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우리 교회는 주일 예배를 마친 후 성도님들과 함께 식사 교제를 나눈다.
매년 5월쯤이면 빼먹지 않고 식단에 넣는 음식 중 하나가 다슬깃국이다. 강원도에서는 골뱅이 국이라고도 부른다(흔히들 무침으로 먹는 커다란 골뱅이는 큰구슬우렁이이고, 강원도에서 골뱅이라고 부르는 것은 다슬기를 가리킨다).
하나님이 덕천리의 환경에 허락하신 선물 중 하나가 동강(東江)이다. 매년 동강에 있는 골뱅이(다슬기)가 어르신들에게는 이제 그림의 떡인 듯하다.
젊은 시절에는 골뱅이를 많이 잡았다는 무용담을 쏟아내곤 하신다. 나이가 드시니 이제는 골뱅이를 잡을 기력조차 없지만 그 맛은 기억하시는 것 같았다.
골뱅이 국 한 그릇 먹었으면 좋겠네라는 말씀을 아내는 귀담아들었던 모양이다. 매년 강물이 범람하기 전에 한두 차례 꼭 골뱅이를 잡아 와서 손질하고 주일 점심상에 올리곤 한다.
골뱅이 국은 건강에 좋다고 서로들 말씀하시며 참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며칠 전, 어김없이 해 질 무렵 나가서 골뱅이를 잡아 온 아내와 솔이가 나를 불러서 자기가 잡은 골뱅이를 봐달라고 요청한다.
"골뱅이 많이 잡았어요! 내일 실컷 먹겠어요."
양파 자루에 반절 정도 잡아 온 골뱅이를 보란 듯이 그릇에 쏟아내고는 자신의 수고를 통해 얻은 결과물을 남편이자 담임목사인 내게 결산 받기를 원하는 모양새다. 그때 내 머릿속으로 문득 들어온 단어가 있었다.
결. 산.
바로 결산(決算)이라는 단어였다.
그렇지! 마치 골뱅이를 잡아와서 쏟아 보이며 결산 받기를 원하는 아내처럼,
나도 내 삶, 목회자로서의 사역, 주님이 맡겨주신 일들을 가지고
주님 앞에 서는 날, 주님 앞에서 결산 받을 때가 있지 않은가!
나는 선한 싸움을 싸우고 나의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으니
이제 후로는 나를 위하여 의의 면류관이 예비되었으므로 주 곧 의로우신 재판장이 그날에 내게 주실 것이며 내게만 아니라 주의 나타나심을 사모하는 모든 자에게도니라 - 딤후 4:7,8
목회 사역의 최종 목적지는 바울 사도가 그러했듯이 결산 받으실 분, 예수 그리스도 앞에 서는 것이다. 주님 앞에 서는 날에 주님께서 너는 무엇을 하다 왔니?라고 물어보시면 나는 과연 뭐라 대답할까? 향방 없이 달려가지 않고, 분명하고 정확한 푯대를 향해 달려가는 사역이 되길 소망한다.
우리 교회가 복음의 전진기지로 쓰임 받기를 소원한다.
샤머니즘이 강한 지역이지만 복음과 함께 섬김의 사역으로 복지 사역을 해나가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고 증거하기를 소망한다.
또 다른 소망은 우리 덕천리 지역이 복음으로 하나 되는 마을이 되는 것이다.
이미 승리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로 이곳을 덮어주셔서, 모든 우상이 무너지고 사라지며 복음으로 하나 되어 마을 전체가 예수님 믿는 믿음의 덕천리가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내 주님 앞에 섰을 때 주님이 부끄럽지 않으시도록, 부르신이를 기쁘시게 하는 사역이 되고 싶다.
많은 사람을 옳은 길로 인도하지는 못했을지라도, 적어도 주님이 그토록 찾으시던 잃어버린 한 영혼을 주께로 인도하여 결산 받고 칭찬받기를 간절히 소원한다.
그래서 주님께서 너 뭐 하다 왔니?라고 물으시면 저 최옥녀 할머니 데리고 왔어요, 저 양덕순 할머니 데리고 왔어요, 한덕삼, 이창재, 배동옥, 박순애, 박옥분 하며, 주님이 사랑하시는 영혼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말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여전히 부족하지만 주님 앞에 설 날을 고대하며, 결산하실 이를 기쁘시게 하는 사역의 주인공이 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꿈꾸어본다.
-부름 받아 나선 이 몸 어디든지 가오리다, 최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