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정리
2023.8.30
6월 11일 손목 골절상을 입고 병원에 가니 6주간 치료를 받고
이후 12주간은 재활훈련을 해야한다는 말을 들었다.
앞이 캄캄했다. 한참 농사일이 바쁜 시절인데...
자신의 실수를 후회해 봐야 이미 엎질러진 물이라
그나마 왼손을 다쳐 다행이라고 위로하면서
치료기간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불편하기는 하지만 오른손으로 글씨는 쓸 수 있어
성경 필사를 열심히 해 신약을 끝내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리고 앨범을 정리해 컴퓨터에 저장하면서
당시를 회상하며 해외여행을 하기로 했다.
앨범은 커서 책장에 꽃을 수가 없어 보관하기도 힘들고
들쳐 볼 시간도 없기에 앨범 처분에 대해 골치거리였다.
2가지 목표를 세우고 나니 다친 것이 오히려 은총으로 여겨졌다.
하루종일 집안에서 글쓰고 사진찍고 작성하고,
틈틈히 재활 운동도 하면서 나름 보람있게 보냈다.
아내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오늘(8.21)로서 10주가 지났다.
신약성경도 85% 정도 써서 9월 안에 완필할 예정이며
앨범정리도 거의 끝나가기에
직장시절 출장, 시찰, 어학연수 등으로 다녀온 여행사진을
조금씩 차례로 포스팅하면서 남은 재활기간
다시 여행하는 즐거움에 젖어 볼 생각이다.
땅콩과 들깨 수확
2023.9.26
금년에는 잎마늘 농사를 줄이려고
밭 가장자리에 땅콩과 들깨를 심었습니다.
땅콩은 내가 좋아하는 견과류기에 매년 조금씩 심지만,
금년에는 제법 많이 심었기에 내심 수확이 좋으면
우리성당 마트에 팔겠다는 계획이었지요.
하지만 땅콩이 잘 여물 때까지 땅속 벌레(굼벵이)와
까치, 꿩등이 파먹어 고민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고민하다 수확량이 적더라도 수확시기보다 일찍 수확했습니다.
역시 땅콩에 구멍이 뚫려 빈껍데기 땅콩이 많았고
수확량도 적었습니다.
일일이 따고 씻어서 말리고 좋은 것만 골라 까보니
총 10Kg 중 좋은 것이 6Kg정도 되었습니다.
요즘 우리성당 마트에 상품종류가 별로 없어
구색을 갖추는 것도 필요하여 아내와 상의하여 팔기로 했습니다.
새벽미사 독서 마치고 제의방에서 신부님께 이야기하니
추석을 앞두고 좋은 생각이라며 대환영하셨습니다.
오늘 (25일) 딸과 손녀가 오기에 아내가 공항에 가면서
포장재를 사와서 담아보았고 나는 상표를 간단하게 만들었습니다.
수요일(27일)쯤 본당에 갖다 놓을 예정입니다.
땅콩 고르는 작업을 밖 정자에서 하고 있는데
수십 마리가 넘는 참새들이 들깨를 옮겨다녔습니다.
가까이 가서 들깨를 보니 꼬뚜리가 까맣게 익기 시작했습니다.
아직 수확하려면 2주일 지나야 하지만 참새에게 빼앗길 참입니다.
그래서 참새에게 빼앗기는 것 보다
수확량이 떨어지더라도 조금 일찍 수확하기로 하고
아직 잎이 파란 들깨를 베어 마당에 널었습니다.
딸과 아내가 도착해서 하는 첫마디는
"혜안(요안나)이 놀 마당이 없어졌네!" 였습니다.
땅콩 포장작업을 하고 밖을 내다보니
퐁낭에 수십 마리의 참새가 앉아 재잘거리고
들깨에도 앉아 있었습니다.
밭에 들깨가 없어지자 찾아서 우리 집 마당에 침입한 것입니다.
아래와 같이 그물망을 쳤습니다.
참새를 쫓으면 다시 찾아오기를 반복,
할 수 없이 그물망을 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정말 농사짓는 것이 점점 어렵습니다.
날씨도 이상현상으로 예기치 않은 피해를 입고
땅속 벌레들, 개체수가 늘어난 조류들도 문제입니다.
우리 먹을 것을 농사짓기에 큰 문제는 아니지만
그래도 농사꾼은 수확의 기쁨을 누려야 하는데~
제주도에서는 참깨농사는 많이 짓지만
들깨 농사를 짓지 않습니다.
제주에 처음 와서 들깨를 심었는데 태풍이 오자
잎은 물론 줄기까지 잘려나가서 한톨도 수확못했지요.
금년에는 들깨잎을 먹으려고 옥수수밭 고랑에 씨를 뿌렸는데
양이 너무많아 농사가 잘 안되는 밭주위에 심었습니다.
다행히 큰 태풍이 없어서 제법 많은 수확을 기대했는데
참새들 때문에 수확이 많이 감소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제 소원 중 하나가 제주에서 내가 농사지은 것으로 짠
들기름 먹는 것이었는데 이 소원은 이루어질 것 같습니다.
들깨도 털어서 두 말 이상 수확이 된다면
들기름을 짜서 교우들에게 선을 보일 생각입니다.
아래 사진처럼 들기름 상표가 붙여지길 기대하며~
들기름을 짜다
2023.10.21
나는 들기름을 좋아한다.
고소한 참기름도 좋지만, 들기름에 비벼먹는 맛이 일품이다.
육지에서는 매년 들깨를 심어 들기름을 짜 먹었다.
특히 들깨밭에서 일하는 것을 좋아한다.
들깨잎을 스치면서 나는 들깨향기가 좋아 자주 들깨밭에 나가
북도 주고, 풀도 뽑고, 순도 자른다.
제주에 입도한 지 8년이 되었다.
입도한 다름 해에 들깨를 심었다.
무성히 잘 자라고 있었는데, 태풍이 불어 잎과 줄기를 날려버려
앙상한 가지만 남아 한 톨도 수확하지 못했다.
들깨잎은 태풍이 오기 전 순지르기 하여 잘 먹었지만~
아쉬움에 다음 해에 또 심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이후 들깨는 심지않고 참깨를 심어 참기름을 짜서
우리성당 신창마트에서 팔기도 하고 지인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우리 밭에는 매년 잎마늘 농사를 짓는데
윤작(돌려짓기)을 하지 못하여 윤작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윤작은 일정 기간 동안 특정 분야에서 재배되는 작물의 유형을
번갈아 가며 사용하는 농업기술이다.
윤작은 토양 비옥도 개선, 해충 및 질병 방제 강화, 농작물 수확량 증가 등
농부들에게 많은 이점을 제공한다.
윤작을 하지 못해 마늘 농사도 점점 잘 되지 않고 힘도 부쳐
마늘 농사를 줄이기 위해 밭주위에 들깨를 심었는데
다행히 금년에는 큰 태풍이 없어서 수확하게 된 것이다.
열매가 익으려고 할 때 참새 수십 마리가 몰려다니며
들깨 열매를 쪼아먹기에 처음에는 계속 쫓는 일을 했지만
참새와의 싸움에서 이길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2주일 정도 일찍 수확해서 마당에 널고 그물망을 씌워
어렵게 말린 후 수확했는데 10킬로 조금 넘었다.
방아간에 가서 기름을 짜보니 300미리 11병이 조금 넘었다.
그렇게도 제주에서 재배한 들기름을 먹고 싶었는데
기대하지 않았는데 금년에 소원을 이룬 것이다.
사람은 속으로 제 할 일을 계획해도
그것을 하나하나 이루시는 분은 주님이시다(잠언 16,9)
는 성경 말씀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 것이다.
마트에 상품을 진열하고 난 후
성당 마당에 떨어진 은행을 주워다 껍질을 까서 말렸다.
폐질환에 좋다고 사람들이 권했기 때문이다.
며칠 전 아내가 천연 수세미를 만들어 사용한다고 해서
수세미 껍질을 벗겨 말리는 작업을 했다.
어렸을 때 어머니와 누나들이 재배한 수세미로
설겆이 할 때 쓰던 기억이 났다.
시골에 살면 많은 추억을 되새기게 한다.
좋은 자연환경과 함께 하느님의 창조사업을 느낄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이제부터는 마늘 밭에 열심히 물을 주고
수확할 날을 기다리는 즐거움을 느낄 때다.
조석으론 제법 서늘하지만 실내에 침투한 모기 때문에
요즘 잠을 설치는 경우가 많다.
가을이 가기 전에 억새를 보러 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