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은 고마운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그렇지만 부모를 비롯한 가족이나 평소 고마움을 느끼는 분께 어떤 선물을 드릴까 고민하며 명절을 맞는 게 보통이다. 해마다 돌아오는 명절이지만 아무렇게나 선물을 준비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유통업체들은 이번 추석에 명인들의 이름을 내건 선물세트들을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이들 선물은 대부분 한정판으로 나와 있어 희소가치가 높고 명인의 손길을 느낄 수 있어 받는 사람이 흡족한 표정을 지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감사 인사를 해야 하는 사람에게 정성을 드러내기 위해서라면 다소 비싼 가격도 부담스럽게 느껴지지만은 않을 것이다.
10여 년 전 흑산도 앞바다에서 자취를 감춘 홍어. 홍어 조업이 줄어들면서 홍어는 귀한 수산물로 대접받고 있다. 칠레산 등 수입 홍어가 그 자리를 메우고 있지만 우리 입맛에 맞는 국산 홍어의 맛을 그리워하는 사람도 많다.
전남 나주 영산포의 홍어 명인 안국현 씨가 전통 재래방식으로 숙성시킨 흑산도 홍어가 이번 추석에 선보인다.
롯데백화점은 상품기획자(MD)를 흑산도 산지에 보내 흑산도에서 30년째 홍어잡이를 하고 있는 김영창 씨, 홍어 명인 안국현 씨와 함께 홍어 프리미엄 선물세트를 내놓았다. 한 마리에 8㎏ 이상인 최상품 홍어로 구성되는 이 선물세트는 4㎏ 1세트에 90만원에 판매된다.
GS홈쇼핑에서는 중요무형문화재 제77호인 한상춘 유기장이 선보이는 '한상춘 방짜 유기'를 내놓았다. 방짜 유기는 놋쇠를 불에 달궈 망치질을 되풀이하는 방식으로 만들어낸 그릇과 수저 제품. 이 선물세트는 밥그릇, 국그릇, 찬기, 잔치 접시, 수저, 뚜껑 종지 등 4인 세트로 구성됐다. 백화점 판매 가격보다 50% 가까이 할인된 79만9000원에 판매된다. 고순도 정제된 원료로 제작됐기 때문에 일반 수세미를 이용해도 변질되지 않는 등 관리도 편리하다는 게 GS홈쇼핑 측 설명이다.
우리나라의 3대 된장 명인인 전라도 담양의 기순도 씨, 강원도 정선의 도완녀 씨, 경상도 안동의 최명희 씨가 각각 담근 전통 재래 장 세트도 선보인다. '대한민국 3대 명인 된장'으로 이름 붙여진 이 상품은 10만원에 30세트 한정으로 신세계에서 구입할 수 있다.
기순도 된장은 전남 담양의 고씨마을 10대 종갓집 종부 기순도 씨가 직접 만든 된장이다. 360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전통 방식을 고집하고 있으며 지하 130m에서 끌어올린 암반수를 사용해 맛도 탁월하다. 도완녀 씨는 강원도 정선에서 봄눈 녹은 물을 받아 삼척산 햇콩을 이용해 장을 담그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 전통가공식품인증 제177호인 이주영 명품한방 곶감은 감을 옛 방식대로 하나하나 손으로 깎아 만든 수제 곶감이다. 갤러리아백화점에서 판매하며 18개 들어 있는 상품이 20만원에 판매된다.
정부에서 어란 제조부문 명인 1호로 지정받은 김광자 씨가 만든 영암어란은 어란 중 으뜸이다. 조선시대 임금에게 진상품으로 올렸던 영암어란은 숭어가 알을 배는 4~6월 영산강 포구에서 잡은 참숭어 알로 만든다.
김광자 씨는 20대 초반부터 시어머니와 함께 어란을 만들기 시작해 60년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다. 현대백화점에서 판매하고 있으며 영암 어란 국(菊)호는 28만원(300g), 죽(竹)호는 23만원(250g)이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전통식품의 명인으로 지정한 김규흔 씨와 박순애 씨가 만든 한과 세트도 올 추석 때 만나볼 수 있다. '명인 김규흔 한과'는 국내에서 열리는 각종 국제회의 식탁에 단골로 오르내리는 한국 대표 한과로 평가받는다.
엿강정 분야 전통식품 명인으로 지정된 박순애 씨의 '담양 한과'는 남도 음식의 전통을 이어받은 상품이다.
쌀ㆍ콩ㆍ깨ㆍ잣ㆍ땅콩 등을 볶은 뒤 생강이 첨가된 조청과 버무려 제조한 엿강정은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 특징이다. 현대백화점에서 김규흔 한과는 각각 6만~15만원, 박순애 담양한과는 5만~20만원에 각각 판매하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은 궁중음식 연구원인 최승애 씨가 제안하는 명찬 세트를 선보였다. 자연산 송이와 영광굴비, 전복 등 신선하고 엄선된 재료를 사용해 섬세한 솜씨로 정성껏 담아낸 찬 세트다. 특히 생활도예가 문지영 씨의 자기에 담아내 한층 품격을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