다수는 한인이다.
하지만 앞으로 라티노 인구는 감소하고 백인 인구가 증가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신축 아파트의 렌트비가 너무 높아 한인 및 라티노들이 입주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신축 아파트의 렌트비는 1베드룸이 2000달러, 2베드룸은 3000달러 이상이 대부분이다. 기존 아파트에 비해 30~50% 이상 비싸다. 하지만 2015년 기준으로 LA한인타운의 중간 소득은 3만6818달러. 아파트 렌트비로 월 2000달러 이상을 부담하는 것은 불가능한 소득이다.
실제로 유입 인구를 보면 백인, 중국인 등이 많다. 한 아파트의 분양 매니저는 "초기에는 한인, 중국인들이 많이 입주했지만 최근에는 백인, 흑인 등 다양한 인종들이 들어오고 있다"며 "웨스트LA에서 이주하는 젊은층들도 많다"고 전했다.
기존 아파트 렌트비도 동반상승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싼 렌트비를 찾다 점차 외곽으로 쫓겨나는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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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셔길에 지난해 오픈한 할랄푸드 체인점 더 할랄 가이스 실내 전경. LA한인타운을 찾거나 거주하는 타인종들이 늘면서 이들을 겨냥한 비즈니스 오픈도 증가하고 있다. 김상진 기자 |
더욱이 우버와 같은 차량 공유 서비스가 보편화되면서 주자창 없는 아파트조차 렌트비가 오르는 상황이다.
자동차 없이 생활한다는 마이클 최씨는 "타운내 직장이 있어 차없이 지내도 불편한 점을 못 느끼고 있다"며 "그래서 주차장없는 아파트를 렌트했는데 막상 입주해보니 나같은 사람들이 많다. 렌트비도 과거에 비해 많이 올랐지만 여전히 싼 편이라 입주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원동석 부동산법 전문 변호사는 "최근의 개발붐은 차량 공유 서비스 등 새로운 경제 흐름과 맞물려 LA한인타운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라며 "이제는 LA한인타운의 정체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비즈니스 변화 인구 변화는 상권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타인종, 특히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젊은층 거주자가 증가하면서 이에 맞는 비즈니스들이 뜨고 있기 때문이다.
6가와 버질에 넥스트 온 식스를 개발한 센추리웨스트파트너스의 스티븐 파인필드 대표는 올해 아파트 공개행사에서 "LA한인타운은 LA의 실질적 중심이 되고 있다"며 "한인 뿐만이 아니라 웨스트LA, 다운타운 등지에서 새로운 거주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타운 업소들은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업주들에게는 새로운 기회이자 위기이기도 하다.
비즈니스 구성도 달라지고 있다. 한인 고객만을 대상으로 하는 업소는 상대적으로 줄고 있고 타인종까지 겨냥한 업소들이 많아지고 있다. 특히 타인종이 타인종 고객을 겨냥한 비즈니스도 생겨나고 있다.
6가와 노먼디 인근 '히얼즈 루킹 앳 유'(Here's looking at you)의 조나단 와이트너 총주방장은 "LA한인타운은 LA 엔터테인먼트의 중심지가 되고 있다. 이 때문에 한인타운에 식당을 오픈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문제점인구가 늘고 환경이 달라지면서 교통,치안 문제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관계자들은 전망하고 있다.
▶교통
현재도 타운의 교통 정체 현상은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서 거주자가 2만 명 이상 늘어나면 한인타운은 LA 지역에서 최악의 교통 정체 현상을 겪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더욱이 상권이 확대되면 방문자들도 더욱 늘어 교통 악화를 부채질할 것이다. 결국 중장기적인 교통 개선 정책이 수반되지 않으면 ‘교통지옥’이라는 불명예를 얻을 가능성도 있다.
▶주차
타운내 주차장 부족 현상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일부 아파트 거주자들은 인근 오피스 빌딩의 주차공간을 임대하고 일부 상가나 오피스 건물 주변은 24시간 내내 빈 주차공간을 찾기 힘들어 인도에까지 주차할 정도다. 하지만 대부분의 개발 예정지들이 현재 주차장으로 사용중인 곳에 집중돼 있어 앞으로 주차 공간은 더욱 줄어들 게 뻔하다. 결국 주차료 상승으로 거주자와 업소들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
▶치안
거주자 및 방문객이 급증할 경우, 범죄발생에 제대로 대처하기가 어려워진다. LAPD 경찰 노조인 LAPPL의 크레이그 랠리 위원장은 경찰 순찰 인력 부족으로 LA시 전체로도 순찰 횟수가 줄고 긴급상황시 경찰의 대응 속도가 지연되고 있다고 지작하기도 했다.
▶젠트리피케이션
LA위클리뉴스는 지난해 UCLA러스킨스쿨이 공개한 젠트리피케이션 지도를 토대로 LA다운타운과 한인타운을 비롯해 곳곳에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집주인들이 아파트 세입자로 전락하고, 아파트 세입자들이 거리로 쫓겨나는 악순환의 고리가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인타운의 경우 남북으로 8가~샌마리노가, 동서로 뉴햄프셔~켄모어 애비뉴가 20년 이상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이뤄진 적색 지역으로 분류됐다.
젠트리피케이션이란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에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유입되면서 그 지역의 저소득층 원주민들이 도심 주변으로 몰리는 현상을 말한다.
과제는인구 구성이 변하고 상권이 바뀌면 LA한인타운의 정체성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실제로 뉴욕이나 시카고의 경우, 기존 한인타운이 상당부분 와해됐으며, LA다운타운 북쪽에 위치한 재팬타운도 일본인 거주자와 업주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결국 LA한인타운도 이러한 과정을 겪을 수 있다. 따라서 코리아타운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느냐, 아니면 재팬타운처럼 코리아타운이라는 이름만 유지하느냐가 관건이다.
정체성 유지에 가장 중요한 것은 부동산이다. 맨해튼이나 시카고 경우 한인타운 부동산의 한인 소유 비율이 높지 않았던 것이 상권 축소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반면, 차이나타운는 중국인들이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기에 상대적으로 정체성을 지키는 데 수월하다.
그동안 한인타운의 성장에는 한인들의 부동산 소유가 큰 역할을 했다. 따라서 개별 한인 투자자들은 물론 제이미슨프로퍼티스와 같은 대형 한인 부동산 투자업체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남가주한인부동산협회 마크 홍 회장은 "인종별 커뮤니티를 보면 부동산을 보유한 커뮤니티와 그렇지 못한 커뮤니티는 정체성에 큰 차이가 난다"며 "가격이 올랐다고 한인들이 부동산을 팔고 나가버리면 결국 한인들이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이렇게 되면 장기적으로 한인 커뮤니티는 와해될 수밖에 없다. 후손을 생각해서라도 이번 기회를 발판으로 한인타운을 더욱 발전시키고 정체성을 공고히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현우·진성철 기자, 정현욱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