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우물 파기
필봉 최해량
초등학교 시절, 무료 급식을 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 급식소로 가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옥수수 빵을 배급받았다. 어떤 때에는 빵 대신 끓인 우유를 주기도 했다. 우리는 이 음식을 참 맛있게 먹고 배고픔을 이겨냈다. 모든 친구들이 하나씩 받고 나면 통에는 네댓 개가 남았다. 선생님은 남은 것을 친구들에게 나누어 주셨다.
'오늘은 누구 이름을 부르실까?'
우리는 긴장을 한다. 내 이름을 불러주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선생님은 가난한 친구들을 잘도 찾아내어 하나씩 더 주셨다. 어른이 되어서야 우리의 허기를 채워준 이 빵이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어린이를 위하여 미국이 보낸 원조의 혜택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도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 되었다. 이제는 우리가 받은 은혜를 고통 받고 있는 다른 이들에게 나누어 줄 때가 되었다.
30여 년간 정들었던 교직에서 퇴임을 하고 노회 남전도회연합회 회장직을 맡았다. 우리 연합회는 매년 해외에 교회를 지어 헌당해 왔다. 인도, 중국, 필리핀 등 이렇게 지어진 교회가 30여 개이다. 올 해에도 이 사업을 이어가야 한다. 어디에 교회를 건축할까 고심하던 중 지인으로부터 아프리카에 대한 정보를 들었다.
가난으로 인해 학교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멀리까지 물 길러 가는 아이들의 이야기였다. 아이들은 맨발에 뙤약볕 길을 수 시간 걸어가서 냇가 웅덩이에 고인 물을 떠 온다고 한다. 오염된 물이지만 마시지 않을 수 없고 결국은 풍토병에 걸려 고생하는 아프리카 빈곤층의 이야기였다. 우리는 지금 상상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교회가 없어 나무 그늘 밑에서 예배를 드리는 영상을 보았다. 예배 중 소나기가 쏟아져 뿔뿔이 흩어졌다. 그럼에도 그들은 역동적이고 에너지가 넘쳤다.
이들을 위해서 우리가 해 줄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기도하는 마음으로 우간다와 케냐에 네 곳의 교회와 다섯 개의 우물을 파기로 했다. 서로 다른 교회가 힘을 합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교회를 찾아다니고 협조를 구한 끝에 두 번에 걸친 선교대회를 마치고 여섯 번의 순회 헌신예배를 드리며 기금을 조성했다. 터파기를 마치고 교회는 순조롭게 잘 지어져 가고 우물도 완공 단계에 있다. 흙벽돌에 함석지붕의 초라한 건물이고 두레박으로 길어 올리는 우물이지만 8월 중순경에 헌당을 하고 그곳 주민에게 돌려주는 일을 남기고 있다.
퇴임하면 가고 싶은 곳도, 만나고 싶은 사람도 많았다. 텃밭을 가꾸고 자연을 벗 삼아 유여 자적하게 살고도 싶었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아프리카에 교회를 짓는 기회를 가졌다. 고단한 그들의 삶에 조그마한 도움을 주게 되었다. 돈도 부족하고 거리가 너무 멀다고 망설이기도 했다. 눈을 감고 모른 체 하며 지나치고 싶었다.
그랬다면 어찌 되었을까?
‘착하게 살아야 한다. 은혜는 마음의 비석에 새겨야 한다.’ 30여 년의 가르침이 한낱 위선의 덩어리로 남을 뻔했다.
무거운 짐 중 하나를 덜어낸 것 같은 홀가분한 마음이 든다. 그러나 지금껏 누렸던 수많은 혜택에 비하면 아직도 해야 할 일들이 많다.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국가적으로 받았던 은혜, 기회가 닿을 때마다 갚고 싶다.
첫댓글 교회에서 보람밌는 사업을 많이 하시는 군요. 국경을 넘어서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을 합니다. 앞으로 많은 좋은 활동. 기대가 됩니다. 감사합니다. 최상순드림
그렇게 좋은 일 하신다는 얘기 들어서 알고 있었습니다만 오늘 글을 보고 실감합니다.
대단한 용기와 노력의 결정입니다. 그들에게 새 삶을 줄 수 있다는 걸 생각하면 정말 복받으실 겁니다.
사업의 성공과 교회의 발전을 기원합니다.
정말 보람되고 좋은일을 하고 계시는군요.격려와 감사를 드립니다. 아무리 선교할동이라 하지만 여건이 열악한 아프리카에서 하나님께서 함께하시리라 믿읍니다.
초등학교 시절 알미늄 양재기 하나씩 들고가서 끓인 우유를 받아먹던 경험이 있습니다. 6.25 후 미국 구호물자에 의하여 연명하던 나라가 경제대국의 대열에 끼었으니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못 살던 시절의 아품을 보답하려고 앞장서서 일하느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좋은 성괴를 기원합니다.
우리가 겪었던 가난 했던 어린시절, 지구 어느 한곳에 그때의 삶을 아직도 이어간다는 소식을 tv로 봅니다. 우간다, 케냐에서 사람이 살아가는데 없었서는 안될 마실물을 얻기위해 우물물을 파고 있다는 선생님아무나 할 수 없는 일입니다. 남이 하는것을 보면 감동이 되는데 나는 용기가 나질 않아 자꾸만 뒷걸음질만 합니다. 좋은 일하는것도 때가 있는데 자꾸만 늙어만 갑니다. 선생님 존경스럽습니다. 저도 언젠가는 좋은일을 한번 해야지 하는 맘은 변함이 없습니다.
저도 학교에서 쪄 주던 옥수수빵을 먹은 기억이 있습니다. 그 후 밀가루빵으로 바뀌어 좀 아쉬웠답니다. 받은 것을 나누어 주는 좋은 일을 하시니 참 존경스럽습니다. 우물에서 생명수가 콸콸 넘치고 교회를 헌당하신 선교활동도 성과 있으시기 바랍니다. 잘 읽었습니다.
우리나라도 어려울때 선교사들이 앞장서서 의료와 식품등을 지원하여 오늘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를 도우는 선생님이 옆에 있어 자랑스럽습니다. 힘드시지만 성공하시고 건투를 빌겠습니다.
미국의 원조를 받던 옛날을 되돌아 보게 됩니다. 옛날 우리가 받은 은혜에 대하여 보답하기 위해 아프리카 땅에 교회와 우물을 파서 헌당하신다니 그 노고에 찬사를 보냅니다. 모든 일이 원만성취하시길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