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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울컥☆]의 앞표지(위)와 뒤표지(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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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컥◎]
함순례 시집 박종준 사진 / 오후시선 05 / 도서출판 역락(2019.06.28) / 값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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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컥
강물이 흐느끼는 소리
파란만장하게 스며드는
신성리 갈대밭
노랑이어리연, 나비처럼 날고 있다
그 꽃 하도 이뻐
그 물웅덩이 하도 가벼워
세찬 바람도
잠시 숨 고르는 사이
그 사이
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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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빽한 대를 솎아내자
대숲 소리가 다르다
우듬지에 머물던 바람
몸통으로, 발치로 내려와 놀고 잇다
이제야 맘껏 휘청이겠다
온몸으로 울 수 있겠다
눈물
- 박용래와 김용재 시인의소 담笑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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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은 왜 자꾸 울어?
우는 게 뭐 어째서?
너무 많이 우니까 그렇지 ……
세상이 이런데 울지 않고 베기나!
콩 한 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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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식 사흘째
메주공장 견학 갔다가
삶은 메주콩 한 알
공손히 받아
열 번 스무 번 씹었다
고요하던 뱃속
금새 요동쳤다
굶는 일
너무나 쉬웠다
파문
물속을 바라보는데
나와 똑같은 얼굴이
너는 누구냐 하고 마구 쳐다본다
때마침 바람이 불고
파르르 그 얼굴 흩트리고 간다
그러니까 물속을 바라보고 잇는 나는
물인 듯 바람인 듯
잠시 다녀가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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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양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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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골목 돌계단 위
스미듯
스며들 듯
멀어진 꽃잎들의
긴
입맞춤
그 순간
우주가 기우뚱
홍연紅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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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을대로 익은 홍시 하나가 몸을 날렸지
느닷없이 그를 받아 안은 바위
그 붉은 치맛자락에 코를 묻고
혼몽하니 정신을 놓고 있었지
그리하여 서로를 껴안고
한백년 단잠에 든다는 거
꿈이라도 꿔봤나 오매 남아
아픈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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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도 알아보지 못하는
초로의 여인에게도
잃어버리지 않은 말이 있다
사랑해요 당신이 필요해요
연애시절 줄곧 하던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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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꼽
지구별에 안착한 이들의
지독한 당혹감
아주 쓸슬한 사랑의 꽃
품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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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눈과 눈꽃
얼어붙은 몸과 몸
안간힘으로 달아오르는
그 즈음
고마데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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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최남단 평화공원은
철의 폭풍에 쓰려져간 영혼들의 거대한 풍장터
빼곡이 들어간 검은 비석을 돌고 돌 때
거기 새겨진 낯익은 이름들 하나하나 불어볼 때
고마 데이시,
슬픔을 먹고 자란ㄴ나무들
손사래치듯
바람에 실러 보내는
울울한 그리움
꽃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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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통 안에
수건을 깔고 덮고
잠든 아기
눈으로 꼬옥 쥐어보며
물이 튈라
살살 에돌아 다니는
엄마
남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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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두 마리가
볕 바른 풀밭에 나란히 누워 있다
서로의 다리와 다리를 포개고
팔과 팔을 두른 포즈가
ㅊ천년을 지켜온 숲처럼
묵묵하고, 당최, 고요하다
먼 길을 떠난 어미의 그림자
피었다 스러지는 사ㅓ이
초록이 제 얼굴
감싸며 진동하는 서이
한낮이 고갤 꺾고 깊은 묵상에 든다
졸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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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단박에 쓰러뜨릴 수도
천천히 찌그려뜨릴 수도 있으니
행여 나를 졸로 보지 마시라
봄은 멀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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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눈 위에 쌓인 눈을 바짝 껴안은 매화나무
얼어붙은 실비듬 털어내느라
오늘도 안간힘으로 떼놓는 저 노인의 한 걸음
그리움에도 물이 오르는지
여기저기서 날아드는 저들의 지극한 안부
참하다 참하고 참하다
반성
봄빛 청청한 숲에 들어 호젓이 걷던 중입니다 다소곳이 피어 있는 천남성, 구슬봉이, 비비추, 각시붓꽃 환한 눈짓에 취해 자지라지게 웃었습니다 그러다가 그만 그 근처 머위잎, 진달래 욕심껏 따고 캐고 말았습니다
산그늘 연한 풀꽃들 아슬아슬 가슴을 쓸어내렸을 것입니다
회식
나이 많고 계급 높은 상사가 이거 먹어라
저거 먹어라 챙기는 게 영 귀찮기만 하고
밥상의 수저질가지 지시받아야 하나
표 나게 딴청 피우던 젊은 부하 직원이
상사가 말아준 폭탄주가 너무 맛있어
벌떡 일어나 경례를 올려 부쳤던 것이다
충성! 뜻밖에, 뜻밖의 충성이
신비롭게 태어나 밤을 달리기도 하는 것이다
진눈깨비 오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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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누군가에게
이 말을 간절히 들려주고 싶다
나 잘있어
설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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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의 말
저녁 강물에 윤슬이 흐른다
말을 아끼며 깊고 아득한 울림으로 반짝이는 물결의 노래를 듣는다
그 안에 큰 산이 숨어 있다.
이번 시집의 고향이 저 강물과 같다.
그러나 참 어둑하다. 간절한 그리움으로 다가가야 할
서정을 위하여, 갈 길이 멀다.
시와 사진이 만났다.
사진이 묵향과 채색이 시에 머물기도 스치기도 하지만
각각의 시선을 흘러 물결을 이루기를 기대해본다.
2019년 초여름
함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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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순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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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3년《시와사회》로 등단하여
∙ 시집『뜨거운 발』『나는 당신이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고』를 냈으며,
∙ 한남문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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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순례 시집 [울컥], 우리는 모두 ‘울컥’할 때가 있다
지현 기자 | 승인 2019.07.30 17:05
흑백의 사진과 시 맞물려 감정 표현
시, 짧지만 강한 인상과 무게감 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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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뜨거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
무엇을 적겠느냐 무엇을 쓰겠느냐
― 나에게 묻는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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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언가 북받쳐 오를 때 울컥한다. 참고 참다가 터져버린 감정 하나하나는 모두 소중하다. 슬픈 것도, 감동으로 벅차오르는 것도 모든 표출되는 감정에는 저마다의 깊은 사연이 담겨있기에 더욱 애틋하다.
특히나 이러한 여러 감정들이 시각화된 이미지와 함께 표현된다면 더욱 선명하게 전달될 것이다. 함순례 시인이 사진으로 비춰 본 풍경과 다양하고 복합적인 감정을 깊이감있게 녹여낸 시집 ‘울컥’(도서출판 역락)을 펴냈다.
짤막하게 쓰인 함 시인의 시는 깊은 무게감을 보이며 긴 여운을 선사한다. 그는 각양각색의 자연의 모습을 섬세하고 세심하게 관찰하고 인간의 모습으로 빗대어 표현, 독자들과 감정적인 교감을 더 쉽게 이룰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살아 숨 쉬며 흐느끼는 듯한 느낌을 주는 강물, 톡톡 창문을 두드리다 사라진 손님 같은 빗방울 등 모든 것들은 단순한 자연적인 존재가 아닌 인간의 감정적인 부분과 직결한다. 그는 또 일상에서 마주한 상황 속에서 자신이 떠올린 생각들에 대해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진심 어린 성찰과 소회를 통해 표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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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 모든 것은 시집의 한편을 가득 채운 사진을 통해 극대화된다. 생각에 잠기게 하는 흡입력 짙은 어두운 흑백의 사진은 마치 수묵화 같은 모습으로 강한 임팩트를 심어준다. 그렇기에 시를 읽기 전 그리고 시를 읽고 난 후 다시 살펴본 사진과 시는 의미와 감정적인 측면에서 분명 다르다.
‘울컥’은 모두 4부로 구성돼 모두 50편의 시를 담고 있다. 함 시인은 지난 1993년 ‘시와 사회’로 등단해 시집 ‘뜨거운 발’, ‘혹시나’, ‘나는 당신이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고’ 등을 펴냈으며 한남문인상을 수상했다. 그는 현재 대전작가회의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함 시인은 “저녁 강물에 윤슬이 흐른다. 말을 아끼며 깊고 아득한 울림으로 반짝이는 물결의 노래를 듣는다. 그 안에 큰 산이 숨어 있다”며 “이번 시집의 지향이 저 강물과 같다. 사진의 묵향과 채색이 시에 머물기도 스치기도 하지만 각각의 시선으로 흘러 물결을 이루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김지현 기자 kjh0110@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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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책]
함순례 시인 네번째 시집 '울컥' 출간
평화와 상생 노래하는 50편의 시와 사진 엮어
승인 2019-07-07 19:32 수정 2019-07-07 19:32

함순례 시인이 네번째 시집 '울컥'을 출간했다.
삶의 희로애락과 평화와 상생을 노래하는 50편의 시를 사진과 함께 엮었다.
함순례 시인은 앞선 시집에서 슬프고 아픈 기미를 찾아 치열하게 끌어안으려는 마음을 보여줬다. 물론 '울컥'에서도 지향점은 전작들과 같다. 하지만 시인은 분명하고 맑지 않은 세상에 격렬하게 토로하기보단 말을 아끼고 묵묵한 시선으로 바라봄을 통해 성장한 시인의 시선을 보여준다.
시인은 "이번 시집의 지향이 저 강물과 같다. 그러나 참 어둑하다. 간절한 그리움으로 다가가야 할 서정을 위하여, 갈 길이 멀다"고 고백한다.
이어 "시와 사진이 만났다. 사진의 묵향과 채색이 시에 머물기도 스치기도 하지만 각각의 시선으로 흘러 물결을 이루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함순례 시인은 1993년 시와 사회로 등단했고 2008년부터 '작은 詩앗 채송화' 동인으로 활동하며 연간 2회 무크지를 발간하고 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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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lfgang Amadeus Mozart(1756-1791)
바이올린 소나타 제21번 마단조 K 304
Violin Sonata No21 E minor K.304 [Allegro]
*출처: 관악산의 추억(http://cafe.daum.net/e8853/MUEz/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