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라스트 사무라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깊이 생각하고 보지 않아도 되는 괜찮은 영화였다.
그러나, 일본의 사무라이영화를 보는 동안은
뭔지는 몰라도 목에서 늘 걸리는 것이 있다.
일전에는 '바람의 검심'이라는 사무라이 영화를 보았었다.
만화로 된 바람의 검심을 아들이 재미있게 보는 것을 보고
나도 아들과 같이 재미있게 읽었기에 영화로 만들어진것은
어떨까하는 생각에 보았었었다.
만화로 만났을 때는 잘 느끼지 못한 껄끄러움을
오늘 본 라스트사무라이와 같이 느꼈다.
피튀는 사무라이들의 칼싸움을 볼라치면
아, 저런 낭인들이 우리의 명성황후를 죽였겠구나ㅡ 하는
가슴이 서늘해지는 느낌이 왔던것이다.
날카로운 칼바람이 불 때마다
칼만 들고 총과 대포에게 달려드는 그들의
비장함이 내 가슴을 베는 서늘함을 함께 동반하는 것은
'늙은 여우를 베다'라는 글자가 새겨진
일본도의 '늙은 여우'가 명성황후가 아닌가 라고 추측하는
언젠가 텔레비젼에서 방영된 다큐의 해설이 내내 기억속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일본, 그들은 못할 짓을 너무 많이 우리에게 했다.
일본인이 만든 '바람의 검심'이나 미국인이
만든 '라스트사무라이'든 어떤 껄끄러움을
지니고 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일본의 영화를 많이 본다.
엽기적인 면과, 섬세함, 잔인함, 간결함, 인간애의
따스함까지 일본은 여러가지 색의 모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기억에 남는 것은
분분히 지던 그 벗꽃의
처연한 화사함
잔상이 잔잔히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