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은퇴설계] ④ 노후준비 첫걸음 ‘너 자신을 알라’
생활비 부족금 계산이 우선···활동시기엔 개인연금 수령
단축으로 수령액 늘리고 주택연금은 ‘전후후박’ 형으로
부족금 충당 펀드 투자를···납입금은 ‘지출통제’로 마련
그래픽=픽사베이 제공
노후준비는 ‘너 자신을 알라’는 진리가 출발점이다. 노후생활비가 얼마 들 것인지 가늠해본 다음 현재의 재무상태는 어떻고, 준비된 연금 상품이 얼마나 되며, 부족한 자금은 어느 정도인지 따져봐야 한다.
노후생활비의 윤곽이 나왔다면 지금부터는 노후 수입이 얼마인지 알아볼 차례다. 앞서 설명했듯이 퇴직 이전까지의 마련할 수 있는 모든 자금을 합산하는 자산 중심이 아니라 퇴직 이후 매달 고정적인 소득이 얼마인지를 계산하는 소득 중심 방식이어야 한다. 은퇴 이후 필요한 소득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의 3층 노후보장체계를 기반으로 연금소득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간단하게 매월 연금 수입액을 계산해보면 자신의 은퇴 준비 상태를 점검해 볼 수 있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탈(100lifeplan.fss.or.kr)’에 가면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을 언제부터 수령할 수 있고 월지급액은 얼마인지 등을 간단하게 조회할 수 있다.
목돈 1억원은 연금 월 40만원으로 환산
목돈은 연금으로 환산해본다. 목돈을 연금으로 환산할 때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 하나가 ‘목돈 1억원=연금 월 40만원’으로 추산하는 방법이다. 이는 60세를 기준으로 부부형 즉시연금(20년 보장, 4% 공시이율, 종신형)에 가입했을 때 수령하는 금액이다.
예를 들어 현재 저축액이 2억원이라면 나중에 받게 될 예상 연금은 월 80만원으로 추산하는 식이다. 물론 금리나 투자수익률에 따라 변동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연금자산을 계산할 때 유용하다. 임대부동산을 가지고 있다면 임대수입이, 금융자산이 있다면 이자나 배당소득이 있을 수 있다.
노후의 예상 생활비에서 예상수입을 빼면 모자라는 금액이 어느 정도인지 윤곽이 나온다. 오랜 지인 A씨의 노후 부족자금이 얼마인지 알아 보기 위해 ‘통합연금포탈’에 접속했다. ‘내연금조회’를 실행했더니 연금자산에서 월 238만원을 수령할 것으로 추산됐다.
국민연금공단이 최근 발표한 부부기준 적정 노후생활비 277만원과의 차액을 계산하면 월 39만원이 부족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연간으로 468만원이 부족한데, 투자수익률 5%, 물가상승률 2%, 은퇴 후 삶 30년을 가정할 때 1억5000만원 정도가 있어야 메울 수 있다.
오랫동안 노후를 준비해온 경우라면 몰라도 대부분 노후자금이 부족할 것이다. 무엇보다 은퇴지출이 많이 발생하는 활동시기의 자금 부족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은퇴 중기와 말기의 생활비는 종신연금인 국민연금으로 보전하고, 상대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기의 부족 자금은 퇴직연금·개인연금 등 사적연금 수령 기간을 단축해 수령 금액을 늘리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 주택연금의 경우도 초기엔 많이 받고 나중엔 적게 받는 '전후후박형'으로 하면 도움이 된다.
그래도 모자란다고? 걱정할 것 없다. 10년 노후준비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았다면 부족자금을 얼마든지 지울 수 있다. 또 은퇴를 하더라도 노후 자산을 불려나가는 노력을 지속해 나가면 된다. 노후 자금은 은퇴 후에도 세월의 흐름과 함께 복리의 마술을 부리며 꾸준히 성장할 것이다.
소득창출효과 가진 ‘지출통제’
돈을 불리려면 물론 수익률을 높이는 게 똑똑한 방법이다. 수익률을 높인다는 것은 단순히 적금이나 정기예금 같은 저축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이 무엇이든 투자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다. 투자에 성공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자신 있게 “네”라고 대답했다면 한번 해보시라.
단기간에 수익률을 올린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수업료를 지불하고서야 실감하게 될 것이다. 투자로 높은 수익률을 올리려면 아무리 많은 시간, 많은 노력을 기울이더라도 운이 따라줘야 하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가 단기간에 투자에 성공했다면 90%가 운이다.
그러므로 직접 투자하기보다는 펀드를 통한 간접 투자를 추천한다. 물론 펀드도 주식처럼 불확실성이 주식처럼 위험 자산이지만 투자기간이 5년, 10년이면 충분히 승부를 걸어볼만 하다. 문제는 펀드 납입금인데, 두 가지 방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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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을 늘리거나 소득창출효과가 있는 ‘지출통제’를 하는 것이다. 소득을 늘리려면 승진을 하거나 몸값을 높여 이직을 해야 하는데, 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선 기대하기 어렵다. 지출통제는 한마디로 ‘짠돌이’ 정신을 발휘해 소비를 억제하거나 돈이 새나가는 구멍을 틀어막는 것을 말한다.
그렇게 마련한 돈을 펀드에 장기간 차곡차곡 쌓으면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극복하며 예금이자 이상의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이 때 노후대비 펀드는 재무구조가 튼튼해 회사가 망할 위험이 적으면서 배당을 뜸뿍 주는 주식들을 모야놓은 것을 선택하는 게 좋다. 배당만으로도 예금이자 보다 놓은 수익을 내는 주식이 의외로 많다.
다만 무리하게 돈을 절약하다 보면 삶의 질이 떨어지고 또 그 상태가 지속되면 피로감이 쌓여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지나치면 아니함만 못하다. 이를 테면 커피 같은 기호품을 절약 대상으로 삼는 경우가 있다. 이른바 ‘카페라테 효과’로 불리는 건데, 커피처럼 사소한 비용을 절약하면 종국엔 큰돈이 된다는 이론이다.
그러나 기호품 비용까지 과하게 줄이는 것은 절약효과가 크지 않고 오히려 ‘지금 내가 뭐하는 건가’ 하는 낭패감마저 들 수 있다. 절약이 지나치면 삶을 삭막하게 할 가능성이 크다. 절약할 때는 심리적 부담감이 적은 것부터 차근차근 실천하는 것이 좋다.
서명수 ESG경제 칼럼니스트
서명수는 중앙일보에서 30년 넘게 금융·증권·재테크 분야를 취재ㆍ보도하고 이코노미스트 편집장, 재산리모델링센터 자문위원 등을 지냈다. 한화투자증권에서 투자분석가로 일하기도 했다. 금융시장, 재테크, 노후준비 등을 주제로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누구나 노후월급 500만원 벌 수 있다>,<거꾸로 즐기는 1% 금리(공저)>,<2012 행복설계리포트> 등이 있다.
출처 ESG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