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발 전단지
- 문하 정영인 수필
전신주에서 문어발 전단지가 추운 바람에 떨고 있다.
얼른 나 좀 떼어가라고 하소연하고 있는 것 같다.
문어 대가리에는 ‘영수 과외’라고 머리띠를 두르고 있다.
문어발은 8개에 핸드폰 번호가 일일이 적혀 있다.
2개는 누가 떼어 먹었나 보다.
나머지 발만 영하 의 추위 바람에 바르르 떨고 있다.
유모차를 끌고 가던 아줌마 힐끗 살피더니 문어발 한 개 뜯어 간다.
옆에는 부동산에서 붙인 문어발 전단지이다.
방2, 화1, 신축빌라 전단지이다. 후줄근한 작업복을 입은 아저씨가
얼른 문어발 하나 떼서 위주머니에 넣는다.
문어발들이 나 좀 떼어 가라고 야단이다.
나도 일부러 문어발 한 장 뜯는다.
너무 문어발이 남아 있으면 붙인 사람이 한숨 쉴까 봐서이다.
그래도 많이 떼어진 것을 보면 희망을 가질 것이 아닌지…….
아직 남은 문어발이 이 추운 밤에도 손님을 기다라고 있다.
이 문어발을 다 떼어 갔으면 좋겠다. 제대로 문어발을 맛볼
당사자들이 나타났으면 좋겠다.
02번 서울서 낯선 전화가 왔다.
나긋나긋한 여자 목소리가 들린다.
“여보세요, 혹시 중고생 자녀가 있으신가요?/ 없는데요”
전화를 건 여자는 금다 쓰다는 말도 없이 전화를 끊는다.
전화 문어발인가 보다. 보이스 피싱도 일종의 전화를 이용한
사기 문어발이라 할 수 있다.
그들의 말로 발전하는 수법에 현명하다는 친구도 당한 것을
보면 문어발 전단은 효력이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