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루(김주명)님의 교우단상: 지금 만나러 갑니다! ◈
오래전부터 유교문화권에서 설은 1년 중 큰 날 중 하나였습니다. 각 나라와 지역마다 그 형태는 다르지만, 한 해를 의미 있게 시작하기 위해 여러 음식이나 사물, 행위 등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행복, 무운, 건강을 기원하며 모두 다 같이 모여 보냈었습니다.
문호가 개방되고 서양 문화가 들어오고 양력 문화가 지배적인 요즘은 그 설의 의미가 많이 희미해지긴 했습니다. 일본만 하더라도 음력이 아닌 양력 1월 1일을 설로 보내고, 음력 1월 1일은 (대부분의 경우) 크게 기념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나라도 명절만 되면 고향으로 내려가 양가 부모님을 뵈러 갔던 옛날과 달리 국내·외로 여행을 떠나거나 개인 혹은 가정 내에서만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매우 많아졌습니다.
무엇이 옳고 그르다는 것에 가치판단을 할 생각도 없고 정답도 없습니다. 어떤 것을 하든, 어떻게 설을 보내든 자기 나름대로 잘 보내면 그게 좋은 일이 아니겠습니까?
어떻게 설은 잘 보내고 계신 지, 즐겁고 행복하게 보내고 계신 가요?
많은 사람은 즐거운 마음으로 명절이 오기만을 기다리겠지만, 명절이 마냥 즐겁게만 느껴지지 않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저희 가정이 그런 부류 중 하나였을 것입니다.
제 아빠는 택배업 쪽에서 일하고 계십니다. 직업 특성상 연휴를 내기 매우 어렵기 때문에, 명절은 연중에서 길게 쉴 수 있는 몇 안 되는 날입니다. 당연히 명절 당일에는 매우 편안하게 보냅니다. 하지만 명절 전후로는 매우 바빠집니다. 특히 명절 1~2주 전부터는 평일보다 일이 몇 배로 많아져 매우 힘들어집니다. 혼자서는 그 양을 감당하기 어렵기에 명절에는 가족 구성원 모두 동원됩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저희와 엄마는 8~9시, 아빠는 10~11시였을 정도로 매우 바빴었습니다.
저희가 없었을 때는 집에 돌아오니 새벽이었던 적도 있었다고 하셨습니다. 뭐 바쁜 만큼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거 아니냐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명절에 쉬는 만큼 돈을 벌지도 못 하고 명절에 들어가는 소비를 생각하면 평상시와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겁니다.
정말 연휴 동안 일을 못 하니 그 분량을 명절 전에 미리 몰아서 하는 거니까요. 그래도 요즘에는 그때보다는 적어 그렇게 늦게까지 일하지는 않습니다. 그나마 다행이었죠. 정말 예전에는 어떻게 했는지란 생각도 문득 들게 됩니다.
명절이나 연휴에 쉬는 사람들은 옛날보다 훨씬 적어졌습니다. 그래도 저희는 명절만 되면 쉴 수 있으니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에는 서비스직 비중도 커지고, 연휴에도 계속되어야 하는 직업들도 많아졌다 보니 명절에도 쉬지 못하고 일하시는 분들도 주변에 매우 많습니다. 교인분 중에서도 명절에 쉬지 못하시고 일하시는 분들이 계실 텐데, 이 모든 분께 격려의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특히 의료진이나 소방직, 군인, 기타 서비스직 등 타인을 위해 휴일에도 일하시는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2023년을 보내고 새해를 맞이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달이 훌쩍 지났습니다.
지금, 이 글을 보고 계시는 분들께선 2024년을 잘 보내고 계십니까? 사실 전 새해 같은 것에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는 편이라 전과 크게 달라진 것 없이 지내고 있습니다. 다만 대부분을 전주에 놔두고 고향에 내려와서 그런지 뭔가 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벗어나서 훨씬 한가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어떻게 지냈는지 모두 다르겠지만 그 모든 일들이 의미가 있는 일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남은 명절 연휴 잘 보내시고 좋은 모습으로 다시 만나기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이 글은 아빠인 빛하나님이 너무 바빠 단상을 보내지 못할 것 같다고 문자 한 이후, 아들인 두루님이 아빠를 대신해 보낸다며, 아빠 몰래 쓴 글입니다. 우리 주명이 다 컸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