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이하 브라질청소년팀이 연장 접전 끝에 북한을 3대1로 누르고 준결승에 진출했습니다. 이로써 브라질은 준결승에서 중국을 5대1로 대파한 터키와 결 승 진출을 다투게 되었습니다.
디펜딩 챔피언인 브라질로써는 진땀을 뺀 경기였습니다. 브라질의 기술과 세 밀함보다는 오히려 북한의 투지와 기동력이 더 돋보이는 경기였습니다. 북한 은 브라질을 맞아 철저히 준비하고 나온 느낌이었습니다. 브라질의 개인기를 저지하고 공간을 주지 않기 위해 볼을 잡은 브라질 선수 주위를 서너명이 늘 상 에워싸는 타이트한 프레싱 축구를 비장의 무기로 들고 나왔습니다.
세번째 골의 주인공 이고르
워낙 북한 선수들이 찰거머리처럼 브라질 선수들을 둘러싸는 통에 브라질은 패스가 나갈 길목을 확보하기가 여의치 않았습니다. 성인 선수들이라면 경험 과 연륜을 통해 이런 환경을 극복해나갈 수 있겠지만 아무리 브라질이라 해 도 아직은 17세 이하의 어린 선수들인 관계로 상대의 밀착마크에 막혀 본연 의 플레이를 펼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전후반 내내 브라질은 공간 부족으로 인해 특유의 세밀한 플레이를 펼치기가 어려워 시종 북한의 파이팅 넘치는 압박축구에 고전해야 했습니다. 반대로 북한은 브라질의 기술 축구에 맞서 강력한 프레싱과 기동력 축구를 선보이며 팽팽한 흐름을 이어가는데 성공했습니다.
볼란티 호베르토
전반 12분까지 북한은 오히려 슈팅 3개로 앞서가기 시작했습니다. 브라질은 전반 15분경, 반격 기회에서 안데르손이 골키퍼 머리 위로 로빙슛을 날린 것 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볼 점유율을 높여가기 시작했습니다.
북한의 투지넘치는 기동력 축구에 일순 고전하면서도 전반 15분을 기점으로 어느덧 경기 주도권은 브라질로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자기 문전 부 근에 이중 삼중의 그물망 수비진을 펼쳐놓은 북한의 수비축구에 막힌데다 볼 잡은 선수 주위를 에워싸는 북한의 강력한 프레싱에 걸려 결정적인 기회를 그리 많이 잡지는 못했습니다.
경기는 후반에 들어가면서 점점 재미있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후반 시작과 동 시에 북한이 모처럼 역습기회를 잡아 벌떼처럼 브라질 문전으로 쇄도해 들어 가 절호의 슈팅기회를 맞았지만, 이것이 불발로 끝나면서 순식간에 브라질의 역습이 이어졌습니다.
이 기회에서 안데르손이 자기 수비진영에서 북한 골키퍼 앞까지 대략 80여미 터를 북한 선수 두 세명을 순전히 스피드로 따돌리며 질풍같이 질주해 들어갔 습니다. (근래에 이 정도 장거리를 혼자 스피드로 뚫고 내달리는 장면은 거의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선제골의 주인공 하몬
그리고는 골키퍼 바로 앞에서 살짝 옆으로 밀어준 것을 뒤따라오던 하몬이 가 볍게 마무리하면서 브라질이 1대0으로 앞서가기 시작합니다. 특히 브라질 선 수들의 골세레머니가 인상적이었는데, 골을 기록한 하몬과 폭풍같은 질주를 선보인 안데르손 주위에 몇몇 선수들이 모여들어 알라베스 전에서 호나우도와 호빙요, 카를로스가 선보인 일명 '바퀴벌레 흔들기 세레머니'를 선보여 관중 들의 웃음을 자아내며 눈길을 끌었습니다. (소식 한번 참 빠른 것 같습니다. 호나우도가 이 장면을 보았더라면 박장대소 했을듯..^^)
이후 북한의 거센 반격이 볼만했습니다. 북한 청소년팀은 17세라는 나이가 무 색할 정도로 패스웍이 좋았을 뿐 아니라 기동력을 보유한데다 무엇보다 조직 력을 잘 갖춘 것으로 보여졌습니다.
북한은 잘 짜여진 조직력에 기반한 원터치 패스로 브라질 문전을 파고들며 브 라질 수비진을 위협했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후반 37분경 결실을 보았습니다. 브라질 진영 오른쪽 아주 가까운 곳에서 얻은 프리킥 기회에서 북한 청소년팀 의 간판 최명호의 짧고 날카로운 프리킥을 김경일이 헤딩슛으로 연결해 동점 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예선에서 이탈리아를 탈락시킨 북한의 질주가 계속되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러나 북한의 질주는 여기까지였습니다. 연장에 들어가 급격히 체력이 떨어지 면서 전후반 같은 밀착 프레싱이 힘들어지자 이 때부터 경기는 급속하게 브 라질의 페이스로 기울어 버렸습니다.
하몬
북한 특유의 철통같은 대인 밀착 마크가 헐거워지자 이 때부터 본격적으로 브 라질다운 플레이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후반 중반 무렵에 호나우딩요를 거 의 빼닮은 셀소(브라질 언론은 셀징요라 표기-Celsinho)가 교체멈버로 들어왔 는데, 연장전은 이 선수가 거의 원맨쇼를 펼쳤습니다.
연장 7분경 북한 수비수 서너명을 유연한 개인기로 제쳐내는 기막힌 드리블링 을 선보이며 마우리시오와 패스를 주고 받다가 기어코 노마크 찬스까지 엮어 내며 천금같은 결승골을 작렬시킨 것입니다. (셀소는 생긴것 뿐만 아니라 플 레이 자체도 거의 호나우딩요를 빼다 박은 느낌 - 어떻게 이런 선수가 그동안 후보로 있었는지 의심이 갈 정도)
체력이 바닥난 상태에서는 개인전술의 우열에 따라 승패가 갈리기 쉬운데, 전 후반을 엄청나게 뛰어다닌 북한 선수들로써는 흡사 호나우딩요와 같은 개인기 구사하는 셀소를 막기란 역부족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동점골을 터뜨린 김경일
이후 북한은 반격을 위해 무진 애를 썼지만 기본적으로 체력이 고갈되어 압박 을 펼치기 힘든 상태가 되었기 때문에 브라질의 개인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교체 멤버로 들어온 셀소는 물론, 전후반 내내 북한의 투지 넘치는 플레이에 고전하던 하몬, 이고르, 데니우손 등 브라질 공격라인의 플레이가 한꺼번에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이후로는 브라질의 일방적인 개인기 축구로 경기 양상 이 확 변해버렸습니다.
연장전 내내 브라질의 파상적인 역습 상황이 계속 이어졌는데, 연장전 동안 브라질은 결정적인 기회에서 두번씩이나 골대를 맞추는 등, 한결 넓어진 공 간을 활용해 북한을 농락하는 양상으로 경기가 전개된 것입니다.
연장 후반들어 하몬과 셀소가 마음놓고 북한 수비진을 헤집다가 막판에 하몬 이 올려준 크로싱을 이고르가 마무리하면서 결국 브라질이 3대1로 북한을 누 르고 준결승에 진출했습니다.
북한은 디펜딩 챔피언 브라질을 맞아 연장 접전끝에 비록 1대3으로 패했지만 오늘 보여준 경기력은 적어도 17세 이하 수준에서는 아시아 최강 전력이라 하 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습니다. (한국이 탈락하고 북한이 진출한 것이 충분 히 이해가 되는 대목)
아마도 이번 대회에서 팀 조직력으로만 따지자면 북한팀은 거의 첫손가락에 꼽힐 수준입니다. 우선 선수들의 기본기가 매우 탄탄한 것으로 보여졌습니다. 패싱력은 물론 수준급 드리블 능력까지 보유하고 있어서 거의 모든 선수들이 일정 수준 이상의 개인능력을 갖춘 것으로 보여졌습니다.
여기에 북한 특유의 투지 넘치는 파이팅 축구가 더해지며 이번 대회 돌풍의 핵으로 떠오를 수 있었습니다. 특히 브라질전에 많은 준비를 하고 나온 모습 이 역력했습니다. 조동섭 감독은 경기전, "브라질을 이길 자신이 있다"며 의 욕을 과시했는데, 그 말이 빈 말이 아닐 정도로 오늘 경기에 북한은 상당한 공을 들인 흔적이 역력해 보였습니다.
브라질의 우세한 개인기를 의식하고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볼을 소유한 브라질 선수 주위를 촘촘하게 에워싸 패싱이나 크로싱이 나갈 공간을 줄이고, 이것이 돌파 당할 경우에 대비하여 뒤쪽에 이중 삼중의 그물망 수비를 펼쳐 브라질 선수들의 접근을 원천봉쇄한다는 전략을 들고 나왔는데, 그것이 어느 정도 맞아떨어지면서 북한은 승부를 연장까지 몰고 갈 수 있었습니다.
패싱이 나갈 공간이 줄어들자 브라질 선수들은 어쩔 수 없이 개인 드리블 돌 파에 치중하는 모습이었는데, 그 때마다 북한 선수 두 세 명이 따라붙으며 플 레이 자체를 방해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북한에 비해 브라질은 상대 에 대한 연구는 거의 하지 않은 인상)
하지만 북한의 넘치는 파이팅과 좋은 전략도 결국 체력이 고갈되면서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었습니다. 브라질의 경우 17세 이하 팀의 간판 스타 켈론 이 부상으로 대회에 불참한 것이 상당한 전력손실을 가져온 것으로 보여집니 다.
하지만 공격라인의 주축인 하몬과 안데르손은 스피드와 개인기를 두루 갖춘 또다른 재목감임이 확실합니다. 비록 북한의 거센 저항에 고전하기는 했지만 어느 순간이든 공간이 주어지거나 상대의 마크가 느슨해지면 순식간에 상대 수비를 뚫고 결정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들입니다.
특히 안데르손의 거의 80미터를 넘는 폭풍같은 질주는 가히 장관이었습니다. 상대 수비수 뒷쪽으로 볼을 툭 찔러놓고, 그 뒷 공간으로 대쉬해 들어가는 그 무시무시한 질주는 흡사 어린 시절의 호나우도를 보는 듯 했습니다.
제2의 호나우딩요(?) 셀소
하지만 오늘의 히어로는 역시 호나우딩요의 쌍둥이 동생쯤 되어 보이는 셀소 가 아닌가 싶습니다. 머리를 뒤로 묶은 외모에서 화려한 발목 테크닉까지 그 야말로 생긴 것에서 플레이하는 모습에 이르기까지 셀소는 호나우딩요의 판 박이인 듯 보였습니다.
오늘 대 북한 전은 결국 셀소의 발 끝에서 마무리되었습니다. 체력이 떨어진 북한 수비진을 상대로 셀소는 유연한 테크닉을 발휘하며 상대 수비를 헤집고 회심의 땅볼 슛으로 천금같은 결승골을 엮어낸 것입니다.
로컬: Estadio Max Augustin, em Iquitos (Peru) 주심: Alain Hamer (Luxemburgo)
Brasil 3 X 1 Coreia do Norte
브라질
. Felipe . Leyrielton . Sidnei . Simoes . Vinicius(Tacio) . Roberto . Denilson . Renato(Mauricio) . Ramon . Anderson(Celsinho) . Igor 감독: Nelson Rodrigues
Brasil 1 X 0 Coreia do Norte, 후반 2분, 하몬 (브라질) Brasil 1 X 1 Coreia do Norte, 후반 37분, 김경일 (북한) Brasil 2 X 1 Coreia do Norte, 연장 6분, 셀소 (브라질) Brasil 3 X 1 Coreia do Norte, 연장 29분, 이고르 (브라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