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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오늘은 책방 원문보기 글쓴이: 이준화
지난 겨울, 방화11복지관에서 단기사회사업 참여한 이한결 선생님을 처음 만났습니다. “경주에도 이런 활동을 하는 곳이 있다고요?” 이한결 선생님 눈이 반짝였습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였지만, 지난 겨울활동하며 이번 여름에는 오늘은책방에서 활동하고 싶다고 동료들에게 이야기 했다고 합니다. 겨우내 움튼 소망이 이번 여름에 꽃을 피웠습니다. 여름활동 시작부터 고민했습니다. 지원자가 이한결 선생님 한 명이었습니다. 동료가 있고, 역사가 있는 다른 팀 제안했습니다. 제 마음이 많이 변덕스러웠습니다. 제안을 했다가 다시 시간을 달라 했습니다. 소중한 대학교 마지막 여름방학, 어떻게 보내게 될지 모르는 지난한 시간을 이한결 선생님이 기다려주셨습니다. 그 시간 덕분에 해보자고 용기 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이한결 선생님을 경주팀 1기로 맞이할 준비를 했습니다.
아이들이 처음으로 대학생 선생님 면접을 했습니다. 선생님 자기소개서를 읽고 질문을 미리 궁리했습니다. 어머니들을 상대로 면접 연습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아이들 질문이 진지했습니다. 이한결 선생님 면접보러 오신 날, 아이들이 차 대접하고 면접 진행했습니다. “주차장에서 텐트치고 주무실 수 있으세요?” 한 아이가 물었습니다. 그 아이의 질문이 이한결 선생님 여름활동의 등대가 되었습니다. 면접 마치고 나무그늘 아래에서 민준이 생일파티 했습니다. 케이크 나누어 먹고 동네 산책했습니다. 이한결 선생님 양손에는 아이들 손이 폭 담겨있었습니다. 책방 마당에 둘러앉아 함께 점심 먹었습니다. 보경이가 이한결 선생님께 면접 합격했다고 전화했습니다. 그렇게 이한결 선생님을 경주팀 1기로 모실 수 있었습니다.
남원에서 3박 4일 열리는 합동연수에 참여했습니다. 전국의 사회복지기관 실무자 선생님 대학생들과 여름활동 구상을 위해 뜨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복지요결 강독을 듣고 자기 전에는 배운점 궁금한 내용 등을 나누었습니다. 큰 소리로 노래 불렀고, 마지막 날 밤에는 땀 흘리며 사람들과 어울렸습니다. 면접위원 아이들이 이한결 선생님에게 했던 질문을 떠올렸습니다. 밖에서 자고 싶어 하는 아이들 의견을 살펴 활동을 조정했습니다. 야영에 필요한 일상생활기술을 배우고, 실제 야영에서 해보기로 했습니다. 벽에 전지를 붙이고 전국의 동료들에게 이번 여름에 하고자 하는 일 설명했습니다. 이야기를 반복하며 사업을 머릿속에 그려보았고, 동료들이 보태주는 이야기를 정리하여 다듬기도 했습니다.
경주팀 첫 주는 인사 다녔습니다. 황남동 황오동 다니며 인사드렸고, 지역에 만나보면 좋을 어른들을 만났습니다. 동네로 나서면 챙겨주시는 반찬들에 다시 책방으로 돌아오기 바빴습니다. 빈손으로 나섰다가 양손 무겁게 돌아왔습니다. 동네에 새로 온 대학생 반겨주셨습니다. 변성희 교수님과 신촌서당 피터님께서 졸업을 앞둔 이한결 선생님을 위한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아침이면 복지요결 소리 내어 읽고 와 닿은 내용, 궁금한 점, 적용하고 싶은 바를 나누었습니다. 시원한 차와 다과를 나누며 복지요결 읽었습니다. 비 오는 날에는 문을 활짝 열고 빗소리 들으며 공부했습니다. 궁금한 내용은 한덕연 선생님께 전화로 여쭈었습니다. 복지요결 통해 활동의 의미를 찾고 적용하려 노력했습니다. 때때로 복지야성 함께 읽으며 어떤 사회사업가가 되어야 할지 그려보기도 했습니다.
둘째 주부터 홍보물을 만들어 동네 곳곳을 다녔습니다. 만나는 아이들과 부모님들께 활동을 소개했습니다. 응답한 몇몇의 아이들과 모여 야영하는 날, 일정 등을 의논하고 설명회를 준비했습니다. 부모님께서 가게를 운영하는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설명회 자리를 열어도 책방으로 찾아오기 어려우실 것 같았습니다. 찾아가는 설명회를 아이들과 구상했습니다. 가게로 찾아가 부모님 앞에서 야영 어떻게 하고 싶은지 이야기 했습니다. 민서네 집에서는 설명회 듣고자 아버지 어머니 누나 매형 친척형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설명회 마치고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됐습니다. 그 시작은 냄비밥 짓는 방법 배우기입니다. 마을인사 다닐 때에 동네 미용실 사장님께서 냄비밥 하는 방법 잘 알려줄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태경이가 미리 미용실 찾아가 냄비밥 짓는 방법 알려주실 수 있는지 여쭤보았습니다. 미용실 사장님께서 흔쾌히 그렇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만나는 시간과 준비물 의논했습니다. 다음날 태경이 문영이가 미용실 사장님 찾아갔습니다. 사장님께서 밥 짓는 과정을 차근차근 알려주시다. 문영이는 동영상을 찍다가 “불을 약하게 줄여야해” 하는 부분에 불을 클로즈업 했습니다. 완성된 밥, 미용실에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미용실 사장님께서 맨밥만 먹기 그렇다며 계란과 참기름을 주셨습니다. 점심을 먹고 온 태경이도 한 그릇 금방 비웠습니다. 돌아와 냄비밥 짓는 방법 글로 남기고 그릇 설거지 했습니다. 서로 설거지 하겠다고 싸웠습니다.
야영하기로 한 날, 태경이가 만나기로 한 시간보다 네 시간 일찍 책방에 왔습니다. 기다리기 지루하다고요. 문영이는 책방에 오자마자 집에서 냄비밥 연습해봤다고 자랑했습니다. 텐트는 태경이네서 빌리고, 민서네 집에 설치했습니다. 60kg 텐트를 태경이 아버지께서 민서네 집으로 옮겨주고 가게로 돌아가셨습니다. 몇 분 뒤 태경이 어머니께서 오셨습니다. 텐트 설치 어려워하실 것 같아 가게를 비우고 오셨다고요. 태경이 어머니와 민서 어머니께서 함께 텐트를 설치하셨습니다. 카센터 주차장에 거대한 텐트가 세워졌습니다. 텐트 설치를 마치고 아이들은 시장 나들이 다녀왔습니다. 야영 허락해주고 도움주신 부모님께 전할 선물을 골랐습니다. 까만 비닐봉지에 복숭아를 나눠들었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돌아오는 아이들을 보고 민서 어머니께서 목욕탕 다녀오라 하셨습니다. 태경이 민서 문영이가 동네 목욕탕을 향해 쪼르르 달려갔습니다.
막둥이 민서 야영소식에 서울에 사는 민서 둘째누나가 용돈을 주셨습니다. 그 돈으로 셋째형이 피자가게에서 피자를 사오셨습니다. 첫째누나가 야영사진을 찍어 둘째누나에게 사진을 전해주기도 했습니다. 첫째누나는 어머니께 우리도 작은 텐트 구해서 바닷가 가자고 이야기 하셨습니다. 막둥이 야영에 온 가족이 관심을 가졌습니다. 밤에는 이한결 선생님이 어머니들께 미리 부탁드린 편지 소리 내어 읽었습니다. 세 아이는 부끄러운지 장난치면서도 귀는 편지를 향해있었습니다. 어머니들 편지는 ‘사랑하는’ 으로 시작했습니다. 어머니들의 편지에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은 어머니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옆에 있는 친구도 나처럼 누군가에게 소중한 존재임을 알았습니다. 아이와 어머니의 관계, 아이와 아이의 관계가 자랐습니다.
아이들은 새벽 세시가 넘도록 텐트 안에서 놀았습니다. 다음날 아침, 텐트 해체는 민서네 가게 손님께서 도와주셨습니다. 민서 아버지께서 차로 텐트와 짐을 옮겨주셨습니다. 1박 2일 야영에 도움 주신 분들이, 감사한 일이 가득했습니다. 수료식은 설명회와 마찬가지로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지난 활동을 추억하는 동영상과 고마운 분들에게 전할 감사장을 만들었습니다. 아이 집과 도움주신 분께 찾아가 활동영상 보여드리고 감사인사 드렸습니다. 부모님 앞에서 수료편지 읽고 전해주었습니다.
역사책여행은 책방에서 하룻밤으로 여름활동 시작했습니다. 영화보고 보드게임하고 책 읽고 새벽산책하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처음 만난 아이와도 허물없이 어울리는 아이들 모습에 감사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는 아이들뿐 아니라 어머니들께도 적극적으로 여쭙고 의논하고 부탁드리고 싶었습니다. 어울려 사는 관계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책방에서 하룻밤 하는 날, 아이들 책방으로 데려다준 어머니들과 회의를 했습니다. 아이들 2박 3일 지낼만한 곳이 있을지 여쭈었습니다. 숙소를 구하지 못하더라도, 어머니들이 만나서 이야기 나누는 자리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며칠이 지나도 별다른 말씀이 없으셨습니다. 숙소 알아보는 일이 어렵거나 부담되셨을 겁니다. 지낼만한 곳을 살펴본 뒤, 답사 함께해주시길 부탁드렸습니다. 초은이 어머니께서 답사 함께 해주셨습니다. 정민이 초은이 채형이와 두 곳의 숙소를 둘러본 뒤, 한 곳을 예약했습니다. 민박집 사장님께서 점심 먹고 가라며 라면에 파와 계란을 듬뿍 넣어주셨습니다. 직접 담근 김치도 주셨습니다. 배 채우고 계곡에 발 담그며 쉬다가 왔습니다. 답사가 하나의 작은 여행이었습니다.
아이들 회의지가 여행안내문이 되도록 했습니다. 하나의 회의지를 채워 복사해 나누었습니다. 해인사 자료조사 하고, 해야 할 일을 나누고, 여행약속을 정하고, 교통편 식단 놀거리 등을 의논했습니다. 회의록에 자기소개서까지 붙여 하나의 포트폴리오를 완성하도록 도왔습니다. 여행안내문 부모님, 둘레 사람에게 전하고 격려글 받아오길 부탁했습니다.
역사책여행 첫 여행지는 합천 해인사입니다. 버스에서 내리니 부슬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숙소에 도착해 너구리라면을 끓여먹고 해인사에 올랐습니다. 시원한 부슬비가 내려 걷기 좋았습니다. 해인사 둘러보고 남학생은 계곡에서 물놀이하고, 여학생은 숙소에서 쉬기로 했습니다. 비와 계곡물에 젖은 옷을 보곤 사장님께서 빨래해 널어주셨습니다. 남자 여자 따로 놀겠다던 아이들은 어느새 함께 마피아 게임하고 있었습니다. 함께 잘 놀고 추억나눔 감사나눔으로 하루를 마쳤습니다. 다음날 대구를 여행했습니다. 롱패딩 입은 사람들이 있는 빙상장에서 반팔과 반바지로 열심히 스케이트 탔습니다. 청소년지원협의회 조기찬 선생님께서 경주에서 온 아이들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아이스크림과 보드게임 내어주셨습니다. 워터파크에 가고 싶으면 이야기하라고 하셨습니다. 남학생들은 다음날 워터파크에, 여학생들은 고양이카페 가기로 하고 잠시 회의했습니다. 숙소에서 나와 영화 보러 갔습니다. 봉오동전투와 엑시트 나누어 보려고 했는데, 시간이 애매했습니다. 아이들이 봉오동전투 대신 시간에 맞는 엑시트 선택해주었습니다. 초은이는 같은 영화를 세 번 보았습니다. 아이들 배려 덕분에 여행이 편안했습니다. 영화관에서 대구평화시장까지 걸었습니다. 노을빛이 높은 건물들을 물들였습니다. 통닭집 사장님께서 아이들에게 닭똥집튀김과 음료수를 서비스로 주셨습니다. 똥집이란 말에 거부감을 갖던 아이들이 그릇을 싹싹 비웠습니다. 마지막 날, 남학생은 워터파크에 여학생은 고양이카페에 갔습니다. 각자의 시간을 보내며 추억을 쌓고 경주로 돌아왔습니다. 민박집 사장님, 조기찬 선생님, 통닭집 사장님, 짬뽕집 사장님, 매표소 직원분 등 여행길에서 만나는 여러 분들이 아이들 반겨주시고 도움 주셨습니다. 넘치는 인정 덕분에 여행 잘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와 두 팀으로 나뉘어 수료식 준비 했습니다. 한 팀은 동영상을 만들고, 다른 한 팀은 피피티를 만들었습니다. 수료식 날에는 부모님을 초대해 영상과 피피티를 보았습니다. 사진 한 장 한 장에 꺄르르 웃음이 이어졌습니다. 어머니들께서 아이들에게 편지 읽어주셨습니다. 이어서 이한결 선생님께서 수료편지 읽어주었습니다. 한 어머니께선 편지 읽다가 눈물을 훔치시기도 했습니다.
노는 날에는 여러 선생님 만났습니다. 태풍이 지나간 광안리바다 구경하고, 소소서원 이우석 선생님 뵈었습니다. 휴가철이라 바쁜 시간 쪼개어 맞아주셨습니다. 생활과 직업에 대한 이야기 들려주셨습니다. 추동 호숫가마을도서관에 갔습니다. 최선웅 선생님 권민정 선생님 댁에서 2박 3일 지냈습니다. 명관 진석과 산책 및 중간평가 함께했습니다. 지난 활동의 의미•성과를 돌아보고, 지지•격려했습니다. 최선웅 선생님 덕분에 도자기 만드는 체험도 했습니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도자기공방에서 보드라운 흙으로 그릇을 빗었습니다. 대전사회복지사협회에서 일하는 조아라 선생님과 점심 먹었습니다. 한 시간 안 되는 짧은 시간동안 기관에 취업할 때 알아야 할 것들에 대해 알려주었습니다. 가는 길에 먹으라며 편의점에서 바나나우유 한 봉지를 챙겨주었습니다. 추동으로 돌아가기 전, 계룡문고에 들러 책을 보았습니다. 마침 계룡문고 사장님께서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계셨습니다. 그 속에 함께 이야기 들었습니다. 거창 뿌에블로 젤라또에 다녀왔습니다. 젤라또를 들고 전효민 선생님 차에 올랐습니다. 계곡이 바로 옆에 흐르는 근사한 카페로 안내해주셨습니다. 시원한 차를 마시다가 계곡에 발을 담그기도 했습니다. 전효민 선생님의 학창시절 이야기, 지금 하시는 일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대학교 4학년 겨울방학을 잘 즐기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특히 강조하셨습니다. 돌아가는 길, 전효민 선생님께서 챙겨주신 옥수수 입에 물고 버스에 올랐습니다.
아침이면 황룡사터 북천 첨성대 근처를 걷거나 뛰었습니다. 금요일밤 열린 봉황대 뮤직스퀘어에 돗자리 펴고 앉아 몽니의 노래를 들었습니다. 정을 많이 주던 아이가 일이 생겨 함께 활동하지 못한다고 연락한 날, 토함산 바람의 언덕에서 별과 별똥별을 실컷 보았습니다.
감사인사로 활동 마무리 했습니다. 함께한 아이들, 도움주신 어른들 만나 인사드렸습니다. 아쉬움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을 때도 있었습니다. 바라보며 손 오래 흔들었습니다. 축복과 응원의 이야기 전해주셨습니다. 근사한 카페에서 차 대접받기도 했습니다. 다음에 다시 만날 날을 기약했습니다.
2019년 여름, 6주간의 시간을 ‘당사자의 삶, 지역사회 사람살이’에 시선을 두고 지냈습니다. 기뻐하고 슬퍼하고 마음주고 감동했던 일 모두 당사자의 삶과 지역사회 사람살이에 있었습니다. 이한결 선생님은 그 속에서 잠시 머물었습니다. 뜨거운 여름이 가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떠나면 다가오는 것이 있고, 비우면 채워지는 것이 있습니다. 이한결 선생님이 떠난 자리와 흔적은 이웃과 인정이 대신할 겁니다. 이한결 선생님의 지난 걸음에 감사합니다. 다음 걸음을 축복합니다. 경주팀 1기로 함께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