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둘람 굴에 피한 이들~~
제가 섬기고 있는 교회가 자리한 동네는 주변의 산세가 야트막한 산들이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마을입니다.
교회를 중심으로 보면 부채를 활짝 편 모양새로 오른쪽 골짜기는 도촌리요, 왼쪽은 넓은 창리뜰과 두 개 마을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지역과 함께 하려는 저희교회의 마음의 표현으로 관내 3개 마을 주민이 상사(喪事)를 당한 부고를 접하게 되면 교회의 이름으로 조화바구니를 수년째 보내고 있습니다.
최근 습관적으로 군청 홈페이지 부고란을 살폈을 때 50대 초반의 비교적 젊은 가장의 부음이 게시되었습니다.
젊은(?)층의 궂긴 소식도 마음이 쓰였지만, 유족으로 자녀3명의 이름만 등록되어 있음이 더욱 신경이 쓰였습니다.
그러던 중 식사를 하면서 아내로부터 도촌리에 사는 초등학생이 바로 그 유가족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린 나이에 부친을 떠나 보낸 아이의 마음과 양친이 없이 험한 세상을 살아내어야 할 아이를 생각하니 눈시울이 절로 촉촉해졌습니다.
그렇게 한주간이 흐르던 중, 때 마침 월드비전에서 저소득층 가정의 어린이 돕기 차원의 냉방비 지원 대상자 추천을 의뢰해 왔습니다.
잘 됐다는 마음으로 구비 서류를 가지고 그 댁을 찾아갔더니, 돌봐 주시는 이모 할머니께로부터 간략하게나마 사연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지원 서류를 작성하여 교회로 가져다주실 것을 부탁드리며 돌아서는 순간, 어린아이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눈이 맑은 아이를 보면서, 아이는 의연한 모습인데 왜 제가 울컥해 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월드비전으로 서류를 접수하자 담당 간사분이 그댁 형편을 구체적으로 알기 원하는데, 내밀한 가정 사정을 묻기가 조심스럽다며 시간을 달라 하며 냉방비 지원만이라도 우선적으로 처리해 주길 요청했습니다.
가슴 아픈 가정의 처지를 보며 마음이 불편했는데, 같은 강원노회 소속의 어느 미자립 교회 목사 사모가 뇌출혈로 쓰러졌다는 더 큰 아픈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이십여년 전에 신학 수업을 받았던 세대라면 공감이 될 찬송이“부름받아 나선 이몸”일 것입니다.
뜨거운 가슴으로 부르심이 있는 곳이라면 “빈들이나 아골 골짝 같은 거리라도 복음 들고 가라시면 순종하겠습니다.”라는 거룩한(?) 열망을 품고 개척자의 길에 뛰어 들었습니다.
황무한 도심지에, 배경이나 연줄이 없이 교회를 설립했던 많은 목회자들이 개척 사역을 한 후 3-5년 이내에 자리 잡지 못하면 뿌리내리기는 참 요원한 현실입니다.
뜨거운 심장으로 소외되고 밀려난 한 심령을 품고서 어느 정도 신앙적으로 양육시켜 놓으면, 좀 더 신앙생활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규모의 이웃교회로 발길을 옮겨버리는 일들이 자연스러운 것이 조국교회안의 한 흐름이지요.
작은 교회를 섬겨나가는 많은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하소연하는, 쓰라리면서 냉혹한 현실을 몇 차례 겪게 되면 목회자 부부에게는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게 됩니다.
아마도 뇌출혈로 투병중인 사모님도 이런저런 일로 압박감이 심했겠지요.
온갖“환난 당한 모든 자와 빚진 모든 자와 마음이 원통한 자”(삼상22:2上)들과 온 몸으로 부대끼며 살아온 세월의 고단함이 병을 키운 것은 아닐까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지나친 노파심일까요?
중증 환자로 판정받을 정도로 상태가 여의치 않은 자립대상교회 목회자 아내분을 위하여 여러분들의 합심 기도를 요청합니다.
또한“공의로운 해가 떠올라서 치료하는 광선을 비추어 주시는(말라기4:2)” 특별한 하나님의 은총이 침상위에 임하시길 더불어 기도해 주십시오.
나아가 이 가정의 누적되어 가는 치료비에 십시일반의 마음으로 협력해 주실 분은 010-5532-5935(이도형 목사)에게로 연락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여름의 가운데인 하지의 날씨 속에서 여러분 모두 건강에 유의 하십시오.
여러분 한명 한명을 주님의 이름으로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