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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건축학과를 소개합니다
글 원자핵공학과 2, 김민교
편집 기계항공공학부 4, 이민지
여러분도 길을 가다가 혹은 여행을 다니다 아름다운 건축물에 마음을 빼앗겨 그 건축물을 한참 동안 감상하신 적이 있나요? 대부분 한 번쯤은 이런 경험을 해보셨을 것 같아요. 주변 환경과 잘 어우러진 아름답고 실용적인 건축물들은 보는 사람들에게는 감동을 주고, 안에서 생활하거나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편의를 줍니다. 이렇듯 건축은 우리 생활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아주 중요한 부분인데요. 자! 그렇다면 공상과 함께 서울대학교 건축학과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건축학과란?
건축학은 사회의 예술, 문화, 경제를 반영하여 건물을 설계하고 짓는 것, 그리고 주변 환경과의 조화에 이르기까지 건축에 대한 포괄적인 지식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건축학은 크게 건물의 설계와 건축의 역사 및 이론을 연구하는 ‘건축학 전공’, 건물이 실제로 건설되는 데 관련된 모든 공학적인 요소를 연구하는 ‘건축공학 전공’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➊ 건축학 전공
건축학 전공은 미학, 철학, 인류학, 심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인문적 소양을 바탕으로 건물의 설계와 건축의 역사 및 이론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우리 사회에 있는 건물의 모양이 모두 같다면 건물을 보는 즐거움도 없어지고 매우 개성 없는 사회가 되겠죠?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곳이 바로 건축학 전공입니다. 건축학 전공에서는 건물의 개성과 아름다움을 살리면서 그 건물이 인류에게 편의를 제공할 수 있도록 건물을 설계하는 연구를 합니다. 개별 건물의 내・외부 공간 및 환경 등을 설계하는 것뿐만 아니라 건물과 건물, 건물과 도시, 건물과 자연 등의 관계도 함께 고려하여 설계하고 있습니다.
건축학 전공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수학, 물리 등의 이공계 공부와 더불어 사회, 역사, 디자인 등의 공부도 필요합니다. 또한 자신의 설계를 구체화하기 위해서 아이디어를 실제로 표현해내는 능력과 창의력이 필요합니다. 다양한 건축물에 답사도 가고, 조건이 비슷한 건물들에 대해 사례연구를 하기도 합니다. 건축학의 꽃이라고 불리는 수업인 ‘건축설계 스튜디오’도 건축학전공에서 듣는 수업인데요. 이 수업에서는 직접 아이디어를 내서 스케치하고, 재료를 선택하여 모델을 만들어보며 최적의 설계를 스스로 찾아보는 공부를 하게 됩니다.
즉, 건축학 전공은 인류에게 즐거움과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건축디자인을 하고 주어진 재료로 그 디자인을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을까를 연구하는 분야입니다.
➋ 건축공학 전공
건축공학 전공은 건물의 시공, 지지, 유지 등에 있어 필요한 역학적인 계산과 설계적인 부분을 모두 고려한 학문입니다. 건물이 안전하면 안전할수록 좋겠지만 한정적인 자금 내에서 건물을 지어야 하므로 경제적인 부분도 무시할 순 없겠죠. 그래서 설계 도면이 그려진 이후에 건물을 지을 때는 ‘얼마나 낮은 가격에 얼마나 빨리, 안전하게 지을 수 있느냐’에 중점을 둡니다. 낮은 가격으로 최대의 효용을 만든다는 점에서 공학적인 접근이 필요하죠.
건축공학의 세부 전공은 건축물이 안전하게 설계되고 시공될 수 있도록 연구하는 구조설계, 설계대로 건축물이 건설될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하는 건축시공, 그리고 건축물에서의 빛, 음, 열 등을 연구하는 건축 환경분야로 나누어집니다. 구조 분야의 경우에는 예를 들어, 지진에 의한 건물의 움직임을 학문적으로 계산한 후에 여러 방법으로 건물의 붕괴를 막기 위한 장치를 만드는 일을 합니다. 초고층 건물이 새롭게 지어지고 있는 추세에 부응하여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죠.
두 번째 시공 분야의 경우에는 건물을 지을 때 주로 사용하는 건축 기법에 다른 기술을 개발하여 내진 설계에 안정성을 더하는 등 시공 과정에서 효율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연구를 해요. 마지막으로 건축 환경 분야에서는 건축물 내・외부에서 열교환이 어떻게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는지 등을 다룹니다.
건축공학에서는 건물을 짓는 일뿐만 아니라 지어진 건물의 보수와 환경 관리 같은 부분도 다룹니다. 즉, 건축공학은 건물을 짓고 유지, 보수하는 데에 필요한 정확한 계산과 예측에 대해 공부하는 과입니다.
Step 1. 건축학과에 대한 궁금증
글 건설환경공학부 3, 권영준
편집 기계항공공학부 2, 김택민
>>> 건축학과 입학을 위해 특별히 준비할 것이 있나요?
한세 건축에 대해 관심이 가서 이것저것 알아봤어요. 저는 저와 같이 건축가를 꿈꾸는 친구들과 함께 건축진로동아리를 만들었어요. 이 동아리에서 건축 도서를 읽고 토론하고, ‘내가 살고 싶은 집’을 주제로 건물을 설계해보기도 했어요. 한번은 지역사회에 있는 건축물을 답사하러 가서 그곳의 담당자를 인터뷰 해보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학생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활동을 하면서 준비했던 것 같아요.
>>> 건축 / 건축공학을 전공하기 위해 필요한 자질이 필요한가요?
미정 일단 사람들과 소통하고 대화하는 일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건축물 하나를 짓는 데는 수십 명에서 수천 명 이상의 의견을 조율해야 하는 상황이 오기도 하고, 개인이 시공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에 사람과 사람 간, 업체와 업체의 커뮤니케이션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그래서 본인의 생각과 타인의 생각을 잘 정리하고 교류해서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대화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 건축 공부에 미적 감각이 많이 도움이 되나요?
주윤 건축학과와 건축공학이 2년 동안 통합과정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모든 학생들이 스튜디오 수업을 듣게 됩니다. 여기서 스튜디오 수업은 한 주제에 대해서 교수님께 피드백 받으며 모델과 패널을 만드는 수업이에요. 이 만들기 과정에서 미적 감각이 어느 정도 필요해요. 물론 미적인 것 이외에 중요한 것들이 많기 때문에 미적 감각만 좋다고 설계를 잘한다고는 할 수 없지만, 확실히 미적으로 센스가 있는 친구들의 작품을 보면 좀 더 예쁘고 보기 좋은 것 같아요!
>>> 건축공학에서는 수학이나 물리를 많이 사용하나요?
주윤 건축공학과는 수학과 물리의 비중이 설계 비중보다 좀 더 커요. 건축학과는 5년 동안 스튜디오 수업을 듣는 반면에, 건축공학과는 2년 동안만 스튜디오 수업을 듣죠. 그 수업도 공학용 스튜디오는 따로 있어요. 대신 공학수학2나 건축구조, 재료역학 등의 공학용 강의를 듣기 때문에 설계보다는 물리를 사용할 일이 좀 더 많습니다.
>>> 건축물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주관적일 것 같은데 수업 평가 방식에서 불만 사항이 생기는 경우는 없었나요?
주윤 학생들의 건축물이 평가받는 강의는 ‘기초 스튜디오’라는 전공수업인데요. 이 수업에서는 결과물도 중요하지만, 각 교수님들께서 10명 정도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학기를 함께 하시기 때문에 과정 전체를 좀 더 중요시하십니다. 그래서 큰 불만사항이 생기는 경우는 많지 않아요. 물론 중간중간 교수님들의 피드백에서는 각 교수님들마다 의견이 다르기도 하지만 학생들도 그러한 점을 스스로 고려하기 때문에 불만사항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 건축과가 5년제에 배울 것이 많고 힘들다고 들었는데 실화인가요?
미정 건축과는 공대 내에서도 빡빡하기로 소문이 나 있는데요, 일반적으로 130학점이 졸업학점이지만 건축학 전공은 160학점에 5년제인 점도 있고 워낙 과제량이 방대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건축을 하면 개인의 행동 심리부터 시작해서 작은 공간, 큰 공간, 길, 건물이 놓인 대지의 도시적 맥락과 같은 장소적인 개념과 함께 구조, 환경 등의 공학적 개념 및 건축법규, 부동산 경향과 같은 사회적 개념까지 대학 교육을 통해 배우기 때문에 다른 과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과제의 범위도 넓거니와 그 양도 많다고 보입니다. (하지만 제 경험상 다른 과들도 만만치는 않아요^^)
>>> 건축학과를 졸업한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하나요?
미정 졸업을 하면 진로는 굉장히 다양합니다. 당연히 건설회사나 설계회사, 사무소, 감리회사와 같이 건축 관련업계로 취업을 하고요. 관련 연구실에 진학하여 연구를 이어가는 이들도 많습니다. 이 외에도 가구회사, 디자인회사, 출판사 등 디자인적 요소가 필요한 직업을 갖기도 합니다. 또한 건축 소송과 관련한 업무를 전담으로 하는 변리사나 변호사가 되기도 하고 행정고시를 통해서 기술직 공무원이 되는 사람도 있습니다.
>>> 건축학개론은 정말 로맨틱한가요? (번외)
동원 우선 _____건축학개론이란 수업 따윈 없습니다(단호). 그리고 로맨틱…… 그건 여러분이 건축학과로 진학하여 스튜디오 수업을 한 번이라도 들어본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 궁금증에 답변해 주신 분들: 건축학과 송미정 님, 김동원 님, 문한세 님, 이주윤 님 등.
Step 2. 동문 인터뷰 – 정수현 현대건설㈜ 대표이사를 만나다
글 서울공대 홍보부
편집 컴퓨터공학부 3, 이선민
>>> 1975년 현대건설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하여 현재까지 오랜 기간 동안 현대건설에서 근무하셨습니다. 일생을 보냈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 처음 현대건설과 인연을 맺게 된 특별한 이유나 계기가 있으신가요? 당시 졸업생들의 진로 선택 경향 등을 회고해서 말씀해주시죠.
1973년 서울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했는데 당시에는 졸업 후 진로가 학교, 공무원, 설계사무소, 은행 등 제한적이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시공회사는 학생들 사이에 선호도가 특히나 떨어졌습니다. 저 역시 취직보다는 도시계획 분야의 공부를 더 하고 싶다는 욕심에 유학을 생각하고 있었죠.
그런데 부친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어요. 취업을 강권하셨죠. 70년대 중반은 때마침 시작된 중동특수로 많은 건설사들이 해외 진출을 시도하는 중이었습니다. 최고 건설사인 현대건설에 입사한다면 다양한 해외 경험을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지원을 결심했습니다. 막상 입사를 하고 보니 졸업동기 8~9명 정도가 입사동기가 되어 있더라고요.
>>> 과거를 되돌아볼 때, 대개 건설산업의 시기적 변화를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가령 해외건설 진출이나 고급아파트 붐 같은 것도 시기에 따라 시장의 규모와 성격이 달랐었지요?
건설업은 인프라 확충, 올림픽 특수 등을 거치며 2000년 초까지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국가경제의 중요한 산업으로 성장해왔습니다. 하지만 2000년 중반부터 10% 미만으로 그 비중이 감소하며 최근에는 저성장 기조의 패러다임 변화를 겪는 중입니다.
해외공사 역시 70년대 중반 중동특수를 시작으로 도약 · 성장 · 침체기를 겪다 2000년 중반부터는 플랜트 및 발전 위주의 재도약기를 맞고 있습니다. 시대의 흐름과 변화 속에서 건설업계가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하려면 구조적인 변화에 좀 더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합니다. 노동집약 형태의 시공 중심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토탈 솔루션 프로바이더(Total Solution Provider)로의 역할을 확대하는 등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함과 동시에 수익성 극대화를 위한 기술력 확보에도 힘써야 할 것입니다.
>>> 사장님의 지난 이력을 되돌아볼 때, 어느 시기 어떤 활동이 크게 도움이 되셨습니까? 그리고 최고경영자(CEO)가 되기 위해 필요한 덕목이나 요건을 꼽으신다면 무엇일까요?
아무래도 과장에서 부장까지 중간관리자 시절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요? 사원 · 대리 시절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무조건 많은 경험을 쌓았죠. 또한, 조직 안에서 가장 관심이 가고 잘할 수 있는 업무를 찾는 데 집중했던 것 같습니다. 과장 이후부터는 전문가적 역량을 키우고 그에 따른 경험을 쌓으며 스페셜리스트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을 했죠. 수많은 조직이 리더가 정점에 선 피라미드 구조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신입사원에서 사장이 될 확률은 아주 미미하죠. 지금의 피라미드 구조는 조만간 매트릭스 구조로 변화할 것입니다. 어떤 직급에 오르느냐 보다 내가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얼마나 인정받고 그에 따른 보상을 받느냐가 중요하게 인식되는 거죠. 그런 조직에서는 자기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요건이 될 것입니다. 최고경영자 되기 위한 덕목으로는 용인(用人)과 초심(初心)을 꼽고 싶습니다. 창조경영, 지식경영, 감성경영, 윤리경영 등 수많은 경영이론이 있습니다만, 저는 그 모든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건설산업은 사람이 100%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수한 인재를 뽑아 역량을 키우고,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용인과 철저한 자기관리가 수반된 초심이야말로 CEO에게는 꼭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싶습니다.
>>>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대건설의 사회공헌활동을 소개해주십시오.
최근 ‘착한 성장’을 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습니다. 그만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이 된 지 오래입니다. 현대건설은 2009년 사회봉사단 출범과 함께 ‘사랑나눔(Love Builder)’, ‘희망나눔(Hope Builder)’, ‘문화나눔(Culture Builder)’ 등 3대 핵심 나눔경영을 지속적으로 실천해오고 있습니다. 사회복지 분야 지원활동인 ‘사랑나눔’은 소외계층의 주거개선 활동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교육장학 분야 지원활동인 ‘희망나눔’은 결식아동에게 도시락은 물론 정서/교육적 멘토링을 제공하는 ‘희망도시락’이 대표활동입니다. 문화예술 지원으로는 2005년 문화재청과 ‘1문화재 1지킴이’ 협약을 체결하고 창덕궁과 경복궁 등 고궁 보존 · 관리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2012년에는 세계 문화유산인 창덕궁 금천 복원공사를 지원하기도 했습니다. 이 밖에도 카자흐스탄, 베트남, 케냐,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글로벌 사회공헌활동 역시 확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한강과 국립공원 등 ‘환경지킴이’ 활동에도 앞장서고 있습니다.
>>> 우리 공과대학은 사장님과 같은 글로벌 리더를 양성하는 것을 교육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의 변화는 워낙 빨라서 ‘지금 배운 것을 졸업하면 써먹지 못할’ 정도입니다. 급변하는 현대 사회에서 리더로 활약하기 위
해서는 학생들이 어떤 준비를 더 해야 하는지, 중점을 두고 육성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의견을 부탁 드립니다.
글로벌 시대를 이끄는 리더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지식도 중요하지만 소양과 자질을 쌓을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진정한 리더는 시간을 알려주는 사람보다는 시계를 만드는 사람이 되겠다는 생각을 심어주는 사람입니다. 이처럼 학교에서는 단편적인 지식보다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선경지명(先見之明)과 남과 다른 창의성, 인간미를 겸비한 용병술, 그리고 열정을 키워주기를 희망합니다.
또 하나는 언어능력을 키우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저는 해외공사를 체험할 목적으로 현대건설에 입사했고, 1976년 사우디아라비아 현장을 거쳐, 79년 샌프란시스코 지사에서 근무하며 우리보다 앞선 생각, 거대 규모로 성장하는 해외 건설사들이 참으로 부러웠습니다. 그리고 그들과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했던 것이 바로 언어였습니다. 하지만 전화를 통한 비즈니스나 지역별 방언 등 그들과 같은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고 이해하는 데는 극복할 과제가 많았습니다. 비즈니스는 커뮤니케이션이 수반되어야 하는 만큼 현지인 수준의 정확한 듣기 능
력이 우선적으로 필요합니다. 너무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면 오히려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지만 어떤 상황에도 적응할 수 있는 듣기 능력은 꼭 갖추어야 합니다.
또한, 영어만큼 중요한 것이 제2 외국어입니다. 아랍권 발주처와 회의를 하다 보면 비공식적인 의견은 아랍어로 자국인들끼리 주고받습니다. 그때 오가는 대화들이 주요정보를 포함하고 있으며, 공식 코멘트보다 훨씬 중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는 수십 년 동안 중동에서 공사를 수행하면서 막상 그 나라의 언어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건설업의 해외시장 진출이 활발해진 만큼 불어, 라틴어, 러시아, CIS 국가 등 다양한 곳의 언어를 익히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모든 분야도 마찬가지지만 건설산업에서도 경쟁상대는 다 해외에 있습니다.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도 대부분 외국인입니다. 그래서 협상을 잘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협상 때는 전공지식보다 철학, 문학, 미술, 역사 등 인문학적 기본 소양이 필요하며 상대방을 이해하는 대인관계의 능력이 전문지식보다 더 중요합니다. 샌프란시스코 지사에 근무할 때 미네소타에 있는 파트너와 가격협상을 하려고 저는 아침신문을 펴놓고 미네소타의 야구팀, 풋볼팀 스포츠 얘기를 한참 하면서 그 친구와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였습니다. 나중에 그 친구가 친한 사이라 가격을 많이 깎아준다며 좋은 조건으로 계약이 성사되었습니다.
>>> 앞선 질문과 연관되어 있습니다만, 동문으로서, 그리고 기업의 경영인으로서 서울공대의 교육과 관련하여 바라는 것은 무엇입니까? 아울러 현대건설이 바라는 인재상이 있다면 어떤 것입니까?
현대건설은 꿈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창조적 예지 ▲적극 의지 ▲강인한 추진력의 3대 현대정신과 기본 소양을 갖춘 인재를 선발하여 회사의 비전에 부합하는 미래인재로 키우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건축을 하는 사람은 인간의 감성에 호소하고 삶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이는 건축학 이론이 아닌 미술, 문학, 철학, 음악 등 인문학을 통해 배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젊은이들이 입시공부와 취업준비에 쫓겨 기본소양을 갈고 닦는 일을 등한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서울공대도 전문지식은 물론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인재들이 배출될 수 있도록 다채로운 커리큘럼이 운영되기를 기대해봅니다. 변화하는 패러다임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건설회사에 근무하는 사람도 시공뿐만 아닌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같은 통합 매니지먼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하거든요.
>>> 산학협력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단순히 기업에 입력을 제공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기술과 개발, 연구와 실행이라는 두 부문에서 학교와 기업은 서로 할 일들이 있을 것입니다. ‘공과대학다운 공과대학’을 만드는 것이 현 학장단의 비전입니다.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 앞으로 산학협력의 확대를 위해 어떤 노력이 요구되는지 의견을 부탁 드립니다.
서울공대가 더 적극적으로 산학협력을 강화하면 좋겠습니다. 학교에서 이론적인 전공지식을 배울 뿐 아니라 견적실습 같은 실무적인 것도 배울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졸업 후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는 따로 현업에서 뭘 하는지 실무 실습을 하는 기회를 제공해주어야 합니다. 저는 신입사원 때 현장에 가서 어깨너머로 수많은 시행착오를 하면서 겨우 배웠습니다. 한 번은 도마리체크를 해오라고 지시 받았는데 그게 뭔지도 몰라서 한참 헤매다가 하루 종일 이렇게 저렇게 해 갔더니 뭘 어떻게 하라는 것도 가르쳐주지 않고 다시 해오라고 해서 힘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학생들이 사회에 필요한 인재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사전교육을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산학협력을 통해 학생들이 취업 후의 역할에 대해 사전 체험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현대건설 직원들이 직접 강의에 참여하여 생생한 현업의 목소리를 전달하거나, 방학을 활용한 해외현장 체험, 연구과제 공동수행 등 다양한 지식 습득과 실무 체험의 기회가 제공되기를 희망합니다. 또한 학생과 현업의 실무자들이 그룹별 멘토로 지정돼 수시로 생생한 조언을 주고받는 것도 좋은 계기가 될 듯 싶습니다.
최근 신문을 통해 건설산업이 ‘힘들고(difficult)’ ‘더럽고(dirty)’ ‘위험한 (dangerous)’ 3D에 ‘꿈이 없다(Dreamless)’가 더해진 4D 산업으로 불린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서울공대 건설 관련 학과의 지원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이런 아쉬운 부분 역시 산학협력을 통해 극복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학생들이 건설산업 동향을 제대로 파악하고, 무궁무진한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알게 된다면 지원자 역시 늘지 않을까요?
>>> 사장님께서는 서울대 건설산업최고전략과정(ACPMP) 3기를 수료하셨고 건설산업 분야 동문들의 교류를 강화하는 데도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계십니다. 이러한 선도적인 역할을 평가 받아 2012년에 서울대공대 동문들이 가장 영예롭게 여기는 ‘자랑스런 공대동문상’도 수상하셨는데요, 동문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 드립니다.
건설산업, 특히 건설회사에서 종사하는 서울공대 동문들은 자타가 공인하는 핵심 인력입니다. 현대건설에도 토목 · 플랜트 · 전력사업본부 본부장을 비롯하여 전체의 4%에 해당하는 200여 명의 임직원이 서울공대 출신입니다. 동문 직원들은 대체로 진취적이고, 시야가 넓으며, 매사에 치밀한 공학도다운 면모가 돋보입니다. 게다가 본인의 역량을 키우는 노력 또한 게을리 하지 않습니다.
우수한 능력으로 조직 내 중추적인 역할을 하며 차세대 리더로서의 역량을 충분히 갖추고 있지요. 하지만 뛰어난 개인 역량에 비해 조직과의 융합이나 팀워크에는 아쉬운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앞서 말씀 드린 대로 ‘사람’이 중심이 되는 건설산업에서는 타인과의 융화, 조화, 이해가 필수요건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 동문들은 인문학적 역량을 쌓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주시기 바랍니다.
>>> 평소 좌우명으로 삼고 계신 것이 있다면 알려주십시오.
제 좌우명은 가운데를 뜻하는 ‘중(中)’입니다. 먼저 가운데는 핵심을 뜻합니다. 저는 매사에 가장 중요한 핵심을 파악한 후 이를 우선적으로 실행하려고 노력합니다.
두 번째 가운데는 중용(中庸)과 같이 지나치거나 모자람 없는, 그 어느 곳으로도 치우치지 않은 상태를 뜻합니다. 때문에 저는 항상 양쪽의 입장을 견주어 편파적이지 않고, 왜곡되지 않은 생각을 가지고 행동하려 노력합니다.
마지막으로 가운데는 과정을 뜻합니다. 저는 모든 결과에는 과정이 선행된다고 믿습니다. 과정을 통해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결과보다 그 겪어온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모든 일에 결과뿐 아닌 과정을 함께 살펴보려 노력하는 편입니다 .
정수현 현대건설(주) 대표이사
1952년 서울에서 태어나
1969년 서울고등학교,
1973년 서울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했다.
1975년 현대건설입사, 주택사업본부 이사, 건축사업 본부장, 현대엠코(주) 사장
2011년부터 현대건설 사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2006년 서울대 대학원 건설산업최고전략과정(ACPMP) 3기 수료했으며,
2011년 금탄산업훈장,
2012년 자랑스런 공대동문상을 수상했다.
Step 3. 연구실 인터뷰 – 조건과 가능성을 ‘ 건축으로’ 만들다
Step 4. 연구실 동향 – 건축사 연구실, 구조재료 실험실, 『시간을 짓는 공간』 발간
Step 3 & Step 4 는 파일 1회 업로드 양을 초과하여 생략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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