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28 성 이레네오 주교 순교자 기념일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7,15-20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15 “너희는 거짓 예언자들을 조심하여라. 그들은 양의 옷차림을 하고 너희에게 오지만 속은 게걸 든 이리들이다.
16 너희는 그들이 맺은 열매를 보고 그들을 알아볼 수 있다. 가시나무에서 어떻게 포도를 거두어들이고, 엉겅퀴에서 어떻게 무화과를 거두어들이겠느냐?
17 이와 같이 좋은 나무는 모두 좋은 열매를 맺고 나쁜 나무는 나쁜 열매를 맺는다.
18 좋은 나무가 나쁜 열매를 맺을 수 없고 나쁜 나무가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없다.
19 좋은 열매를 맺지 않는 나무는 모두 잘려 불에 던져진다.
20 그러므로 너희는 그들이 맺은 열매를 보고 그들을 알아볼 수 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오늘 축일을 맞이하는
이레네오님, 축일을 축하합니다.
낙산수도원 언덕받이 초입에 우뚝 서있던 오랜 감나무가 어느날 잘려버렸다. 해마다 늦봄이면 떨어진 감꽃들과 가을이면 홍시 되어 떨어진 땡감들이 길을 더럽혀 말썽쟁이가 된지 오래였기 때문이다. 그리운 추억이 잘려버린 것처럼 허전하고 섭섭하다.
다행히도 명륜동 수녀원 정원 가운데
수도자들의 정성어린 보살핌으로 크고 좋은 감들이 열려 사랑받고 있는 대봉 감나무들을 여전히 볼 수 있어 좋다.
아버지는 식구들이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집 둘레에 감나무를 한 그루씩 심으셨다.감나무가 나중에는 23 그루가 되었다. 우리집은 감나무집으로 불렸다. 아버지는 감나무마다 접을 붙이고 거름을 주며 정성껏 가꾸셨다. 나는 어릴 때부터 감꽃이 피고 떨어질 때는 감꽃을 주워 목걸이도 만들고 먹고 하기를 참 좋아 하였다. 그러려면 새벽에 남보다 일찍 일어나야 했다. 감이 익을 때면 홍시를 따 먹고, 추석 전에는 까마귀 밥만 남겨두고 감을 따는 날이 좋았다. 딴 감의 일부는 장독에 소금물에 담궈 삭히고 나머지는 껍질을 깎아 말려 곶감으로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가을 풍경 중에 감잎이 다 떨어지고 진홍색 감만 주렁주렁 달린 풍경과 곶감을 만드는 풍경을 참 좋아한다. 매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사람들을 기쁘게 하는 우리 감나무들과 함께 나는 자랐다. 그런데 감나무는 씨를 심고 그대로 두면 고염나무가 된다. 감나무가 되려면 접붙이기를 해야 한다. 그리고 좋은 나무가 되어 좋고 많은 열매를 얻기 위해서는 좋은 토양과 환경이 필요하다.
어릴 때 동네 친구들, 우리집 식구들, 성당 친구들, 초중고등학교 친구들, 대학 친구들, 연구소 친구들, 신학교 친구들, 수도원 식구들, 로마 유학시절 글로벌 친구들, 선교 현장 친구들, 정말 나에게는 옛날 우리 시골집 감나무들처럼 보물같은 사람들이다. 다 좋은 열매를 맺는 좋은 나무들이다.
친구를 덕분에 우리 밥집 화단에 푸짐하게 열린 산머루가 익으면, 작년처럼, 잘 씻어 설탕을 섞어 머루 효소를 만들고 싶다. 우리 친구들이 세상을 맛있고 즐겁고 아름답게 하는 효소가 되기를 기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