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맛집 블로거는 대전 처가에 가면 꼭 들르는 빵집이 있다고 했다. 영화지에서 일하는 한 후배는 부산국제영화제 취재를 갈 때마다 국제시장 뒷골목 빵집에 꼭 다녀온다. 옛날 맛을 고스란히 간직해 입소문이 난 전통 빵집들. 전화로 주문하면 택배도 보내준다.
옛날식 단팥빵이 생각난다면 군산 이성당
‘제빵왕 김탁구’에 나왔던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이다. 단팥이 듬뿍 들어간 쌀앙금빵이 대표 메뉴다. 한입 베어 물면 속에 꽉 찬 팥 두께에 놀라고 그 맛에 또 놀란다. 여러 채소를 버무린 야채빵과 달콤한 카레빵도 인기다. 최고(最古)답게, 기교 덜 뿌린 기본 빵들의 맛이 훌륭하다. 팥빵은 나오는 족족 팔려 나가니 꼭 맛보고 싶으면 점심 전에 방문하는 게 좋다. 카레빵은 11시에 나온다. 전국 어디든 전화 한 통이면 배달 가능하나 아쉽게도 야채빵과 크림빵은 안 된다.
History_1945년, 일본인이 운영하던 양과자점을 인수해 줄곧 그 자리를 지켰다. 초창기에는 전병과 사탕이 주력 상품이었으나 1970년대 제과제빵 기능사가 생기면서 기능사 자격증 가진 제빵사를 영입해 그때부터 빵맛으로 이름을 날렸다.
문의_063-445-2772 (네이버 블로거 ‘러블리베이비’ 추천)
밤식빵과 쿠키의 원조 부산 B&C
부산은 내공 깊은 동네 빵집들 때문에 상대적으로 ‘프랜차이즈’가 약세를 보이는 곳이 많다. 남포동 국제시장 근처도 그런 경우다. 30년 터줏대감 B&C가 고려당과 함께 상권을 오랫동안 꽉 잡고 있다. 이곳 사장 명함에는 ‘Pride of Pusan’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맛을 보면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옛날식 통팥빵과 호두과자가 인기다. 가장 많이 팔리는 메뉴는 밤식빵이다. 부산의 ‘어르신’들은 이곳이 밤식빵 대중화에 앞장선 곳이라고 기억한다. 군산 이성당처럼 기본적인 맛에 충실한 스타일이다.
History_남포동 국제시장 피프(PIFF)광장 뒤에 자리를 잡은 지 올해로 30년째다. ‘사라다빵’과 ‘아이스께끼’가 동네 초등학생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근처에 대형 프랜차이즈 제과점이 입점하면서 복고 아이템에 주력하고 있다.
문의_051-245-2361(네이버 블로거 ‘라몽떼’ 추천)
번호표 받아 먹는 소보로 대전 성심당
지난해『미슐랭 그린 가이드』에 포함됐다. 빵 종류가 굉장히 많은데 성심당 하면 일단 튀김소보로, 일명 ‘팥곰보빵’이다. 워낙 인기가 많아 한때는 번호표 받아 줄을 서서 사먹고, 한 사람당 3개씩밖에 팔지 않았다. 요즘은 빵 만드는 양이 늘어 편하게 사먹을 수 있다. 성심당은 이것저것 재료를 많이 넣어 빵맛을 살렸다. 호두와 찹쌀, 팥이 많이 들어간 찹쌀방망이가 맛있고 마카다미아와 호두로 맛을 낸 월넛 브레드가 여자들에게 인기다. 최근에는 일본에서 화과자를 배워 온 명장도 영입했다.
History_함경도가 고향인 초대 회장이 6·25전쟁 때 대전으로 피난 와 역 앞에 찐빵집을 연 것이 시초다. 미군이 나눠주던 보급 밀가루로 빵을 만들어 노숙자들에게 나눠주며 장사하다가 1968년 현재 자리로 옮겼다.
문의_042-256-4114(네이버 블로거 ‘MagicN’ 추천)
전병과 수제 초코파이가 일품 전주 풍년제과(PNB)
믿거나 말거나, 전주에서는 ‘초코파이’가 덜 팔린다. 이곳에서 파는 1200원짜리 수제 초코파이 때문이다. 진한 초콜릿빵 안에 농도 적당한 딸기잼과 생크림이 들어 있다. 초콜릿 색깔이 너무 진해 굉장히 달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딱 먹기 좋을 만큼 달다. 풍년제과를 유명하게 한 건 다양한 전병들이다. 땅콩전병과 김전병이 베스트셀러고, 독특한 맛을 내는 생강전병도 찾는 사람이 많다. 전병류는 여러 종류를 조금씩 팔기 때문에 오후에 가면 특이한 전병들은 다 팔리고 땅콩전병만 남아 있다.
History_1951년 문을 연 빵집으로 같은 상권에서 경쟁하던 ‘파리바게뜨’까지 문을 닫게 만들만큼 토박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전주에만 ‘풍년제과’라는 이름을 쓰는 빵집이 10군데 가까이 있는데 완산구 경일동에 있는 PNB(풍년 베이커리의 약자)가 원조다.
문의_063-285-66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