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부처님이 기원정사에 계실 때, 어느 날 외로운 이 돕는 장자가 부처님을 찾아왔다.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장자여, 마음을 잘 단속하지 않으면 '몸ㆍ말ㆍ뜻'의 삼업을 단속 할 수 없으며, 몸ㆍ말ㆍ뜻의 세 가지 업을 단속하지 않으면 삼업이 함께 욕심에 더럽히게 되리라. 삼업을 더럽히게 되면 그 사람은 죽을 때나 죽은 뒤나 행복할 리가 없다. 비유하자면, 궁전에 지붕을 잘 덮지 않으면 들보며 서까래며 벽이 비에 젖어 썩게 되는 것과 같다. 장자여, 만일 마음을 잘 거두면 몸과 말과 뜻의 삼업이 잘 지켜져서 욕심에 더럽히지 않을 것이며, 따라서 그 사람은 죽을 때나 죽은 뒤에도 행복하게 되리라. 궁전에 지붕을 잘 덮으면 들보와 서까래와 벽이 비에 젖지 않고 더럽혀지거나 썩지 않는 것처럼ᆢ'."
어느 날 부처님이 기원정사의 후원에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사람들이 업을 짓는 데 세 가지 원인이 있다. 곧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다. 사람들은 이 세 가지 원인으로 업을 짓고, 업이 익는 곳에 태어나게 되며, 업의 과보를 뒷세상에서 받게 될 것이니, 마치 종자를 땅에 심어서 비가 알맞게 내리면 싹이 터서 자라나듯이 사람들이 이 세 가지 원인으로 업을 짓고 그 업이 익어서 과보를 받는 것이다.
비구들이여, 열반에 들어가는 업에 세 가지 원인이 있다. 곧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을 없애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업을 닦아 미래에 미혹의 생사에 끌리지 않고 열반에 들어가는 것이다. 마치 뿌리를 뽑는 풀과 싹을 꺽인 다라 나무와 같이, 또는 종자를 불에 태워 재를 만들어 물에 띄운 거와 같이, 다시 미혹의 생사에 끌려들지 않는다."
23 부처님이 기원정사에 계실 때였다. 어느 날 밤 비구들을 모아 놓고,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이 세상에 세 사람의 염라왕 사자를 보내오는데, 이제 그 사자에 대해서 이야기하겠다.
비구들이여, 어떤 사람이 이 세상에서 악한 일을 하고 지옥에 떨어졌다. 옥졸은 재빨리 그 사람의 손을 잡아 염라왕의 앞에 끌고 갔다. '왕이여, 이 사내는 세상에 있을 때에 부모에게 불효하며, 사문 바라문을 존경하지 아니하고, 스승과 어른들을 공경하지 않은 죄로 여기 잡아왔으니 적당한 벌을 내리소서.' 했다. 비구들이여, 그때에 염라왕은 그 사람에게 물었다. '너는 인간에 있을 때에 첫째 사자를 보았느냐?' '대왕이여, 본 일이 없습니다.' '그러면 네가 나이 늙고 허리가 굽어 지팡이에 의지하여 비틀거리는 사람을 보지 못하였느냐?' '대왕이여, 그런 노인은 얼마든지 보았습니다.' '너는 그것을 보고서도, 저렇게 늙을 것이니, 한시바삐 몸과 말과 마음으로 착한 일을 해야 되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느냐?' '대왕이여, 그곳에 정신을 차리지 못한채 너무 게으름만 피웠습니다.' '이 사내야, 너는 게으르면서 볼 것을 보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일에 게을러버린 것이다. 너는 그 게으른 죄보를 받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은 네 부모가 한 일도 아니며 형제자매가 한 일도 아니며, 벗이나 다른 사람이 한 일도 아니고, 네가 스스로 한 일이니 네가 그 보를 받아야 되리라.' '다음 너는 둘째 사자를 보았느냐?' '대왕이여, 본 일이 없습니다.' '그럼 너는 병이 들어 홀로 눕고 일어나지 못하고, 자기의 대소변 가운데 싸여 있는 가련한 사람을 본 일이 없느냐?' '대왕이여, 그런 것은 보았습니다.' '너는 그것을 보면서도 자기도 병에 걸릴 것을 생각하고, 몸 건강할 때 몸과 말과 마음을 단속하여 깨끗하게 하겠다고 생각지 않았던가?' '대왕이여, 나는 너무 게을렀습니다.'
'그리고 다른 셋째 사자를 보았느냐?' '보지 못했습니다.' '이 사내야, 너는 사람이 죽은 뒤 이틀 사흘이 지나서 시체가 부풀어 오르고 고름이 흘러나오는 것은 본 일이 없느냐?' '대왕이여, 그런 송장은 많이 보았습니다.' '너는 그것을 보면서 어찌 게을렀느냐? 너는 이제 그 게으른 죄보를 받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은 너의 부모나 형제ㆍ자매ㆍ벗ㆍ친척이 한 일이 아니고 네 스스로가 한 일이라 네 자신이 그 보를 받지 않아서는 안 되리라.'
이렇게 염라왕은 말을 마치고 입을 닫았다. 옥졸은 그 사내를 끌어내어 타는 불에 집어넣었다. 비구들이여, 이것이 염라왕이 이 세상에 보내는 세 사람의 사자다. 이 사자를 보면서도 오히려 깨지 못한 자는 긴밤에 슬퍼하지 않으면 안 되리라."
24 항가 강 남쪽에 떨어져 있는 발차국이라는 나라에서는 아직 부처님의 교화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기회는 익어 왔다. 그 서울 교상미에 사는 구사다, 굿구타, 바바리카 세 장자는 서로 친한 친구로서 함께 다른 종교를 믿고 있었다. 부처님이 세상에 나오셨다는 소문은 이 나라에도 들려왔다. 그 이교의 스승들도 부처님을 찾아뵙고자 사위성을 향해 떠났다. 이 세 장자도 그 뒤를 따라 항가 강을 건너갔다. 그들은 부처님을 믿고 받드는 신자가 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각기 자기 나라에다 절을 세우고 부처님을 모시기로 약속하고 돌아왔다. 뒤에 그들은 각기 구사다 정사, 굿구타 정사, 바바리카 정사를 짓고 부처님을 모시려고 사자를 보냈다. 이때에 부처님은 남쪽으로 항가 강을 건너 교상미 국으로 가시던 도중, 박가성 숨수마라기리 시 베사카라 동산에서 여름 한철을 안거하셨다.
이곳에 부처님이 오시자 많은 시민들이 모여와 부처님의 법을 들었다. 그 가운데 나쿨라의 어버이라고 하는 두 부부는, 처음이지만 부처님께 동경심을 내어 깊이 신앙심을 내고, 끝까지 진실한 신자가 되겠다고 맹세했다. 이튿날 부처님을 자기 집에 초대하여 공양을 올린 뒤 나쿨라의 아버지가 부처님께 사뢰었다.
"저의 처는 어릴 때부터 잘 아는 사람으로서 같이 만나 살아 온 뒤로 마음 구석에라도 순결치 못한 구름이 낀 적은 없었습니다. 이 세상에서 서로 만나 사는 것과 같이 오는 세상에도 서로 만나게 되는 법을 들려주시기 바라나이다."
"끝까지 신의를 잘 지키라. 그리고 계도 같이 지키고, 보시하는 마음도 같이 하고, 지혜도 같이 닦아라! 그러면 오는 세상에서도 같이 만나게 되리라."
이렇게 말씀하시고 부처님은 뒤에 '이 두 사람은 서로 마음을 같이하고 신의 있는 부부로서의 모범자로다'라고 칭찬하셨다.
이보다 먼저 아나율이 부처님을 모시고 있을 때이다.
"부처님이시여, 제가 가끔 깨끗한 하늘눈으로 여인들이 죽어서 지옥에 떨어지는 것을 보게 되었는데, 어찌하여 여인들은 지옥에 떨어지는 자가 더 많습니까?"
"아나율아, 여인은 세 가지 마음씨 때문에 죽어서 지옥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여인은 아침에는 아끼고 탐내는 마음에 사로잡히고, 낮에는 질투심에, 저녁에는 정욕에 사로잡히게 된다. 아나율아, 여인들은 이 세 가지 마음씨 때문에 지옥에 떨어지는 것이다."
25 어느 때에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 바람 따라 흐르고 바람을 거슬러 가지 못하는 향이 세 가지가 있습니다. 그것은 나무뿌리의 향과 나무속의 향과 나무 꽃의 향입니다. 이 향은 다 바람을 따라 흐르고 바람을 거슬러 가지 못하는데, 이 밖에 바람을 거슬러가는 향도 있습니까?"
"아난아, 그런 향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이에, 마을의 남녀들이 부처님과 부처님이 가르친 법과 스님네에게 귀의하여 살생ㆍ도둑질ㆍ음란한 짓ㆍ거짓말을 하지 않고 술에 취하여 방일에 빠지는 일이 없고, 계를 지니고, 착한 품성을 갖추어, 물들었던 탐욕을 여의고 항상 보시를 즐거워하게 되면, 이 사람은 어떤 사문ㆍ바라문이라도 칭찬하리라. 또 모든 하늘도 그 덕을 칭찬하리라. 아난아, 이것이 바람을 따라 흐름과 함께 또한 바람을 거슬러 가는 향이니라.
꽃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가지 못하고 전단ㆍ닥카라 ㆍ마스리카 향도 그러하다.
그러나 덕행을 쌓는 사람의 향은
바람을 거슬러 멀리 사방으로 흘러 퍼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