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사(節祀)와 과세(過歲)
지금은 그러한 풍습이 거의 사라졌지만 30여년 전만 하더라도 추석때는
"절세 잘 쇠셨습니까?" 하고, 설때는 "과세 잘 쇠셨습니까?" 하면서
이웃 어른들에게 인사하느라 명절 하루 종일 온동네를 누비고 다녔지요.
인사하러 가는 집마다 맛있는 음식을 내놓아 배가 부르고 술도 거나하게
취하게 되지요. 당연히 동네어른들과 출향했던 사람들이 모처럼 자리를
이 하게 되니 요즈음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근황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조그만 일이라도 칭찬거리를 찾아 칭찬해주는 덕담의 이야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등 이야기 꽃이 만발하게 되지요 . 산업사회가 되면서 다들 정해진
날자에 일상에 복귀해야 하다보니 이제는 그러한 풍습이 거의 사라진듯
합니다. 그시절을 그리워 하면서 절세와 과세의 의미를 되세겨 봅니다.
절세는 절사(節祀)의 변형인듯 하며 절사(節祀)의 뜻은 절기가 바뀜에 따라
그 절기에 새로난 음식을 차려놓고 조상에게 제사를 지낸다는 의미로 지금은
추석과 설날에만 지내지만 옛날에는 한식,단오에도 지냈다고 합니다.
제사음식으로 추석에는 햅쌀로 송편을 차리고 설에는 떡국을 차리며 술은
단잔으로 하는 것은 다 알고 있지요.
차례(茶禮)도 추석과 설 명절에 지내는 제사를 말하며 절사와 같은 말인데
차례라는 명칭은 차를 올린다는 뜻을 내포한 중국전래의 제례에서 비롯된
듯하다고 합니다. 지금은 절사라는 말을 쓰는 사람을 찾아 볼수 없으며 모두
차례 잘 모셨느냐고 인사하지요.
조상숭배의 실천윤리로 기제사가 사망한 날을 추모하여 지내는 의례이고,
묘제(시제)가 4대조 이상의 조상의 묘를 찾아 추모하는 의례라면, 차례는
조상에게 달과 계절, 해가 바뀌고 새로 찾아왔음을 알림과 동시에 시절의
음식을 조상님에게 대접하는 의식이라고 합니다.
과세(過歲)는 과세문안(過歲問安) 한다는 의미로 한해를 보내고 신년을
맞이하면서 인사를 드린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될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