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학업성취에 대한 욕심
장성숙/ 극동상담심리연구원, 현실역동상담학회
blog.naver.com/changss0312
부모가 중학생 아들을 마치 죄인을 끌고 오듯 데리고 왔는데, 아들의 표정은 뿌루퉁해 있었고 아버지는 노기등등한 자세였다. 내용인즉, 부모가 아들의 교육을 위해 교육환경이 좋다는 목동으로 이사하느라 외곽에 있는 집을 팔아 목동에 전셋집을 구했다. 그러고 나자 집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이만저만 손해를 본 게 아니었다. 그렇더라도 아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면 위로가 되겠는데, 도리어 아들은 전보다 공부를 소홀히 하며 게임에만 몰두했다. 그러다 최근에는 학원에 간다며 거짓말하고는 다른 곳에 가버리자, 아버지는 아들을 폭행했다. 그러자 아들은 가출하였고, 부모는 그 아들을 찾아와 내게 데려와 버릇을 고쳐달라고 하였다.
아들이나 아버지 모두 퉁퉁 부어있는 상태이고, 어머니는 지쳤다는 듯이 무표정한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어머니에게 말을 붙이는 게 원활할 듯하여 이런 지경에 이르러 마음고생이 컷겠다고 말을 건네자, 그녀는 남편이 너무 애를 몰아세운다며 말하다가 감정이 북받치는지 왈칵 눈물을 터트렸다. 그러자 남편이 부인을 향해 냅다 소리쳤다.
“애가 저 지경에 이르도록 방치해 놓고 내게 그따위로 말을 해?”
남편이 이렇게 아내를 몰아붙이자, 아내는 찔끔하였고 아들은 익숙하다는 듯이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렇게 해 부부싸움으로 상황이 험악해질 것 같아 나는 아들에게 잠시 나가 있으라고 하고는 남편에게 불만이 뭐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어미로서 아들 학업에는 도통 신경도 쓰지 않다가 운동한답시고 배드민턴이나 치러 다녀 놓고 내 탓을 하니 성질이 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이러한 말에 나는 그 부인에게 그게 사실이냐는 듯이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 부인은 이렇게 말했다.
“남편이 일한다며 매일 밤늦게나 들어와서는 아들만큼은 좋은 학교에 보내야 한다고 난리 치는 통에 제가 우울증에 걸렸어요. 그것을 극복하고자 배드민턴을 치러 다녔는데 살만하더라고요. 그래서 사람들과 어울리며 대회에 나가기도 했는데, 그것을 가지고 무슨 일만 생기면 나를 죽일 듯이 몰아붙여요”
이런 식으로 그들은 내 앞에서도 서로를 헐뜯었다. 대체로 자식이 문제를 일으키면 그동안 싸우던 부부도 합심해 자식부터 살리려고 애쓰는데, 특히 그 남편은 아들의 탈선이 가정에 불성실한 아내 탓이라며 비난을 퍼부었다.
배경을 살펴보니, 남편은 좋은 학교를 나오지 못한 연유로 직장에서 의지처가 되어줄 학맥을 형성하지 못해 약이 많이 오른 사람이었다. 그리하여 아들만큼은 좋은 학교에 보내 자기처럼 고생하지 않게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살아온 사람이었다.
반면에 친정아버지의 외도로 부모가 늘 싸우는 환경에서 자랐던 그 부인은 다른 무엇보다 가정적인 남자를 꿈꾸어왔다. 막상 결혼해보니, 남편은 성공에 대해 집착이 강해 돈 버는 데에나 열중하고 아들의 학업에 온갖 짜증을 퍼부으며 아내에게는 무관심하고 인색했다. 그리하여 우울증 증세를 보였던 부인은 운동하면서 그나마 벗어나고 있는데 남편은 그런 부인을 비난했다.
아들은 어려서부터 아버지 욕심에 시달렸는데 경쟁이 심한 곳으로 이사 와서는 좀처럼 다른 아이들을 따라잡기 어려웠다. 더구나 다른 애들은 이미 친분이 쌓여있어 친구를 사귀기도 힘들었다. 그리하여 그는 겉돌았고 공부에도 흥미를 잃어가고 있었다.
그들이 호소는 아들 문제였지만, 사실은 가족의 총체적 문제였다. 즉 아들의 부적응은 표면에 나타난 빙산 일각이고, 그 저변에는 병적인 아버지의 집착, 외로움에 휘청이는 어머니, 경제적 손실 등 많은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있었다. 어디부터 손을 댈지 헤아리기 어려웠지만 다급한 자가 그 아들이기 때문에 일단 그 부모를 다잡기로 하였다.
아들을 몹쓸 놈이라는 아버지에게는 그렇게 만든 당사자가 바로 당신 아니냐고 하자, 그를 노발대발하며 내재한 분노를 마구 드러냈다. 아울러 외로움에 치우쳐 가사나 육아에 흥미를 잃은 어머니에게는 남편에 대한 이해는 고사하고 아들도 지키지 못한 허약한 사람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내가 남편에게 강도 높게 말할 때 그 아내가 좋아했고, 또 아내를 지적할 때는 남편이 좋아했다. 그렇게 본인이 말하기 곤란한 점을 대변하기도 하고 대신 쳐주기도 하면서 현시점에서 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관심과 지지라고 일러주었다. 아들도 힘겨워한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알리자, 처음에는 상담자가 무섭다는 사실에 어리둥절하다가 점차 수긍이 간다는 듯 조용히 귀 기울였다.
아들에게는 가장 힘든 게 친구 사귀는 문제가 아니냐며 그의 마음을 읽어주자, 그는 반가웠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공부라는 것은 마음이 안정되면 본인 자신도 욕심을 내게 되어있으니, 일단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고 하였다. 그렇게 하면서 아들이 부모에게 화난 마음을 풀어가며 친구를 사귈 때까지 부모에게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게 하였다.
아울러 남편에게는 욕심부린다고 아들이 잘되는 게 아니라는 것과 경제적 손실은 자신이 감수해야 할 자신의 몫이라는 것을 이해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아내에게는 남편과 아들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게 어떻게 하는 것인지 하나하나 일러주면서 자신의 외로움을 넘어서도록 이끌었다. 그렇게 아들 상담과 부부 상담을 병행하며 각자가 자신의 몫이 무엇인지, 어떤 것을 감내해야 하는지를 수긍하며 받아들이는데 족히 5~6개월 이상 걸렸다.
첫댓글 사춘기는 마귀가 되는 시기라고 하지요. 주변에 중~ 고등학생들을 보면,
사춘기를 얌전히 넘어가는 아이가 드물 정도입니다. 사춘기 아이들은 강압적으로 끌고
가려고 하는 부모를 둔 아이는 더 잘 삐둘어지기 쉽지요. 그러니 자녀를 격노하게 하지 말고 한 편이 되어주는 게
바람직하지요. 어른들도 그 모양인데 아이인들 오죽하겠어요?
박숙희 선생님의 의견에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