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서의 치열한 공방을 다룬 이야기는 헐리웃 영화의 소재로 즐겨 쓰이지요. 양측의 팽팽한 싸움이 흥미롭게 이어지는 가운데 재판 과정에서 생기는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극적인 반전, 결말의 감동까지 선물하니까요. 미스테리, 액션, 스릴러 같은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재미를 더하는 것도 법정영화의 장점이어서 처음엔 낯설고 지루할 것 같은 이야기라도 일단 영화가 시작되면 눈을 뗄 수 없게 되곤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수작으로 꼽는 '어 퓨 굿맨' '일급살인' 'JFK' '필라델피아' '펠리컨 브리프' '에린 브로코비치' 등은 모두 90년대에 만들어졌었고 최근에는 좋은 작품이 다소 드물었는데요, 오랜만에 인기 원작과 배우로 무장한 헐리웃 법정영화 한 편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번주 소개할 영화는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입니다. LA의 형사법 전문 변호사 ‘미키 할러(매튜 맥커너히)는 돈벌이가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는 속물입니다. 그의 고객은 대부분 뒷골목의 범죄자들이죠. 틀림없이 구속될 범죄자를 무죄로 만들고 감옥 대신 재활프로그램으로 보내기도 할만큼 수완이 좋은 미키는 돈 많은 의뢰인을 만나기 위해 운전사 딸린 링컨 컨티넨탈을 타고 다니며 대박 사건을 기다립니다. 그러던 어느날 미키는 '루이스 룰레(라이언 필립)'라는 의뢰인을 만납니다. 창녀를 집으로 찾아가 폭행하다 현장에서 체포된 루이스는 여자가 돈을 뜯어내기 위해 벌인 자작극이라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어요. 의뢰인이 억울한 누명을 썼다고 확신하는 미키. 뒷조사를 통해 루이스가 엄청난 부동산 재벌이라는 것을 안 미키는 사건을 덥썩 뭅니다. 그런데 웬걸요. 사건을 조사할수록 미심쩍은 것들이 늘어나고 미키는 점점 루이스의 유죄를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결국 루이스가 현재 살인 혐의로 감옥에 갇혀있는 옛 의뢰인의 사건과 관계가 있음을 알게 됩니다. 미키 자신이 의뢰인을 유죄라고 단정해 평생 감옥에서 썩게 만든 사건의 진범이 바로 루이스였던 것이죠. 모든 사실을 알게 된 그는 의뢰 받은 폭행사건은 변호하는 동시에, 루이스가 이미 묻혀버린 살인사건의 진범임을 증명하려 합니다. 범죄 스릴러 소설의 거장 ‘마이클 코넬리’ 원작 영화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는 소설가 마이클 코넬리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만들어졌습니다. 1985년 미국 델타항공 사고의 생존자 인터뷰로 퓰리처상 후보에 오르기도 한 그는 이후 LA타임스의 범죄담당 기자로 활동하면서 얻은 경험에서 소재를 얻어 1992년 첫 장편소설 ‘블랙 에코’를 발표, 에드거상(Edgar Awards, 에드거 앨런 포의 이름을 따 만든, 미국추리문학의 대표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마이클 코넬리는 이후 ‘해리 보슈(Harry Bosch)’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일련의 작품들을 통해 완벽한 구성과 캐릭터를 선보이면서 명성을 떨치게 되지요. 이외에도 ‘시인’ ‘블러드워크’ ‘허수아비’, 그리고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까지 전세계 40여개국에서 무려 4,500만 권의 판매부수를 기록하며 그는"현존하는 작가 중 명실상부 범죄 스릴러 장르의 거장"임을 입증했습니다. 그가 5년간의 취재를 통해 완성한 소설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는 화려한 지적 공방과 특유의 촘촘한 구성을 사실적이고 드라마틱한 전개로 선보이면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1위와USA투데이 21주 연속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는 등 화제를 모았다는군요. 이미 검증된 마이클 코넬리의 원작 때문이라도 영화가 선사할 탄탄한 스토리와 완성도 높은 웰메이드 스릴러의 진수를 기대해 볼 수 있겠습니다. 지난 3월 미국에서 먼저 개봉한 영화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는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장기간 박스오피스 상위를 유지하면서 5500만 달러(약 600억 원)의 수입을 기록하고 있다니 재미는 보장되어 있다고 봐도 좋겠어요. 두 매력남 매튜 맥커너히와 라이언 필립의 대결 원작의 명성 외에도 영화는 내로라하는 배우들의 출연으로 눈길을 끕니다. 먼저 링컨 자동차를 타고 다니는 속물 변호사 미키 할러 역의 매튜 매커너히. '콘택트' '웨딩 플래너' '10일 안에 남자친구에게 차이는 법'으로 인기를 얻으며 미국 피플지 선정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남자' 1위로 선정된 바 있는 그는 특유의 매끈하고 넉살 좋은 이미지에 진중한 무게감을 더해 독특한 캐릭터를 탄생시켰습니다. 매튜 매커너히는 출세작인 '타임 투 킬'(1996)에서도 신참 변호사를 열연해 호평을 얻었었는데요, 재미있는 것은 당시 그가 실제로 변호사를 지망하던 대학생이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런 배경 덕분에 사실감 넘치는 연기를 선보일 수 있었고 이후 일약 촉망받는 배우의 반열에 올랐던 것이죠. 그는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의 미키 할러 역할 역시 자신이 가장 잘 해낼 수 있다고 생각했고 캐스팅 제의를 흔쾌히 수락했다고 합니다. (원작자 마이클 코넬리는 코미디영화 '트로픽 썬더'에 잠깐 출연한 그의 연기가 마음에 들어 캐스팅을 원했다고 하네요.) 한편, 무고한 듯 악랄한 의뢰인 ‘루이스 룰레’ 역을 맡은 것은 라이언 필립입니다. 그는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으로 스타덤에 올랐고 '아버지의 깃발' '크래쉬' 등 작품성 있는 영화들을 통해 꾸준히 연기력을 다져온 배우이지요. 그가 이번 영화에서는 선악의 양면성을 보여줘야 하는 루이스의 캐릭터를 근사하게 소화해 내며 극에 팽팽한 긴장감을 이끌었다고 해요. (라이언은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에 함께 출연했던 리즈 위더스푼과 결혼했다가 7년만에 결별하기도 했었죠. 동안이지만 올해 38세에 아이가 둘인 아빠.) 아카데미 수상 연기파 배우들 총출동 반격을 거듭하는 게임을 펼치는 두 주인공과 더불어 조연들의 면모도 화려합니다. '내 사촌 비니'로 아카데미 여주조연상을 수상했고 '더 레슬러'의 인상적인 스트리퍼 역할로 다시 한 번 후보에 올랐던 마리사 토메이가 현직 검사이자 미키의 전처인 '매기' 역할을 맡아 지적인 카리스마를 선보여요. 미키 할러의 개인 수사관이자 오래된 친구로는 코엔 형제의 영화 '파고'로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던 윌리엄H.머쉬가 오랜만에 등장해 극의 또 다른 면을 이끌어 나갑니다. 여기에 '포세이돈' '뷰티풀 마인드'의 조쉬 루카스와 '로미오와 줄리엣'에서의 잊혀지지 않는 연기로 각인된 존 레귀자모, '타이타닉'을 비롯해 '용서받지 못한 자' '킹덤'의 명연기자 ‘프란시스 피셔’ 또한 합류했습니다. 이처럼 주조연을 막론하고 각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낸 개성 넘치는 연기파 배우들의 앙상블은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동시에 보는 이들을 스토리에 더욱 몰입하게 만들 것 같습니다. 실제 경험에서 우러나온 리얼함 원작자인 마이클 코넬리는 이 작품을LA 다저스의 팬인 이웃과 야구장에서 나눈 대화에서 착안했다고 해요. 실제 변호사였던 이웃에게 "주로 업무를 어디서 보느냐"고 묻자, "사실 거의 차 안에서 한다"고 대답한 것과 더불어 그 때 나누었던 생생한 대화를 바탕으로 작품의 전체 내용과 캐릭터들을 구상했다고 합니다. 연출을 맡았던 브래드 퍼맨 감독 또한 부모님과 조부모님 모두 변호사였던 법조계 집안출신으로 그쪽 생리를 잘 알고 있던 터라 더욱 사실에 근접해 연출할 수 있었다는군요. 의뢰인이 세상에서 가장 흉악하고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범죄를 저질렀다 하더라도 사건을 맡은 변호사는 그의 편이 되어야만 합니다. 또한 '변호사의 비밀유지특권' 때문에, 변호사는 의뢰인과 나눈 정보를 공개할 수 없고 그것을 증거로 채택할 수도 없습니다. 자신의 의뢰인이 과거 사건의 범인이라는 명백한 증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어떠한 증거도 이용할 수 없는 아이러니가 또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