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는 길
윤석구
처음 가는 길입니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길입니다
무엇 하나 처음 아닌 길은 없었지만
늙어 가는 이 길은 몸과 마음도 같지 않고
방향 감각도 매우 서툴기만 합니다
가면서도 이 길이 맞는지
어리둥절할 때가 많습니다
때론 두렵고 불안한 마음에
멍하니 창밖만 바라보곤 합니다
시리도록 외로울 때도 있고
아리도록 그리울 때도 있습니다
어릴적 처음 길은 호기심과 희망이 있었고
젊어서의 처음 길은 설렘으로 무서울 게 없었는데
처음 늙어 가는 이 길은 너무 어렵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지팡이가 절실하고
애틋한 친구가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그래도 가다 보면
혹시나 가슴 뛰는 일이 없을까 하여
노욕인 줄 알면서도
두리번 두리번 찾아 봅니다
앞길이 뒷길보다 짧다는 걸 알기에
한 발 한 발 더디게 걸으면서 생각합니다
아쉬워도 발자국 뒤에 새겨지는 뒷모습만은
노을처럼 아름답기를 소망하면서
황혼길을 천천히 걸어갑니다
꽃보다 곱다는 단풍처럼
해돋이 못지 않은 저녁 노을처럼
아름답게 아름답게 걸어가고 싶습니다
한국동요문화협회장이자 아동문학가인 석당 윤석구 시인이 시 「늙어가는 길」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큰 감동을 주고 있다. 「늙어가는 길」은 정서를 울려 공감을 자아내는 ‘소통과 힐링의 시’로 널리 사랑받고 있다.
윤석구 시인은 아동문예 동시 신인상을 수상했으며, 문학공간 작가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동요문화협회장, 한국동요박물관 명예관장, 캘리그라피 동심연구회장 등을 맡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