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라면을 먹고 신오사카역으로 향했다. 어제 신칸센 예약을 하지 않았더니 내가 타려고 했던 9시58분차 좌석이 없단다. 그래서 그보다 좀 늦은 차를 탔다. 내가 원래 타려고 하는차를 보니까 열차 앞뒤의 생김새는 오리의 부리처럼 생긴게 정말 멋있게 생겼다. 그리고 그차는 자유석이 없는 고급차였다. 일찍 예약을 하지 못한게 아쉽다.
이제 신칸센 타는게 익숙하다. 처음에 탔을때는 얼떨떨한 마음에 불편했는데 지금은 편안히 갈 수 있는거 보니까 여유가 생겼나 보다. 승무원이 와도 긴장도 안하고 표를 건네 주고 인사받고.. 지금은 마치 일본에서 살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히로시마를 지나며 3시간여동안 달린 끝에 드디어 하카타 역에 도착했다. 한번 왔던 곳이라 그런지 편안한 느낌이다. 어제 예약한 숙소가 역 근처에 있었기에 찾는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이곳은 캡슐호텔이란 곳으로 사람 한명만 들어가서 잘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마치 생김새가 시체 보관실에 관을 집어넣는 곳처럼 생겼는데 자기가 배당받은 번호를 찾아 그곳에 들어가서 자면 되는것이다. 이곳 에스파캡슐호텔은 프런트에 아리따운 아가씨가 있었는데 내가 일본어가 서툰걸 알고는 바로 한국어로 된 이용 설명서를 준다. 이곳도 많은 한국인들이 찾는 곳인가 보다. 그러면서 숙박비를 지불했는데 3990엔. 내가 일본에 와서 가장 비싼 숙소에서 자는 순간이다. 이용 설명서를 읽고서는 일단 짐을 풀기로 하고 2층 락커룸으로 향했다. 이곳에는 개인 사물함이 갖춰져 있었는데 폭이 좁아서 배낭이 들어갈수 없을거 같았다. 더 큰 사물함을 이용할려면 300엔을 지불해야 했기 때문에 그냥 구겨서 집어넣기로 하고 안의 내용물을 빼기 시작했다. 그리고서 우겨서 집어넣는데 성공! 300엔 아꼈다는 마음에 뿌듯했다. 이용 설명서를 보니까 지금 캡슐호텔에는 들어갈수 없고 사우나만 이용할수 있단다. 공짜니까 일단 씻자는 마음에 사우나로 향했다. 이곳의 사우나는 우리나라로 치자면 그냥 우리가 다니는 보통 사우나 시설정도 보다는 더 크다고 봐야하나? 아뭏튼 꽤 넓고 깨끗했다.
대충 씻고 시내를 둘러보기 위해 나왔다. 후쿠오카는 남쪽 지방이라서 그런지 따뜻한 햇볕이 내리 쬐고 날씨도 그리 춥지는 않다. 그래서 파카를 입고 다니면 더워서 벗고 외출을 하기로 했다. 먼저 오호리 공원으로 향했다. 먼저번에 도쿄 숙소서 만났던 사람들의 말로 후쿠오카 여자들이 미인들이 많다는 얘기를 들었기 땜에 자연스레 여자들을 많이 구경하고 다녔는데 정말 실망이다. 내가 보기에는 뭐니뭐니 해도 도쿄여자들이 짱인거 같다. 오늘 여행일정은 후쿠오카 해변과 오호리 공원으로 정했다. 먼저 오호리 공원으로 향했다. 교통편은 지하철을 이용했는데 240엔이다. 근데 여기서 정말 굉장한 미인을 만났다. 바로 내 앞자리에 마주보고 앉아있었는데 날씬한 몸매에 긴 생머리, 청순한 이미지, 그리고 눈이 마주치니까 약간 붉어지는 얼굴과 수줍어 하는 모습은 정말 나로 하여금 눈을 띌 수없게 만들었다. 그냥 그렇게 구경하며 가다가 오호리 공원에 도착했다.
오호리 공원은 큰 호수를 가운데 두고서 그 둘레를 꾸며놓은 식이었는데 정말 규모가 엄청났다. 내가 일산 호수공원을 가보진 못했지만 아마도 그곳이 이렇지 않을까 싶다. 공원에는 나들이나온 사람들. 조깅하는 사람들. 여행객들. 애완견을 산책시키는 사람들등.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공원도로를 자세히 보면 산책로, 조깅도로, 자전거도로 이렇게 색색별로 도로를 나누어 놓고 있는걸 볼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그렇게 철저하게 지키지는 않고 있었다. 일본에 와서 한국에서 알고 있던 일본 사람들의 이미지가 맞지 않는 것을 많이 발견할 수 있는데 그중에 한가지가 신호를 잘 안지킨다는 것이다. 빨간불인데도 막 건너는 사람은 다반사고 무단횡단도 많다. 예전의 '이경규가 간다'에서 나왔던 자동차들이 정지선 지키는 모습은 보지 못했다. 도대체 그때의 장면은 어디서 찍은 것인지.. 도로를 걷다가 보이는 공중전화에서 내일 배표 예약 확인 전화를 했는데 언제나 그랬듯 대화의 시작은 순탄한 출발을 보였고 예약이 되어 있다는 얘기도 들었지만 또 뭐라뭐라 지껄인다. 그래서 다시한번 얘기해달라고 하니까 그때 뇌리를 스치면서 들리는 한마디 '이찌지깡 마에.. 한시간 전에? 그렇군 일찍오라는 얘기구만' 이렇게 나 혼자 결론을 내리고서는 알았다는 얘기를 했다. 얘기를 알아들었다는 마음에 가슴이 뿌듯하다. 공원에는 호수 한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인공섬이 조성 되어 있었는데 여기서 멋진 풍경을 배경으로 폼잡으며 사진도 한방 박고 자연에 도취되어 쉬기로 했다. 일본의 공원에서는 어느곳에서나 애완견을 산책시키것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만큼 사람들의 생활이 여유가 있고 안정이 되 있다는 것인가? 그리고 어디서든지 거대한 공원이 잘 발달되어 있다는것을 느낄수가 있었는데 그만큼 작은집들과 작은제품 뭐든지 소형을 지향하는 일본인의 이면에 숨겨져 있는 거대함을 보이고 있는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된다.(이거 말이 되나? 괜히 앉아있으니까 별 생각을 다하게 된다.)
계속 아름다운 환경에 도취되어 있다가 프로 야구단 다이에 호크스가 홈구장으로 쓰고 있는 후쿠오카돔으로 향했다. 가는길에 하교하는 학생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초등학교 남학생들의 교복이 모두 반 바지였다. 추운 겨울에 그것도 딱 달라붙는 핫 팬츠! 깔끔하고 시원해 보였다. 교복의 반바지화를 외치던 디제이덕의 노랫가사도 생각이난다. 후쿠오카돔은 바다에 접해 있는데 주위 환경이 정말 아름다웠다. 이곳도 도쿄돔과 마찬가지로 야구장이니까 구조는 비슷했지만 후쿠오카 돔이 여러 시설면에서 그리고 야구에 관한 악세사리와 볼 거리 면에서는 더 앞서는거 같았다. 이곳에서 바로 왼편으로는 후쿠오카 타워가 보인다. 맨처음 일본에 도착할때 보았던 후쿠오카 타워. 후쿠오카 타워는 여러장의 거울로 되어있는 건물이다. 근데 생각만큼 볼건 없고 그저 높다는거 그냥 그거밖에는 볼게 없었다.
타워 앞에는 마린존 이라는 섬이 있는데 그 일대를 중심으로는 넓은 해변가가 펼쳐져 있었다. 그래서 혼자서 해변가를 고독히 걷고 있는데 거기서 놀고 있는 여자애들 6명을 만났다. 걔네들 옆을 지나가는데(일부러 그쪽으로 간 것도 없잖아 있지만) 사진을 부탁해서 찍어주고 또 나랑 같이 찍기도 하고 내사진도 찍어주고 그랬다. 얘기를 해보니까 대학생이고 나이는 20살이며 그중에 한명이 생일이라서 같이 왔단다. 그렇게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연락처를 교환했다. 나중에 서울에 오면 내가 가이드를 해주겠다는 말도 잊지않고 해 주었고 나도 다시 후쿠오카를 찾으면 가이드를 해주겠다는 약속도 물론 받아냈고 근데 애들 이메일주소를 물어보니까 없는 애들이 다반수였다. 약간은 대학생이 아닐꺼란 의심도 하며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떴다. 어느덧 날은 저물어서 깜깜해 졌다.
하카타역으로 돌아가는 길은 버스를 이용했는데 220엔이다. 이곳 후쿠오카에서는 버스를 이용하는편이 더 편할꺼 같다. 지하철보다 20엔 더 싸서 그러는게 아니라 노선이 단순한 지하철보다 다양한 노선이 있기 떄문이다. 그리고 버스마다 친절하고 정확한 방송과 운전기사의 확인 방송으로 인해서 목적지도 잘 알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다시 하카타로 돌아와서 미래도시처럼 꾸며 놓았다는 캐널시티에 갔는데 고가품을 파는 백화점이었다. 그냥 이것저것 구경하다가 나와서 밥을 사먹고 숙소로 돌아왔다. 사우나를 거하게 하고 나니까 몸이 나른하다. 캡슐룸에 들어가 보니까 TV한대랑 알람시계가 있었다. 난 매우 좁을줄 알았는데 앉아도 천장에 머리가 안 부딪칠 정도로 공간은 넉넉 했다. TV를 트니까 채널이 오직 한 채널 뿐인데 말로만 듣던 그 장면(?)이 나온다. 이해는 안돼지만 즐겁게 보다가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은 드디어 한국으로 가는 날이다. 마지막 밤이라서 그런지 한국에 가게된다는 기쁨보다는 마지막이라는게 더 아쉽게 느껴지는 밤이다. 더 많은걸 못 경험해보고 가는거 같은 아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