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동행 나선 꽃 구름 고추잠자리 접은 날개 펴고 따라나선다 단발머리 코스모스 소녀 바람이 흔들어주면 세상 시름 잊은 듯 스르르 졸고 있네
성큼 다가온 가을 오곡백과 익어가는 계절 물들지도 않은 나뭇잎 떨어질 때 가슴 파고드는 고독이여
닿을 수 없는 인연 지나간 계절처럼 멀어질 때 새벽 안갯속에 피어나는 물망초의 꽃말을 기억하는지
스쳐 가는 정거장에 믿음 하나 내려놓고 훌쩍 떠나버린 나그네처럼 팔월의 시린 이야기들 하나씩 지우고 고운 추억만 너에게 닿길 바라며 가을 편지 곱게 접어 보냅니다 ☆★☆★☆★☆★☆★☆★☆★☆★☆★☆★☆★☆★ 《2》 그대 그리고 나
박서영
밤별이 사라진 이유를 아시나요
그리움으로 밤 하늘을 수 놓았지만 그대 없는 외로움이 썰물처럼 밀려와 기다릴 수 없기에
마중 나가면 살포시 내 곁에 와 줄 것만 같아 오솔길에서 그대를 맞이하려고 서성이고 있습니다
변하지 않는 그리움으로 잊을 수 없는 보고픔 이기에 가슴앓이로 힘겨워 할 때
미소로 위로해 주며 삶의 여정에 친구가 되어주는 그대는 마음의 연인
그냥 스쳐 가는 인연이 아니길 그냥 잊혀가는 인연이 아니길 그대 그리고 나 ☆★☆★☆★☆★☆★☆★☆★☆★☆★☆★☆★☆★ 《3》 그대는 잘 지내나요
박서영
꽃바람 따라 걷다가 어느 카페 유리창에 비치는 아름다운 여인을 보니 문득 그대 안부가 궁금해집니다
무심하게 한 말에도 까르르 웃으며 보낸 시간들이 오늘은 더 그리워집니다
작고 동그란 얼굴 눈 코 입 웃는 모습까지 손가락 까닥이며 허공에 그려봅니다
재회의 날이 멀어짐에 보고 싶은 마음 억누르며 푸른 창공을 유영하는 철새가 부럽지만 날아갈 수 없기에
그리운 마음으로 안부 전합니다 그대는 잘 지내나요?
어느새 꽃 피고 지고 가지에 채워진 이파리 바람에 부딪치는 소리가 상큼하게 들리는 푸른 계절
낯선 곳에서 이루고 싶은 꿈 날개를 달아주고 싶습니다 사랑하기에 입안에 맴도는
그대 이름 조용히 불러봅니다 ☆★☆★☆★☆★☆★☆★☆★☆★☆★☆★☆★☆★ 《4》 그리움 한 조각
박서영
이슬 한 모금 머금고 햇살 한 줌 빨갛게 나뭇잎 사이를 스치는 실바람 붓이 되어 노랗게 수채화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고
바람 따라 흘러가는 뭉게구름 위에 얹어 놓은 그리움 한 조각 가을빛이 물들어 엊그제 시집온 새색시처럼 온통 붉게 물들었다
바람에 떨어지는 나뭇잎 하나 마음을 흔들고 작은 떨림으로 그대에게 다가가 사랑으로 물들고 싶어라
서걱거리는 갈대의 몸부림 달빛소나타의 그리움 한 조각으로 가을을 노래하리라
☆★☆★☆★☆★☆★☆★☆★☆★☆★☆★☆★☆★ 《5》 너무 오래 되었다
박서영
눈을 감고 손으로 읽어보라는데 심연으로 그곳에 닿아보라는데 나는 자꾸 처음의 그 약속을 잊어버린다 눈을 뜨고 만다 점자책을 읽지 못한다 혼신의 힘으로 날아가 흰 흙덩이를 밀어 올린 눈보라를 만져보지 못한다 눈을 감고 손을 내밀어보았는데 습관처럼 멀뚱멀뚱 눈동자가 열리고 만다
눈을 감고 바람소리를 들어본지 너무 오래 되었다 내 가슴에서 누군가 떠나가는 것을 눈을 감고 깊이 느껴본 적이 있는가 스쳐 가는 것의 목격자가 되어 오래 아파 본 적, 너무 오래 되었다 ☆★☆★☆★☆★☆★☆★☆★☆★☆★☆★☆★☆★ 《6》 눈사람의 봄날
박서영
이사 다닌 집들이 눈사람처럼 녹아 사라져버렸다 환한 벚꽃이 깨진 창문을 잠시 엿보다 가버리고 이후의 긴 그늘에 대해선 모두 입을 다물어버렸다 그런 국도를 지나쳐, 지나쳐온 봄날이었다
길 고양이 한 마리처럼 도시 외곽에서 달을 분양 받았지만 나의 열망은 달과 태양을 제본하는 것 한겨울에 만든 눈사람을 한여름에도 들여다보는 것
태양의 밀짚모자를 쓴 채 달의 털모자를 쓴 채
태양과 달은 서로의 표정을 사각사각 베어먹고 있다 그러니 천천히 녹아 내리고 있는 뜨겁고 차가운 두 얼굴은 그냥 놔두시길, 괜한 관심으로 눈썹과 코와 입술을 그려 넣지 마시길,
지금은 눈사람처럼 녹아 내리고 있는 집에 들어가 그 해의 환했던 벚꽃과 어느 여름밤의 뜨거운 포옹과 술렁이는 꽃 그늘 따위를 모두 들고 나오고 싶은 날이다 어쩌면 이미 누군가 청소하면서 다 치워버렸을 쓸모 없이 소중하고 궁핍한 기억들 말이다 ☆★☆★☆★☆★☆★☆★☆★☆★☆★☆★☆★☆★ 《7》 들꽃으로 살아가리라
박서영
초록빛 무성한 계절 시린 달빛 받으며 홀로 핀 여린 들꽃이여
별빛의 미소로 한 줌의 햇빛 달콤함으로 잔잔한 향기 뿌리고
인적 없는 시골길 찾아오는 이 반겨주는 들꽃은 말 걸어 주는 이 없어도 짧은 생 홀로 아름다운 추억을 만든다
봄바람 꽃 등에 앉아 간지럼 태우면 까르르 웃어주고 산새들 찾아오면 즐겁게 노래 부르리
이는 바람에 스쳐 지나간 흔적 없는 발걸음 찾을 수 없어 떨어진 꽃잎처럼 방황하지만 홀씨 하나 틔우며 잔잔한 들꽃으로 살아가리라 ☆★☆★☆★☆★☆★☆★☆★☆★☆★☆★☆★☆★ 《8》 메밀꽃 연가
박서영
파란 하늘 아래 하얀 별꽃들이 축제를 열었습니다
초대되어 온 하늬바람에 가녀린 몸짓으로 하늘거리는 메밀꽃
그리움이 밀려와 흔들리는 마음처럼 잠시 머문 바람에도 하얀 별꽃들은 나빌레라 춤을 춥니다
가을 언덕배기에 짙은 어둠이 내리면 초승달이 걸린 산자락 밑에 하얀 꽃등 밝혀
그대 오시는 길 버선발로 마중하겠습니다
메밀꽃 입맞춤으로 달콤한 사랑 물레방아 도는 그곳에서 그대 반갑게 맞으오리다 꽃길 즈려밟고 살짝이 오시어요 ☆★☆★☆★☆★☆★☆★☆★☆★☆★☆★☆★☆★ 《9》 목련나무 빨랫줄
박서영
누추한 속옷 내 걸린 목련나무 빨랫줄 꽃이 어느 시간 속을 이동해 사라지는 것처럼 축축해진 옷을 입은 사람의 시간도 말라 간다 빨래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받아먹는 야생 고양이 한 마리의 시간도. ☆★☆★☆★☆★☆★☆★☆★☆★☆★☆★☆★☆★ 《10》 바람이 되고 싶어
박서영
한 줄기 바람이 향기 실어 나르던 어느 날 볼 수 없는 엄마가 그립고 짝꿍이었던 동창생 그리워질 때
흔적조차 지워진 길 위에 덩그러니 놓인 여인은 바람이 이끄는 대로 걷고 싶은 날 있습니다
고목 나무 끌어안은 매미는 뜨거운 햇살 씹어 삼키듯 짧은 생을 목놓아 여름을 노래하고
한적한 카페에 앉아 잔잔하게 흐르는 음악에 비처럼 쏟아지는 그리움은 아이스 커피에 둥둥 뜬 어름에 앉아 녹아 내립니다
어디론가 훨훨 날고 싶은 여인은 바람이 되고 싶습니다 ☆★☆★☆★☆★☆★☆★☆★☆★☆★☆★☆★☆★ 《11》 밤의 그림책
박서영
지구라는 머나먼 별에서 헐레벌떡 뛰어 너에게 갔다
한쪽 발이 없는 비둘기. 한쪽 날개가 없는 나방. 한쪽 눈알이 없는 개. 꼬리가 반쯤 잘린 고양이. 견우와 직녀. 당신과 내가 주인공인 이야기책을 쓰기 위하여
연립빌라 옥상 물탱크 옆에 앉아서 은하수 동창회라도 열어야 할 판이다, 추웠지만 웅크리고 앉아 밤의 삽화를 그렸다
시간이 약탈해 간 아름다운 별들을 모았다 어떻게 그 수많은 순간들을 버릴 수 있겠는가
멸종 위기에 처한 침묵이 도착하였소 마른 멸치 몇 개 놓고 소주 한잔하면서
우주의 샅을 다 뒤져서 도도새. 바바리사자. 분홍머리오리. 여행비둘기. 크바다쇠오리. 알바트로스. 황금박지와 키위새가 주인공인 이야기책을 쓰기 위하여
나처럼 당신을 잘 이해해 주는 애인은 없을 거예요 지구에서 바로 유턴하자마자 우주의 옥상보호구역 노란 물탱크 옆에서 반짝이게 되었다 그러나 저 반짝거림들 애틋함은 얼마나 빨리 사라져버리는가
밤의 그림책을 쓴다 침묵으로 가득 차 있고, 깨어나 보면 이곳은 이상한 물속의 세계 넌, 아직도 나 때문에 울고 있구나 투명한 해파리들이 쏟아져 그림책을 완성하고 있다 ☆★☆★☆★☆★☆★☆★☆★☆★☆★☆★☆★☆★ 《12》 빈집
박서영
댓돌 위에 나란히 놓인 신발 한 켤레, 빨랫줄엔 며칠째 걷지 않은 듯한 옷과 이불, 늦은 봄날 개 복숭아나무의 병실을 떠나 기어코 짓뭉개져 가는 꽃잎들, 들어가야 할 곳과 빠져나와야 할 곳이 점점 같아지는 37세, 시간의 계곡을 질주하는 바람, 더 이상 내게 낙원의 개 짖는 소리는 들려주지 마! 내용 없이 울어대는 새 몇 마리, 저녁이 검은 자루처럼 우리를 덮는다 ☆★☆★☆★☆★☆★☆★☆★☆★☆★☆★☆★☆★ 《13》 생애 전환기
박서영
의료보험 공단에서 생애전환기의 건강검진통보를 보내왔다 환승역에 닿아서 겨우 종이 한 장 받은 기분이다 겨우 몇 걸음 걸었을 뿐인데 어디로 갈아타야 할 지 모르는데 발부터 머리꼭대기까지 잔뜩 긴장해서 통보서를 오래 들여다보았다 무서운 병명들이 빼꼭히 적혀있다 위 꽃, 유방 꽃, 자궁경부 꽃, 당뇨 꽃, 빈혈 꽃, 폐결핵 꽃, 정신질환 꽃, 끝에 꽃을 붙이니 더 무서운 생각이 들어 정신이 번쩍 든다 꽃의 짧은 생애 붉고 아름다운 꽃의 투구와 방패를 뒤집어쓰고 생애전환기를 건너야 한다 건너는 것도 오르는 것도 갈아타는 것도 어쨌든 한 생애를 굴러다니는 일 무 자르듯 딱 생애전환기라니! 어떤 절벽에서 어떤 절벽으로 뛰어내리라는 건지 허공에서 바닥인지, 바닥에서 허공인지 그 경계를 지우느라 마음이 당신에게 달려가는 줄도 모르고, 1분1초가 내겐 생애전환기라는 것을 저 꽃이 다 아는데 저 새가 다 아는데 저 바람이 다 아는데 병의 기원이 적힌 흰 종이 속의 꽃밭 꽃과 고통의 얼굴이 서로를 통과하고 있다 ☆★☆★☆★☆★☆★☆★☆★☆★☆★☆★☆★☆★ 《14》 소금 창고
박서영
이 창고에 매화꽃 핀 이유가 있어요 매일매일 온도가 높은 불을 켜놓았었는데 불은 한 번도 꺼진 적 없고 눈물은 달고 짠 핏물의 운명 곁으로 흘러갔으니 오래된 꽃무늬 은장도의 날을 빛나게 하는 건 얼어붙은 눈물이 분명하지요 나는 아직 발굴되지 않은 유적지를 알고 있어요 창고 안에 소금 꽃일까, 매화꽃일까 차갑게 끓어오르는 것에는 꽃이 펴요 봄은 칼집을 열 듯 오고 심장에 맺힌 걸 보여줘요 당신이 날씨의 영향으로 나를 껴안고 강렬한 슬픔을 입김으로 불어 넣어준 날에 빛나는 은장도를 갖게 되었지요 결국 내가나를 찌르고 피 묻은 은장도를 숨겨야 했단 곳 흰 시간 속에는 아무도 모르게 배달된 휘파람새 한 마리도 파묻혀 있어요 나는 그곳에서 매일 홀짝홀짝 울면서 울음의 성지(聖地)를 지키고 있어요 소금무덤 말이에요 매화꽃 말이에요 휘파람새도 자신의 노래비를 증오하고 있어요 하지만 이해해요, 다 옛날 일이잖아요 ☆★☆★☆★☆★☆★☆★☆★☆★☆★☆★☆★☆★ 《15》 소녀의 봄
첫댓글 그대 그리고 나
박서영
밤별이 사라진
이유를 아시나요
그리움으로
밤 하늘을 수 놓았지만
그대 없는 외로움이 썰물처럼
밀려와 기다릴 수 없기에
마중 나가면
살포시 내 곁에 와 줄 것만 같아
오솔길에서 그대를
맞이하려고 서성이고 있습니다
변하지 않는 그리움으로
잊을 수 없는 보고픔 이기에
가슴앓이로 힘겨워 할 때
미소로 위로해 주며 삶의
여정에 친구가 되어주는
그대는 마음의 연인
그냥 스쳐 가는 인연이 아니길
그냥 잊혀가는 인연이 아니길
그대 그리고 나
그냥 스쳐 지는 인연이 아니길
그냥 잊혀가는 인연이 아니길
우리네 인생길은
잊혀지는 인연보다
생각나는 인연이길
모두가 바랄겁니다
울협회 시인인
박서영 시인님의 글
멋드러집니다
시인님 건 안 하시지요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글 읽다보니 제글이 아닌
타계하신 박서영 시인님의
글과 섞여 있어
글 올려주신 김용호 선생님
수정 부탁 드려봅니다
5 6 9 11 13 14 17 19번은
타계한신 박서영 시인님의 글입니다
유명하신 시인님과 같이
올려주셔서 감사하지만
저는 봄 박서영입니다
제 글을 삭제해 주세요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