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없이 침묵만이 이어 지고 있다
가끔은 검은색 으로 어떤 때는
하얀 구름을 그의 얼굴에 담아 흐르고 있기도 하다
소리 없이 조용함이 무섭기도 하다
할말은 해야 하는 그런 세상인데
넘 말이 없으니 답답 하기도 하다
그 물 위로 뱃사공은 노를 젖는다
삿대를 휘젖고 있다
삐거덕 소리를 내는 소음이 강물의 마음을
어지렵 혔는지 물 보라를 일으키고 있다
하얀 물보라 자욱을 따라 잉어 한마리가
뻐끔뻐금 주둥이를 내어 밀고는 아침 식사를
하고 있는가 보다
에이
그럴때는 밥알 이라도 한숟깔 떠 넣어 주시지
그럭케 야박 하게 굴어야 쓰겄냐?
내려 오는길에
아낙은 호미를 닦으면서 푸념을 했다
서방 이란 작자는 허구헌 날 마누리 닥달만 하냐?
허리가 휘어질 정도인줄 모르느냐?
앞 채마전에 풀을 뽑아야지
뒷곁에 터줏대감 계신 그 자리에 어제 놓았던
정한수도 아직 바꾸질 못 했는데
여기 가봐라 저기 가서 이일 해라
내가 신통방통한 그런 귀신 이라도 되는가?
허리가 끊어질듯 아퍼도
올망졸망
새끼들은 밥달라 하고 반찬 투정을 하는데
낸들 뒷곁에 있는 더덕이며 도라지며 어찌 손볼 시간이
없으니 고추장 발라 구어서 라도 밥상위에
얹으면 좋으련만 그럴 처지가 아님을
왜 모르느냐?
호미를 부욱 닦아 내며 이놈의 팔자야....
라면서 화풀이를 해댈수 밖에 없었다
강물은 담아 놓고서 내 뱉을줄 모른다
그리고 한서린 그 마음도 거기에 담았다
그리고 흥정이나 위로의 말 한마디 없이
저의 갈길을 가고만 있다
답답한 강물아 이내 마음이나 닦아 주려무나
라고 호미 닦던 아낙은 한바탕 퍼 붇고
행주치마에 손을 쓰윽 닦고는 머리 수건을
다시 동여 매고는 펑퍼짐한 궁둥이를 흔들면서
배추밭에 배추 포기 묶으려고
하얀 신발을 구겨 신고서 발을 재촉 한다
강물은 그 맘을 다 안다
그 마음을 다 담아 주었다
니 팔자 한탄을 나에게 하는걸 다 알고 있다
그러니 내 마음에 너의 한을 넣어 주고
이제는 한 맺힌 말은 접어 두고 얼릉 네 할일
다 하는게 마땅 하다는듯
푸근한 맘으로 슬그머니 미소를 지어 보내주고 있다
여름날
강물이 불어서 흙탕물이 되어 으르렁 대며 흘러 가고
있었을때는 말이 많은 그를 시끄럽다 야단을 쳤다
족대를 하나 들고 내려와 피래미를 건지려 하던
더벅머리 젊은 놈은 이렇게 그를 향해 떠들었다
여보게 친구
너 왜 그리 시끄러운가?
뭣 땜시 그리 화를 내시는가?
성질 머리좀 고쳐라
니 승질 머리 아는 년이 있다면 어찌 너에게
시집올 처자가 있겠는가?
그 승질 머리 좀 고치고 너그러워 지고
자상해 지고 차분해 지도록 해라
라는 핀잔 인지 나무람 인지 충고 인지
알수 없는 정황속에 한 마디 하고 지나갔다
에이
너 승질 내는것 보니
고기 한마리 건질수 없겠다
에이
너를 친구 삼아 홀딱 벗고 너와 함게 지낸날이
꽤나 길었는데 오늘은 네 승질 때문에
나 돌아 간다
성질 다스리고 차분해 지면 다시 올께...
강물은 시끄럽다
그렇다
강물은 많은 소리를 갖고 있다
임금님의 소리도 그 안에 있고
한 맺힌 가난뱅이의 한도 품고 있다
국군 장병들의 기합 소리도 있고
밤새(夜鳥)의 기인 울음소리도 있다
이런 수천 가지의 소리를 대신해서 으르렁 거리며
강물은 흐르고 있다
그렇다 그러 하다
나는 안다
강물이 말이 없음의 이유를
나는 안다
강물이 으르렁 거리며 승질 사납게 떠들어 대는 소리를
그렇게
강물을 오늘도 거기에서 흐르고
그렇게 그들과 함게 살아 내는가 보다
빨간 단풍잎 하나 흘러 가고 있다
노오란 은행잎 한잎 흘러 간다
코스모스 동그란 꽃 한송이가 빙그레 빙그레
돌면서 웃으면서 흘러 가고 있다
이를 쪼아 먹으려는 눈치 없는 붕어 한 마리
그들을따라 어딘지도 모른체 따라 가고 있다
그 강물에 스님은 손을 씻었다
그 강물에 아낙은 발을 담구고 뽀드득 소리 나게 닦았다
그 강물에
군인은 훈련에 지친 몸을 담구고
여기 저기 땀을 닦아 내면서
뭉게 구름을 바라 보고서
엊그제 보낸 편지에 답장이 없는 이쁜이를 그리며
혹시나 신발을 돌려 신었는가 걱정을 했다
물이다
강물 이다
그를 먹고 사는 우리들
그는 우리들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고해성사의 내용을 알고 있으면서
입을 꼭 다문 신부님 처럼 입을 닫고 있다
믿음직 스럽기만 하다
강물아
흘러 흘러 너 가는곳 어디더냐?
내 가는 인생길도 너를 닮아 어딘지 모른채
오늘도 내일도 그렇게 걷고 있단다....
내가 너를 닮았는가?
네가 나를 닮았는가?
그건 너 알아서 생각 하시라
기인 여행길에 하늘을 바라보면서
잉어들의 놀이터가 되어 주는 네가 고맙구나....
첫댓글 나 살던 동네 기두원
그 곳의 강물 흘러가는
모습이 눈 앞에 그려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