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드라마는 실제 범죄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허구를 가미해 재구성했습니다."
에피소드 3. [피아노 연쇄 토막살인 사건 - ⑨]
S# 50. 몇 년 전 11월. 압구정동 수도 아파트 201호
젊은 남자가 201호의 벨을 누른다.
젊은
여자가 문을 열고 나온다.
젊은 여자 예.
무슨 일로?
젊은 남자 안녕하세요.
그 집으로 배달돼야 할 택배가 저희 집으로
잘못 와서
젊은 여자 아~
그래요
젊은
남자가 택배 상자를 젊은 여자에게 건넨다.
젊은 여자 고맙습니다.
참, 저기요.
제가 피아노 레슨을 해서 시끄럽지 않나요?
젊은 남자 괜찮습니다. 제가 혼자 지내니까 걱정 말고
편안하게 쓰세요.
신경 쓰시지 않으셔도 되요.
젊은 여자 그래도. 제가 폐를 끼치는 것 같아서
젊은 남자 정말 정말 저 괜찮습니다.
젊은 여자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고마워요.
제가 밥 한 번 살게요.
네. 그럼.
젊은
여자가 택배 상자를 들고 문을 닫고 들어 간다.
S# 51. 12월. 수도 아파트 202호
왁자지껄
한바탕 최홍덕 귀국 기념 파티 겸 송년회가 끝나고,
후배들이
우르르 나오며 계단을 내려들 온다.
대학 후배1 야~ 홍덕이 형은 좋겠다. 축복을 단단히 받은 거 같아.
대학 후배2 그러게 말이야. 예술에 탁월한
능력도 있지 미국에 유학 다녀와서
바로 대학에서 강의 시작하지
대학 후배1 게다가 물려 받을 유산도 어마 어마 하지 아마.
대학 후배2 이 강남 노른자위 땅의 아파트도 아버지가 사 준 거래잖아. 임대가 아니고.
대학 후배3 홍덕이 형이랑 결혼하는 여자는 뭐 바로 ‘싸모님’ 소리 들으며 사는 거지
후배 일동 하 하 하
나상은이
이들과 계단에서 교차하며, 집으로 걸어 올라 간다.
S# 52. 12월. 수도 아파트 202호
나상은 (우편물을 수북이 안고)
홍덕 씨, 보스턴에서 이렇게 많은 크리스마스 카드가 왔어요.
최홍덕 (우편물을 건네 받으며)
아이고, 매번. 이러시지 않으셔도 되는데.
고맙습니다.
외출했다가 들어 오시나
봐요?
손이 차가운데요. 들어 오셔서, 뜨거운 원두 커피 한 잔 해요.
나상은 (웃으며)
그럴까요?
나상은이
최홍덕의 거실로 들어 선 후, 거실에 걸린 달력을 본다.
안방에서
어머니가 나온다.
최홍덕 (우편물을 식탁에 내려 놓으며)
어머니. 제가 전에 몇 번 애기한 201호에 사시는 아가씨요.
상은 씨. 저희
어머니.
제가 미국에서 석사 마치고, 온 지 얼마 안 돼서,
저 돌봐 주시느라, 몇 달 간 와 계세요.
나상은 (웃으며) 아~ 그러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어머니 (반기며) 아이구. 아가씨가 참 참하게도 생겼네.
애들 피아노 가르친다면서요?
나상은 네.
미국 UC버클리에서 석사 학위 취득하고
지난 7월에 귀국했어요.
지금은 애들 가르치면서, 자리 알아 보고 있는 중 이고요.
최홍덕이 원두 커피 석 잔을 가져와 탁자에 놓으며, 소파에
앉는다.
최홍덕 (호탕하게 웃으며)
정말요?
저는 보스턴 대학에서 멀티 미디어 공부했는데.
어머니 (반색을 하며) 아이구. 비슷한 시기에
둘이 미국에서 같이 공부들 하고 있었네.
그래. 종교는
어떻게 되요?
나상은 네.
불교요.
자주는 못 가지만, 돈암동에 있는 흥천사에 가서
가끔씩 불공을 드려요.
어머니 (손뼉을 치며, 아들을 향해) 이런 인연이 있나.
나도 매주 수요일에 흥천사에 가서 부처님께
예불을 드리는데.
얘야. 이런
인연이 어디 있니?
나상은 (눈이 커지며) 어머!
어머니. 그럼 제가 절에 모시고 다닐게요.
세
사람의 대화는 계속 이어진다.
S# 53. 202호
나상은이
레슨을 마치고, 아이들을 각각 배웅하고 계단을 올라 온다.
최홍덕이
어머니를 부축하고, 큰 누나가 뒤따라 내려온다.
나상은 (놀라며) 어머니, 왜 그러세요?
홍덕 씨. 어머니 무슨 일이에요?
최홍덕 아. 별 일 아니에요.
어머니가 화장실에서 삐끗 하셔서 병원에 진찰
받으러 가는 중이에요.
나상은 (놀라며) 홍덕 씨. 어머니는 제가 부축할 테니깐.
어서 내려가서 차 빼 와요.
나상은이
어머니를 부축하고, 최홍덕은 차를 가지러 서둘러 내려 간다.
S# 54. 병원 진료실 앞 간이의자.
나상은이 초조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어머니가
부축을 받으며, 진료를 마치고 나온다.
큰
누나가 나상은이 서럽게 울고 있는 모습을 본다.
큰 누나 (의아한 표정으로) 상은아. 너 왜 울고 있어?
나상은 (훌쩍이며)
어머니를 모시고 제가 진료실에 못 들어 가서 너무 속상해요
(또 흐느껴 운다)
어머니 아이고, 우리 착한 상은이가 그게 마음이 아팠구나.
의사 선생님이 괜찮다고 말씀하시니깐.
그만 울고 같이 집에 가서 저녁 먹자 꾸나.
나상은 (눈물을 훔치며)
예. 어머니.
나상은이 최홍덕을 대신해, 어머니를 부축한다.
S# 55. 백화점 푸드 코너.
나상은이 갓김치를 맛 본다.
나상은 (직원에게) 여기. 갓김치 500그램씩
두 개 포장해줘요.
판매원 예.
손님.
S# 56. 202호. 거실
나상은 (갓김치 한 조각을 잘라 어머니에게
드리며)
어머니 한 번 맛 보세요.
제가 어머니 드리려고 담그긴 담갔는데,
맛이 있는지 모르겠어요?
어머니 (씹으며) 아이고. 맛 있구나.
상은이가 손 맛도 있네.
상은아. 있다가 저녁쯤에 홍덕이 큰 누나랑 조카들 오니깐
보고 가.
조카들이 전에 너를 보고서 좋다고 난리다. 얘
나상은이 어머니를 백 허그 하며,
나상은 (코맹맹이 소리로) 어머니~
홍덕 씨랑 만약 결혼하면, 어머니 제가 모시며
장도 오붓하게 같이 보고, 절에도 함께 다니며 예불 드리고 싶어요.
어머니 (어깨에 걸친 나상은의 손등을 토닥이며)
에구, 말도 어쩜 이렇게 예쁘게 하노.
S# 57. 저녁. 식탁.
최홍덕 가족들과 나상은이 함께 맛있게 저녁 식사를 한다.
S# 58. 주방 싱크대.
나상은과 큰 누나가 설거지를 하며
나상은 (그릇을 씻으며)
저는 언니를,
제 친 언니같이 생각하며 살고 싶어요.
큰 누나 (나상은을 보고)
엄마한테 들었어.
자기가 우리 엄마하고 동생에게 잘 한다는 얘기.
엄마한테 꽃다발도 선물하고, 반찬도 이것저것 만들어서
싸온다며? 고마워.
우리가 멀리 살고 시부모 모시고 살아서 자주
찾아오지 못하는데.
나상은 아니에요. 언니.
저희 아버지가 육군장군 이셨고, 어머니는 지금 대학 교수세요.
그래서 저는,
어려서부터 하고 싶은 거, 갖고 싶은 거
다 누리며 살았어요.
홍덕 씨도 보니깐. 막내로 사랑 받으며 산 것 같아요.
큰 누나 그럼, 우리
홍덕이가 얼마나 귀여움 받으며 컸는데.
나상은 저도 그렇고 홍덕 씨도 비슷한 환경에서
자라서
공통 분모가 한 두 가지가 아닌 것 같아서
이게 홍덕 씨와 저의 인연이라면 인연이고
큰 누나 나도 그렇게 생각해.
미국에서 공부한 시기도 비슷하고, 이웃에, 같이 예술 하는 두 사람.
나도 응원할 테니깐,
잘 해봐. 응?
나상은 고마워요. 언니.
(간절한 눈빛으로) 저 정말 잘 할게요.
설거지를
끝낸 나상은은 놀고 있는 조카들에게 일일이 볼에 뽀뽀하며, 같이 논다.
최홍덕
씨의 가족들은 함박 웃음을 지으며 흐뭇하게 바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