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딸애와 함께 중국 상해로 여행을 간적이 있었다.
여행중 볼거리중 한 가지로 중국의 써커스? 를 볼 기회가 있었는데 참으로 사람의 기교가 그리도
현란하고그 유연함에 놀라움을 느끼며 그리 되기까지 얼마나 고된 연습을 하였을까 생각하다 문득 아주 오래된
아픈 추억 하나가 생각되여 그때부터 내 눈은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었지만 마음은 옛날 초등학교
시절로 달리고 있었다.
해방된후 월남하여 얼마되지 않은 때이니 내가 초등학교 3.4.학년 때 일듯 한데 아버지는 인상이라는 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계셨고 어머니는 지금의 인천세관 자리에서 조그만 노점상을 하시는
형편이기에 생활이 어려운 때로 기억한다.
요지음은 모든것이 풍부해서 옷가지들도 흔하고 다양해서 고가가 아닌 옷은 귀중하게 여기지도
않는 세상이 되었지만 그때만해도 모두가 가난한 때라 특히 양복같은 옷은 무척 중히 여긴것으로
기억한다.
지금은 이 세상을 떠났지만 남동생과 나는 숭의초등 학교에 다녔는데 수업이 끝나면 숭의동에 있는
아버지 학교 관사에서부터 그 먼 거리를 달리고 걸어 어머니 가계로 가서 큰 알사탕 하나를 얻어
입에 물고는 또다시 집으로 가는 먼 길을 힘든 줄도 모르고 즐겁기만 한 그런때였다.
어느날 혼자 어머니에게 갔섰는데 어머니가 보자기에 아머지의 단벌 양복을 가계옆 세탁소에서
세탁한 것을 싸 주시면서 조심해서 가지고 가고 집에 도착하는 대로 옷걸이에 걸어놓으라고 하시며
약간의 돈도 주시며 집근처 가계에서 콩나물과 두부를 사 가지고 가라고 하셨는데.....
사탕을 입에 물고 걷고 있는중에 북을 치고 나팔을 불고 꼭두각시 옷에 희한하게 치장을 한 써커스
단원들을 보게되었다.
나도 모르게 보자기를 가슴에 안고 따라가기 시작하였는데 지금의 인천 배다리 철교 옆에 큰 광장이(요지음엔 다 없어졌지만) 있어 거기에 큰 천막을 치고 높은 단상위에 그들이 올라가 노래하고
북을 치면서 사람들을 모으고 있었는데 어찌 그리 좋은지....어머니의 당부 이야기도 다 잊고
꼬깃 꼬깃 쥐고있던 돈으로 간도크지... 표를 사 사람들 물결에 밀려 안으로 들어갔다.
갖가지 재주와 사람들의 함성속에 원숭이들의 재주도 보고 그네 타는 남자와 여자에게 정신을
뺏기다 공연이 끝났을 때 문득 보자기에 싼 아버지의 양복 생각이 났다.
놀라고 당황해서 정신 없이 찾아 보았으나 찾을 수 없었고 울며 어두워진 길을 걸어 집 가까이
다다렀을 때 멀찍히 어머니가 서 계신것을 보고는 큰 소리로 울며 어머니 기슴에 안키웠던 기억!
아무런 말씀도 하지 않으시고 내 손을 잡고 집에 들어가신 후 "세수하고 저녁을 먹어라."
이미 동생과 언니는 잠들어 있었고 오빠만이 책상에 앉져있었는데 아버지도 자리에 드시고....
염치없고 두려워 고양이 세수만하고 저녁도 못 먹은채 이불 속으로 들어갔는데 나즈막한 소리로
어머니가"내일 양복을 못 입으시게 되었네요."하시며 한숨을 쉬시는데 그때 어린 마음이지만
얼마나 부모님께 미안하고 죄송했는지....아버지께서"알었어요."간단히 대답하시고 어머니와 똑
같이 한숨을 쉬셨는데 공부하고 있던 오빠가 고개를 돌리고 제 쪽을 바라보는데 참 무서운 얼굴이
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일이 지난지가 강산이 6번 이상 지났지만 내 기억 속에서 늘 부모님께 대한 미안함과 안타까운
아품으로 자리하고 있다가 문득 문득 가슴 속을 쓸고 지나는 추운 겨울 바람같이 느껴지는데.그 때
마다 자신도 모르게 "아버지 어머니 정말 잘못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답니다.
이제는 볼걸이도 다양해서 그전 같이 천막 속에서 보는 써커스같은 것은 있지도 않지만 지금도
텔레비존이나 중국에서외 같이 그런 구경을 하게 될 때마다 늘 이 아픈 추억 한토막은 저를 긴장
시키고 때로는 깊은 회한으로 새삼 새로워지니... 어린 시절의 아픈 추억으로 아마 저와 끝날까지
함께 할 것 같습니다.
첫댓글 호기심 많은 어린 소녀 세실리아님을 보는듯 합니다. 아프고도 그리운 추억이네요. 그 때는 부모님과 형제 자매가 함께였던 시절이니까요. 언제나 좋은 것을 보면 함께 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아프고 좋지 않은 일 앞에서는 살아계셔 이 꼴 안보시는게 다행이다 싶고 그렇더군요. 장마가 거의 끝나가나 봅니다. 비 피해는 없으신지요? 더위도 잘 이겨내시며 건강한 여름 보내시길 기도할께요.
그러합니다 은우님 그립고 또 그리운 시절입니다 이제는 양가 부모님 다 떠나시고 혈육마져 제 곁을 떠나는 아품속에서 저 또한 이러한 추억을 간직하고 떠나야 할 때가 오고있지만....이렇게 제 마음속 이야기를 내 보일 수 있는 현실이 기쁨도 되는군요.글 주심에 감사하고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미안하고 마음 아픈 기억이 맞네요.
그러나 어머니의 따뜻하고 넓은 사랑을 더 이상 확인할 수 없는 순간이기도 하네요.
그런 부모님이 계셨다는 행복한 기억으로 간직하심도 좋을것 같습니다.
그런 확인 한번 해본 적 없이 어린시절을 보낸 메마른 사람들도 무지 많습니다.
미안하면서 고마운 기억들!!
고맙습니다 희망으로님...언제나 생각나면 마음이 아프고 죄송한 내 어릴적 우둔함을....그 큰 잘못을...사실 그 기억 때문에 제가 두 아이를 양육할 때 도움도 되었지만 스스로 곤혹스러울 때도 있었답니다.어머니의 깊은 마음을 본 밭지 못함을 자책하게도 되고....언제나 힘을 주시는 글 속에서 제가 저만의 느낌으로 기뻐함을 모르시지요?? 감사합니다.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글입니다. 평생 못 잊을 기억이시겠습니다. 그래도 안아주신 부모님의 사랑이 참 돋보입니다. 오늘의 비치 세실리아님의 따뜻함이 더 깊이 이해가 됩니다.
기쁘고 감사합니다....제 어머니를 아시는 듯 느껴지니....저는 제 어머니를 제대로 본밭지 못한 면이 많습니다.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늘 가슴속에 주님과 함께 계시며 저를 이끌어 주시고 힘이되여 주시니..... 그래서 이 두 분은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는 분으로 계신답니다.제 삶안에..언제까지나...
세실리아님 안녕하세요 더위에 건강은 어떠신지요?
아주 많은 시간이 흐렀음에도 늘 죄송스럽고 아픈맘이시네요
부모님의 자애또한 느낄수 있는 일화이구요
그런 부모님이 계셔서 지금의 세실리아님도 계신듯하구요
늘 온후함이 가득하신 성품이 아마도 어머님께 받으신듯...
늘 건강하세요
고맙습니다 리디아 자매님...오래전 일이긴 해도 제 일생동안 가슴에 품고 갈 추억입니다.추억이란 아름다운 것도 있지만 이럴듯 아픈것도 있으니 이래저래 삶의 바른 길도 가르쳐주는 듯 싶습니다 읽어 주시고 글 남겨주시니 감사하고 이 여름 건강하게 지내시기를 바랍니다.
유년의 추억..많은 세월이 지났지만
기억이란 것이 때로는 너무나 생생해서
골을 파게 되곤 하지요..
볼거리..먹을거리..입을거리가 귀했던 시절이니
부모님의 난감함이 오죽했을까 싶네요..
꼭 저의 부모님과 오래비를 보는 듯합니다..ㅎ
세실리아님 얘기가 무더운 오뉴월밤을
괜시리 가슴 시리게 합니다..
무더운 날..건강 조심하세요..^^
힘들고 어려웠든 그 시절 지금 자라는 아이들은 상상도 못하겠지요? 소풍갈때 사이다 한병과 달걀 한 개면 세상을 얻은듯 기뻣든 때였지요.말씀같이 기억은 젊으나 늙으나 생생하여... 이따금 제 마음을 흔들어 놓습니다 지금은 함께 늙어가지만 제 오라버니 무척 무서운 분이셨지요.ㅎㅎㅎ 글 주시니 고맙습니다.
"꼬깃 꼬깃 쥐고있던 돈으로 간도크지...
표를 사 사람들 물결에 밀려 안으로 들어갔다."
고맙습니다, 비치 세실리아님! ~.~*
참으로 곱고 앙증스런 소녀를 떠올리게 하십니다.
귀한 글에 한참을 머물러 앉았다 갑니다.
무더위에도 더욱 행복하시고 강녕하소서!
...ㅎㅏ늘.
신영자매님 반갑네요 건강한글 볼 때마다 주님께 감사하고 기뻐합니다.늘 차분하고 신중한 마음으로 살아가시니 주님께서도 무척 대견해 하시리라 믿습니다 이곳은 말 그대로 찜통 같은 날씨인데.....그곳은 서늘했으면 좋겠습니다.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