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엔 안젤로를 미술학원에 데려다 주는 날이다.
자식들이 언제까지 나를 필요로 하겠나 싶어
부르면 언제라도 기쁘게 나선다.
새벽 일찍 일어나 화장을 하고 옷도 정갈하게 입는다.
얼마전 어떤 언니가 손자 마중을 갔더니
차에서 내리던 손자가 언니를 못본 척하고 눈을 꼭 감더란다.
그래서 안고 내려와 도로에 내리자마자 앞으로 냅다 내달리더라는 것이다.
엄마가 마중 나온 친구들과 달리
흰머리에 화장끼 없는 할머니가 싫었었나 보다고 했던 얘기를 타산지석 삼아
여름엔 예쁜 모자까지 챙겨 쓰고
겨울엔 머풀러에 부츠까지 온전히 챙겨신고 나서야 집을 나선다.
자랑스러운 할머니까지는 아니더라도
부끄러운 할머니는 되지 않겠다라는 소박한 노력이다.
내 아들들을 키울 때는 그러지 않았다.
그땐 젊기라도 했으니까.
그러나 이제 화장끼 없이 누굴 만나는 건 왠지 주눅이 든다.
화장이 예의임을 스스로에게 주입한다.
집을 나서는 안젤로에게
"마이크로 탈거야, 아님 할머니 차 탈거야?"
하고 마이크로를 타겠다고 하면 걸어서
차를 타겠다고 하면 내 차에 태워서 미술학원에 간다.
마이크로를 타면
"나무는 한 그루, 두 그루
배추는 한 포기, 두 포기
차는 한 대, 두 대
연필은 한 자루, 두 자루....."
하며 사소한 것들로 대화를 하고
"할머니는 우리 안젤로랑 학원 가는 게 정말 행복해."
하며 걷는다.
아이는 걷다가 나무 가지를 주워 들고 가기도 하고
눈이 온 날이면 눈을 뭉쳐 던지기도 하고
담장 넘어 넘기기도 하면서 한눈을 팔며 길을 걷는다.
횡단보도가 나오면 길을 건널 때
이런저런 주의 할 것도 가르쳐 본다.
엄마 아빠랑 같이 가지 않는 길을 짜증없이 신나게 걸으니 다행스럽다.
미술학원에 들여 보내고
아래층에 있는 커피숍에서 차 한 잔을 시키고 앉아 있거나
못 생긴 손톱을 관리 받거나 하며 시간을 보낸다.
아이가 끝날 시간엔 마중을 가고도
같은 이유로 학원 앞에 서 있는 젊은 부모들을 만나 인사를 나눈 후
안젤로를 데리고 쌀국수나 돈카츠로 점심 데이트를 하거나
슈퍼마켓에 들러 장을 보고
큰애 가족이 먹을 것들을 준비한다.
요즘 젊은 부부들 스스로 식사준비하는 거 힘들어 한다.
애들에게
"밥 해 먹어야 한다. "
고 잔소리하는 대신
주말만은 엄마가 오는 날이니
찌개도 끓이고, 고기도 굽고, 쌈도 싸고.....
"엄마 있는 애들과 없는 애들은 달라야지"
하고 기꺼이 점심을 챙겨준다.
두 시쯤 집에 들어오는 아들은 허겁지겁 식사를 하고
두 시 반쯤 집에 오는 며느리도 덩달아 수저를 든다.
세상 엄마마음 다 같겠지만
자식들 먹을 것 푸지게 먹는 게 한보람이다.
"할머니 집에 갈거야."
하는 순간 아들 가족은 모두 문앞에 도열한다.
"감사해요, 엄마.
감사해요 어머님,
안녕히 가세요 할머니
안녕히 가세요 할머니"
하고는 손자들이 하트총을 발사한다.
마지막엔 안젤로랑 둘째손자가 "하트 대포 빵!" 하고 나서야
"다음 토요일에 만나자."
하고 집을 나선다.
네 시쯤 피로를 어깨에 지고 귀가한다.
남편의
"피곤하겠다."
한 마디를 뒤에 하고 소파에 드러눕는다.
난 꿈꾼다.
내가 없는 세상에서 누군가에겐 내가 사랑으로 기억되기를....
최소한 내 자식들에게는 ....
첫댓글 화이팅 입니다. 최고의 할머니 어머니 입니다.
오늘 이곳의 눈이 내려 사진도 찍고 즐거운 시간 보냈어요.
수녀님!
꿈결처럼 남편과 동해를 다녀왔어요.
따뜻하고 소박한 동해성당이 눈에 선하네요.
수녀님들을 사랑하는 건 행복입니다.
건강하게 지내세요.
기도중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