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누의 땅 북해도
아이누의 땅 북해도
일본열도에서는 아주 멀고 먼 섬 북해도, 백 년 전까지만 해도 거의 버려진 땅이었다는 북해도의 가을을 찾아서
나흘 간의 일정을 시작했다.
북해도가 천혜의 관광지로 각광을받으면서 가을철이면 말 그대로 만산홍엽을 즐기려는 내,외국인이 북적댄다는
신지토세공항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먼저 눈에 들어오는것은 먼 산이 하얀 눈을 머리에 이고앉아 있는
장려한 모습이었다. 며칠전, 빨간 단풍을 시샘한 첫눈을 뿌린 것은 북국을찾은 손님들을 배려한 것인지 모른다.
북해도는 일본열도의 선주민인 아이누가 쫓기고 쫓겨서 마지막으로 멈춘 막다른
땅이었고, 명치 신정부의 강제이민에 의하여 개척된 원혼이 잠든 땅이었다.
그것은 '아바시리형무소박물관'에 재현해 놓은 밀랍인형이 강제노역에 시달리는 이민자들의
참혹한 장면을 오늘에 웅변하고 있었다.
역사는 인간의 희생 위에서 때로는 사라지기도 하고, 때로는 빛나는 위업을 후세에 떨치기도 하는 것이리라.
북해도 동쪽 바닷가에 자리한 이 형무소박물관에는 우리의 과거 역사의 기억 속에서도 섬뜩한모습의 긴 칼을 찬
순사의 매서운 눈초리에서 전율을 자아낸다. 무거운 무쇠 덩어리를 발목에 매단 채 일하는
노예 상태의 수인들이 비록 밀랍인형이긴 하지만 모진 매질에 신음하는 모습을그대로 보여준다.
수인들의 이동식 현장 숙소의 침상머리맡에는 긴 통나무 베개가 놓여 있어서 이 베개를 빼내면
바로 일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늦잠이란 상상할 수도 없는 생지옥 바로 그것이었다.
어쩌면 북해도 개척사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일본인의 얄팍한
상술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북해도는 남북을 가르는 히타카산맥을 중심으로 드넓은 도카치평야가 형성되 서구식 근대농업이 발전했으며
온천 천국이라는 찬사가 어울리는 수많은 온천과 호수의 아름다운 비경들, 온통 산야는 주황색과
노란색 바탕에 울긋불긋 곱게단장한 단풍이 어우러져 현란한 대자연의 향연이 차장 가에 펼처지는 농촌 풍경과
어울려 그 자체로도 한 폭의 그림이었다.일본 3대 온천의 하나인 노보리배츠온천에서는 바로 온천장 뒤 '지고쿠타나' 가
뿜어내는 유황냄새에 코를 맡기고 산책하는 관광객들은 탕치를 위한 손님들인 것 같다.설립자 타키모토는 1858년
병약한 아내의 쾌유를 위하여 심산유곡을 전전하던 끝에
노브리배츠온천에 이르러 차도를 보이자 여기에 숙박시설을 마련한 것이 이 호텔의유래라 했다. 지극한 아내 사랑으로
가꾼 온천이 지금은 욕탕만 1500평의 규모로7개의 원천을 끌어들여서 다양한 치료 효과를 겨냥한 것이 북해도에서
손꼽히는호텔로 발전한 것이란다.가끔 화면에 비치는 눈의 도시 삿뽀로, 1972년 동계올림픽을을 치르면서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유명해진 이 도시를 보면 아무리 가혹한 환경이라도 그 자연속에 인간이있고 그 자연에 적응하는
인간이 있다면 그 마지막 수혜자 또한 인간이라는 평범한교훈을 얻은 값진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