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은 눈물을 흘리게 하는 연극이고 희극은 웃음을 안겨주는
연극인가. 보통 비극의 결말은 죽음으로 비장하게 끝나는 경우가 많으며 희극은결혼이나 재회 등 환한잔치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더 중요한 차이는 작품에서 주인공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의 처리방식에 따라 나타난다. 비극은 갈등의 해결책이 없을 때 일어난다. 대신 희극에서는 갈등이 해결된다. 비극이 주로 죽음으로 끝을 맺는 것은 문제 해결을 볼 수 없어서 주인공은 죽을 수밖에 없다.
한편 희극에서는 문제가 해결된다. 그래서 희극에서 결말은 결혼, 재회, 회복, 용서와 화해 등을 다룬다. 용서하고 화해함으로 질서가 회복된다. (김석만 서울시 극단 단장)
전문가의 말씀을 김형기 식으로 풀어서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영희와 철수는 어릴 적부터 이웃에 살았다.
영희네 개, 바둑이가 강아지일 때부터 그들은 바둑이를 데리고 함께 놀았다.
그들은 어릴 적부터 좋아하다가 나이가 들어가며 사랑을 느끼고 결혼해서 잘 먹고 잘 살았다. 이런 얘기는 적당히 다듬으면 그럭저럭 동화의 소재는 될지 몰라도 영화로 만들 수가 없다. 갈등이
없어서 전혀 재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줄거리가 전개될수록 긴장도를 높여서 재미를 느끼게
하려면 갈등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서, 아름다운 처녀 영희와 명문
대학을 나오고 대기업체 간부인 철수는 결혼을 약속한 사이인데 인물 좋고 돈 많은 창식이가 철수의 연적으로 등장한다. 그는 영희에게 명품을 줄기차게 선물하여 영희의 호감을 사는데 알고 보니 창식이는 재벌 2세더라.
그래서 영희의 마음을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고 철수도 몹시 괴롭다.
이런 경우 갈등을 풀기 위해서 영희가 백혈병에 걸려 죽게
한다면 철수와 창식이가 슬프고, 철수가 자살하게 되면 영희가 슬프고 창식이도 마음이 아프다.
창식이가 외국으로 떠나면 영희가 슬픈 이런 영화는 비극이다.
그런데 연예인 뺨치게 예쁜 순희가 창식이를 우연히 만났는데
창식이가 첫눈에 순희에게 빠져서 영희를 떠나게 되고 영희는 좀 아쉽기는 하지만 마음을 다잡고 철수의 청혼을 받아들인다면 이 영화는 모두에게 행복하게
끝나니 희극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비극은 참 싫었다. 다들 좋다는 ‘애수’도 너무 슬퍼서 싫고,
‘닥터 지바고’도 딱 한 번 끝까지 보고 더는 보기 싫었다. 그런데 희극은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보면서 즐기는 편이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는
‘마파도’, ‘웰컴 투 동막골’, ‘God Must Be
Crazy!’, ‘It’s a mad, mad, mad, mad world’ 같은 영화인데 줄거리가 비논리적이라도 상관없고
말이 되든 안 되든 상관하지 않는다. 그저 배꼽이 빠져라 하고 웃겨주기만 하면 무조건 좋다.
‘웃음은 만병 통치약’임이 사실로 입증된 사례가 매우 많다. 그중에서 몇 가지만 예를 들어 본다.
미국 로마린다 의대 리버크 교수와 웨스틴 잉글랜드대 캐슬린
박사 등은 사람들이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고 나면 우리 몸의 저항균인 백혈구와 면역 글리불린은 많아지고, 면역을
억제하는 코티졸과 에프네 피린이 줄어드는 현상을 밝혀냈다. 쉽게 말해 웃음이 백혈구의 힘을 강하게 만들어
준다는 얘기다.
호탕하게 웃는 사람의 피를 뽑아 분석해 보면 암 종양세포를
공격하는 '킬러세포' 활동성이 눈에 띄게 촉진돼 있다는 것도 실험을
통해 밝혀졌다. 웃음은 또 순환기를 깨끗하게 하고 소화기관을 자극하며 혈압을 내려준다. 또한, 병균을 막는 항체인 '인터페론 감마'의 분비를 증가시켜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을 키워주며 세포조직 증식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마흔 살에 유방암 진단을 받은 크리스틴이라는 미국인이 있다.
자신의 어머니도 유방암으로 사망했기 때문에 크리스틴은 절망과 두려움 속에서 수술을 받았다.
수술을 받은 지 4주일이 되던 날 그는 한밤중에 일어나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낮에 찾아온 친구와 실컷 웃은
덕에 몸과 마음이 편안 해 진 것이다.
수술 뒤 이웃들이 따뜻하게 대해줬지만, 크리스틴은 웃어본 적이 없었다. 그때부터 그녀는 웃음과 유머로 암을 이겨내기로 했다.
그녀는 머리카락이 빠져나가는 화학요법과 살에 물집이 생기는 방사선요법을 웃음 요법으로 견뎌내고 끝내 암을 물리쳤다.
스트레스는 면역체계를 무너뜨리지만, 편하고 밝은 마음은 면역체계를 강하게 한다. 편하고 밝은 마음이 좋은 치료방법과 어우러지면
암도 물리칠 수 있다. 크리스틴은 미국 미네소타주 에디나에서 암 클럽을 운영하면서 웃음과 유머로 암을 이겨내는
방법을 전하고 있다.
내가 특히 좋아하는 마파도 2는 희극인가 아니면 비극인가? 위에서 말한 결말로 판단하면 둘 다 아니다. 줄거리도 별것 없다. 그저 충수(이문식) 가 영악한 할매들을
상대로 고군분투하는 좌충우돌 코메디이다. 이 영화는 작품성이니 뭐니 따지지 말고 그저 맘껏 웃기만
하면 된다. 많이 웃을수록 건강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고 하지 않는가 말이다.
나는 이 영화를 무척 좋아한다. 오죽하면 아이팟에 담아놓고 시도 때도 없이 들여다보며 혼자서 미친놈처럼 웃을까? 무료할
때나, 의사를 만나러 가서 기다릴 때, 아무 때나
생각나면 귀에 이어폰을 끼우고는 혼자서 이 영화의 아무 장면이나 나오는 대로 보면서 남몰래 웃는다.
때로는 웃음을 참지 못해서 눈물까지 질금거린다. 푸하핫 하고 미친 사람처럼 웃음을 터뜨리면 주위 사람들(다들 미국인들이다)이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본다.
영화가 뭐 별건가. 이렇게 우울한 마음을 달래주기만 해도 그거 어딘가. ‘마파도 2’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김지영 할매가 닭을
잡아준 다음에 이문식이와 아웅다웅하는 장면이다.
많은 사람이 함께 즐기면 좋을 것 같아서 엄청난
시간을 들여서 내가 이 장면만 편집해서 유튜브에 올린 위의 동영상을 꼭 감상하시길 권한다. 특히 투병 중인 분들은 이 장면을 보고 맘껏 웃으시면 치유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첫댓글 똑같은 세상을 이왕이면 희극으로 보고 살면거울텐데...
것 아닌 소재도 희극으로 보는 눈을 가지면 다 그렇게 보이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