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56. 12. 4. 포근한 월요일 아침이다.
지나다 보니 카페에 불이 꺼졌다.
불을 켜야지.
불자(佛者)는 아니지만,
그래도 때로는 법정 스님의 책을 읽는다.
가볍기도 하고, 때로는 무겁기도 한 스님의 말씀이다.
어떨 땐 한 구절, 또 한 구절을 내가 눈으로 읽는 게 아니라
차라리 법문을 듣는 것처럼 내 귀를 파고든다.
오늘 낮에도 무심코 책장에서 뽑아 든 책이 스님의 『무소유』였다.
책 속에는 무수한 문장들이 종(從)으로, 또는 횡(橫)으로
마치, 검은 개미떼처럼 모여 줄을 서 있다.
어제 읽은 글 중에서 금방 눈에 띠고,
지금까지 뇌리에 남아 있는 구절 하나는,
이 세상에 일어나고 있는 수많은 전쟁 중에서
‘주기 위한 전쟁’은 없다는 말씀이다.
지극히 옳은 말씀이다.
‘주기’만 하는데 무슨 전쟁이 필요하겠는가.
본시 전쟁이라는 것이 오직 남의 것을 뺏기 위해서,
남보다 하나라도 더 가지기 위해서,
999개를 가진 사람이 1,000개를 채우기 위해서.
그래서 일어나는 것 아니었던가?
수많은 부모가 죽고, 다치고,
수많은 아이들이 죽고, 다치고, 고아로 전락하고.
그놈의 욕심, 욕심, 욕심, 욕심, 욕심······
인간의 탐욕이 탈이다.
확실한 건, 주고 싶은 안달이 뺏기 위한 전쟁보다 낫다는 것이다.
알면서도 지금껏 넉살 좋게 넙죽넙죽 받기만 했을 뿐,
아직도 줄 거라고는 마음 하나뿐이니
이 일을 또 어떡하나.
올해도 12달을 헐어 쓰다 보니 달랑 한 달이 남았다.
며칠 전, 11월의 달력을 뜯어내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1월에 만졌던 달력의 두꺼웠던 여유로움이 한 순간에 사라지고
간절함이 묻어있는 얇음이라니.
아쉬움이라니······
괜한 조바심이었으면 좋으련만.
시간이 흐른다.
1초 1분이 ‘푼돈’이라면,
하루, 한 달, 1년은 ‘뭉칫돈’이자, 세월이다.
그래서 선인들은 ‘일촌광음불가경(一寸光陰不可輕)’이라 했던가?
예사로 볼 1초, 1분, 한 시간이 아니다.
이미 '종심(從心)'에 들어선
우리들이기에
더욱.
12월 10일이 종강(終講)인데,
숙제 완성은 아직······
애가 탄다.
- 끝 -
오늘 하루도 건강하시길.
안녕!
첫댓글 오래만에 보는구려.
공부한다고 하니 존경스럽습니다.
추운 날씨에 건강 조심하시고 연말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ㅎ
오늘 하루는 또 어떻게 보내나 하는 사람보다 훨씬 낫습니다.
그래서 어떡할건데 하는 것은 접어두고 그냥 하던대로 하시지요.
오데가서 "숙제 때문에 애가 탄다."쿠지마소.
지가 자사서 고상함시로.
젯밥에 머시있다고 종강하고 책걸이하것네? 한 꼬뿌 거들 수 있는데...
이재열 선생, 만학에 수고가 많으십니다. 숙제 끝나면, 겨울방학! 좋지요. 건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