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모의 등장으로 방황하는 대학생
장성숙/ 극동상담심리연구원, 현실역동상담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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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이 시골인 26살 된 남자는 대학교 진학 때부터 혼자 서울에 와 살았는데, 입학 후 어떤 여자가 나타나 생모라며 용돈을 주곤 하였다. 이때야 그는 1살 때 아버지와 생모가 성격 차이로 이혼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생모의 출현을 부모에게 알리지 못하고 혼란을 겪다 군대를 마치고 와서는 자취하는 여학생을 사귀면서 허랑방탕한 생활을 했다. 그러자 선배가 추천해 그는 집단상담에 참석하게 되었다.
그는 어머니가 자기를 본인 소생의 아이들과 차별 없이 키웠기 때문에 속상해할까 봐 말하지 못했다고 하였다. 그러자 철쭉 님은 생모가 조금만 더 기다렸다가 나타났더라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그가 중고등학생일 때 나타나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이라고 하였다. 그러면서 생모가 재혼하지 않고 지내다 아들을 찾는 그 심정도 이제 그가 이해할 나이가 되었다며, 이제부터라도 알릴 것은 알리고 중심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일렀다. 즉 그의 부모가 생모의 출현에 대한 사실을 언제 알아도 알게 마련이라며, 그것을 다른 사람들을 통해 알면 오히려 배신감을 느낄 테니 본인이 말하는 게 낫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에게 낳아준 어머니와 길러준 어머니 모두에게 잘해야 할 위치에 있는 사람으로 더 열심히 살아야 하거늘 휘청거리기나 한다고 질타하자, 그는 부끄러워하며 자기 생각이 짧았다고 울먹였다.
그 남학생의 문제는 그렇게 단락을 짓고 다른 사람들에게로 이야기가 넘어갔다. 그런데 한참 후 그가 이럴 때 어떻게 해야 하면 좋으냐며 또 다른 자신의 문제를 내놓았다.
사귀던 여자친구가 임신하여 수술한 적이 있단다. 그런데 자기가 결혼할 준비가 안 되어있으므로 정리하는 게 어떠냐고 하자, 그 여자친구가 음독자살을 시도했다고 한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그녀가 자꾸 자기네 집에 가자고 하여 갔더니, 남편을 여의고 홀로 사는 그녀의 어머니가 씨암탉을 잡아주더란다. 이런 상황인데 자기가 여자친구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이 된다고 하였다.
그가 이런 이야기를 하자 사람들은 흥분하기 시작했다. 여자를 건드렸으면 책임을 져야지 무슨 소리냐고 힐난하였다. 집단원들 중 남자보다 여자가 많기 때문인지 이야기는 그가 그녀와 결혼함으로써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쪽으로 흘러갔다. 즉 이제는 아이가 아니므로 남자로서 당당하게 책임지는 태도를 보이라고 압박하자, 그는 진땀을 빼며 그렇게 하겠다는 결심을 내비쳤다. 때마침 점심 식사 시간이 다 되어 그가 결심을 내비치는 것으로써 장을 마쳤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잠시 걷는데, 저쪽 잔디밭에서 철죽님이 그 남학생에게 뭔가를 열심히 설명하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궁금함이 생겨 다가가 보니, 철쭉 님은 그에게 여자친구와 헤어질 방법을 열심히 일러주고 있었다. 헤어지자고 하면 그녀가 또다시 음독자살을 시도할 테니까, 이쪽에서 거부하는 몸짓을 하면 안 되고 그쪽에서 실망하여 떠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 남학생이 26살이긴 하나 아직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어린애 수준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수밖에 없단다. 말이 좋아 사람들이 책임 운운하는 것이지, 현실적으로는 책임을 질 수 있는 수준이 아니므로 여자친구와 엉켜있으면 함께 망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럴 때는 그녀가 이 남학생에게 실망하여 떠나도록 하는 게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즉 여자는 의존적 성향이 짙으므로 가능성 없는 남자에게 머무르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철쭉 님이 일러주는 방법은 그가 술을 많이 마시고 와 그녀의 자취방에 가서 이불에 오줌을 싸든가, 사람들이 있든 말든 아무 데서나 오줌을 갈기는 식으로 주사를 피우라는 것이다. 그러면 여자친구는 ‘이런 남자를 믿고 어떻게 살지?’ 하는 회의가 들어 자기가 먼저 떠날 궁리를 할 것이라고 일러주었다.
나는 이런 방안을 듣고 상담에서 별별 것을 다 가르쳐준다는 생각을 금하기 어려워 박장대소했다. 그러자 그 남학생을 상대로 온갖 손짓을 해가며 설명하던 철쭉 님도 자신의 모습이 우스웠는지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곧이어 나는 그 남학생에게 먼저 들어가라 해놓고, 철쭉 님에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상담에서 뭐 그런 방법까지 일러주세요?” 하며 정색하였다. 그러자 철쭉 님은 한쪽 손으로는 손사래를 치고, 다른 손으로는 자신의 배를 움켜쥐고 다시금 웃음을 터트렸다. 본인도 그 남학생에게 여자친구를 떼어내는 방법이나 일러주는 자신이 별별 짓을 다 한다는 생각을 금하기 어려웠던 듯하다.
한바탕 웃은 다음 철쭉 님은 내게 이렇게 설명했다. 그 여자친구에게 사회생활을 하는 아버지만 살아있었어도 어린애에 불과한 저런 철부지에게 딸을 주고자 하지는 않았을 거란다. 그녀의 어머니가 뭘 모르는 상태에서 저 남학생이 착하고 결이 고우니까 잡으려고 하는데, 아직 그는 더 커야 할 철부지라고 하였다. 그런데 집단원들이 눈앞의 현실에 대해서는 생각지 못하고 그저 원론적인 관점에서 책임지라고만 하는데,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자가 무슨 책임을 지겠느냐고 하였다. 우선 그는 생모 문제부터 해결하고, 또 자신의 진로에 대해 준비해야 할 때라고 하였다.
듣고 보니 수긍이 갔다. 아직 자기 추단도 못 하는 자가 어떻게 여자를 책임진단 말인가. 이러한 수준의 이 남학생에게 매달리는 여자친구는 아직 뭘 몰라 집착한다지만, 그래도 인생을 어느 정도 산 그녀의 어머니는 도대체 어떤 생각에서 이 남학생을 잡아두려 했던 것일까 하는 의문을 뒤늦게 가졌다. 동시에 ‘넓은 안목으로 세상을 바라보지 않으면 큰일 나겠구나.’ 하고 절로 생각했다. 그뿐만 아니라 다수결이 지닌 위험이란 것도 새삼 실감하였다. 집단원들은 그 남학생을 무책임하다고만 나무랐지, 그가 아직 철부지라는 사실을 간과했기 때문이다.
집단상담을 마치고 간 그는 아버지에게 모든 사실을 말했다. 그의 아버지는 다 큰 아들이 자기를 낳아준 생모를 만나는 것에 대하여 어쩔 수가 없었는지 하는 수 없다는 듯이 그 사실을 인정했다고 한다. 그런 다음 그는 여자친구에게 실망스러운 몸짓을 반복하였단다. 그러자 여자친구는 이러한 그에게 실망한 나머지 스스로 물러나고 말았다.
마침내 그는 자신의 장래를 위한 준비에 몰입하였다. 방황의 정점에 있을 때 다행히 집단상담에 참석한 것을 계기로 우왕좌왕하는 몸짓을 멈추고 행로의 방향을 잡은 것이다.
첫댓글 이리 저리 꼬인 복잡한 인생살이~~
정답은 ???
천국 가는 그날까지
지혜롭게 강건하게 잘 ~~살기를 기원합니다..
오늘도 상담사례
감사합니다...
오늘도 폭염속에서....
이런저런 복잡한 사연을 접하며 하루하루 제가 커가는 듯합나더.
그래서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한국에도 오늘부터 아침에 살짝 바람이 부는 듯합니다.
사람의 일은 본인 아니면 이해할 수 없는 면이 있게 마련이며 이것은 부부간이나 부모자식간 혹은 형제자매간의 문제에서는 심리학자나 정신과 의사가 아니면 이해못할 정도로 그렇한 면이 있습니다.
여자 떼어내는 방법이 간단하네요.
인생사는 복잡하게 꼬여있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