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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아란]

어떤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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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한 낮 날씨가 무척이나 무더웠다.

비가 오려 그랬을까? 

 인사동 지인의 전시회 오프닝에 다녀오려 길을 나섰던 길이었다.

몇몇 전시회를 관람하고 햇살이 무척 따가울 때에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피부에 발진이 돋는것이 아마도 햇빛 알러지인것 같아 몹시 예민해져 있었기때문이다.

양쪽 팔뚝과 얼굴에 발진이 돋기 시작해서 가렵기도 하고 따갑기도 하고,,,

그런데 돌아오는 길에 '박항률화백'의 전시회가 눈에 띄어서 그냥 돌아 올 수가 없었다.

 열심히 구경하고 있는데 그림을 보시던 노스님 한 분께서 어디에 사느냐고 물으신다.

인천에 산다고 대답을 하니 반색을 하시면 함께 가면 되겠다고 하시는 말씀에

나는 그분이 지방에서 올라오신 스님이실꺼라는 짐작을 하고 인쳔 내려가는 방법을 설명드렸다.

마침 잘되었다는 말씀과 함께 동행하자 하신다.

흔쾌히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하고 나서는데

 오른쪽 팔과 다리가 거동이 자유롭지 못해 걸음걸이도 말씀도 어눌하셨고

내 팔에 의지해서 걸어야 한단 말씀을 하셨다...

그러나 나의 오른팔엔 이미 발진이 돋아서 무척 가렵고 쓰라리던 차였다.

내 속에서 자꾸 불편한 마음이 일고 있음이 느껴졌으나 그분의 처지가 더 딱하니 어쩔 수 없이

내 팔을 의지처로 내 놓고 걷기 시작했다.

스님의 키도 크셨지만 불편한 몸을 나의 팔에 의지하고 걸으시니

팔뚝이 온통 빨갛게 자국이 나기 시작했고

따가움이 더해지기 시작했으나 어쩔 수가 없었다.

이런 저런 말씀을 건네시는데 스님의 법납이 50년이나 되셨고 법학을 전공하셨으며,,

 지금은 영종도에 있는 작은절에 계신다고, ,,

서울에 볼 일 있어 나오셨다가 인사동엘 들르셨다는 말씀이셨다.

인천 제물포에 있는 상좌스님께 가시는 길이라고 하신다.

조금 걷다가 잠시 쉬고 조금 걷다가 잠시 쉬고,,

온통 빨갛게 자국이 난 손목 위쪽으로 발진이 따가워서인지 

마음 속에서 짜증이 이는것 같았다.

더운 날씨때문일꺼라고 내 자신에게  애써 변명을 하고 있었다.

스님께서는 3년전 앓으셨다는 중풍으로 오른쪽팔과 다리의 거동이

쉽질 않아 하세월로 걷기 시작하셨다.

한걸음 한걸음 옮겨 디디실때마다 나는 자꾸 한숨이 나오기 시작했다.

힘이 들어보이는것이 안타깝고,

 이럴때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서울 온것이 후회되었다.

차를 가지고 올라왔으면

편히 인천까지 모시고 갈 수 있었을것을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얼굴도 팔도 모두 따가워지기 시작하고

손목은  스님의 손에서 나는 땀으로 끈적거리는것 같고

몸을 가누시기가 힘드시니 내 팔에 의지해 걸으실 수 밖에 없었으나 

스님의 얼굴은 맑고 순진한 아이같은 표정이셨다.

나의 심정은 전혀 헤아리시지 않고 그냥 끝없이 말씀을 하신다.

친구들 이야기도 하시고 생각 나는 옛이야기들도 하시며

 애써 기억나는 일들을 말로 하시려 한다.

종각 주변의 지도를 말로 그리시는듯,,

저리로가면 명동을 갈 수 있고. 이쪽으로 가면 흥인문으로,..

광화문으로,, 그리고 안국동으로... 서울 지리를 꿰고 계셨다.

안암동에 있는 학교에서 법학을 공부하셨고,,,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갑자기 고향의봄 노래가 생각나질

않는다시며 자꾸 애써 기억하려 하신다.

종각 전철역 구내에 의자에 앉아 인천행 전철을 기다린다.

그런데 갑자기  다시 "아하.. 생각났네.. "하시면서 테너목소리로 노래를 부르신다.

그러시더니 다른 사람들의 이목이 신경쓰이셨는지

의사선생님께서 기억나는 일들을 입으로 이야길 하고

 노래도 생각나는대로 큰 소리로 하라고 하셨다는 말씀을 하신다.

"오 ! 데니보이"는 동국대학원다닐때 뜨락에서 누군가 부르는데 정말 멋져서 배웠고,,

사랑의 기쁨은 색서폰연주가 아름다워서 그 노랠 배웠지..

라르고도 좋아하는 노래고,

"오가며 그집앞을 지나노라면~~" 이노래 제목이 머지?

"그집앞이에요.."  내 대답에 맞아! 맞아~  나 이 노래도 좋아하지."

이번에는 더 황당하다.

갑자기 가방에서 하모니커를 꺼내신다.

그리곤 설명을 하신다. 

"인사동에서 걸어서  낙원상가 악기점에 들러서 하모니커를 샀어.

이 하모니커는 국산인데 독일산은 무척 비싸고 좋다고 하더군..

그런데 그냥 싼걸로 샀지.."

그래도 전철역 의자에서는 그냥 바라보며 웃어드릴 수 있었고 들어 드리는 일도 괜찮았다.

그런데  전철 안에서도 계속 노래를 하신다.

그리고 가사가 생각나지 않으시면 물으신다.

"사랑에 기쁨은 어느듯 사라지고,, 사랑메 기쁨만 영원히 남았네..."

그런데 그 담에 가사가 뭐지?

그럼 생각나는대로 가르쳐 드리면서 함께 흥얼거리게 된다.

그러다가 스님이 가사를 노칠세라,, 음정을 놓칠세라 나도 모르는 새에

스님의 입을 보면서함께 부르고 있는 자신을 느끼게 되었다.

이런 시간이 계속되는동안 서 있던 승객들은 힐끔거리며

노 스님과 나를 번갈아 쳐다보기 시작한다.

부끄럽단 생각보다는 민망스러운 생각에 슬그머니 얼굴이 붉어지기시작했다.

그래 좌석 손잡이에 기댄채 자는척을 하는데

스님께서 자꾸 불편한 손동작으로 부스럭거리며 가방을 뒤지신다.

신경이 쓰여서 슬그머니 눈을 뜨고 바라보았다.

"에구 여기있네.. 또하날 찾아야는데 ,,,"

 이렇게 혼잣말을 하시면서 무언가를 찾으신다.

아무래도 안되겠어서 "뭘 찾으시는데요? 도와드릴까요?.."

"아니 괜찮아,, 찾았네.. "하시며 내 손에 쥐어 주신다.

"이거 염주하고 반지인데  주고싶네.. 그리고 얼굴도 이쁜데 맘도 곱네..

고마웠네.. "

팔목에 끼는 염주와 법문이 적힌 반지를 내 손에 쥐어 주시며

이렇게 불편을 끼친것도 인연이니.. 이거 받으시게.. 하신다.

갑자기 인사동에서 종각까지 나오는 동안

마음 한귀퉁이에서 일었던 불편했던 심기가

죄송스러워지기 시작한다.

받기도 죄송스럽고,,

 속내를 드러낼 수도 없었고,,

그냥 받아 들고 인사를 여쭈었다.

스님.. 저는 천주교신자라서 염주를 늘 가지고 다니지 않을지도 몰라요.

그렇지만 감사한 마음으로 받을께요..

고맙습니다.. 건강 빨리 되찾으세요.

그리고 상좌스님이 제물포역전에 나와 계실꺼에요..

안녕히 가세요,,

건강해지세요...

이러한 인사를 나누며 부평에서 내려

전철을 갈아타려면 지하로 내려가야하는데

쉽게 자릴 뜰 수가 없었다.

저렇게 수도생활을 하시는 스님도 연세가 드시고 편찮으시니

아이처럼 해맑아지시네..

누군가 말을 들어줄 벗이 필요하시겠구나.

그 많은 말씀들을 초면인 나에게 아무 꺼리낌없이 말씀하시니..

어른이 된다는일.. 체면이 중요하고, 인사치레가 중요하고,,

정말 어렵고 구차한 일들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냥,, 저렇게.. 아무 선입견이나 경계심 없이 풀어내시는 말,마음, 그리고 행동들,,

그 많은 사람들 속에서 노랠 부르실 수 있으신 순수함,,

젊었을때에 느꼈던 감동들을 마치 어제일처럼 어눌한 말투로 설명하시는 진지함.

전철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입으로 기도를 한다.

스님,,건강을 빨리 되찾으세요..

그리고 감사합니다.

하루가 참으로 귀한 일로 가득찬듯 합니다.

머릿속과 마음 속에 또 한가지를 얻어 넣었습니다.

[꽃비]

사랑의 기쁨은 ...........사라진 별이여 ............. 남았네 .................... 예전에 고3때 이불속에서 엄마 몰래 듣던 별밤에서 듣던곡이였는데 ........무지무지 좋아했었다오 가려운 피부가 걱정되지만 .... 그건 해를 많이 안보면서 치료하면 될일같고 참 소중한 만남이였겠네요 ...........기다려주고 들어주고 함께해준다는것이 쉬운일은 아이였을텐데 날씨는 더웠지만 자그마한 끈하나 건진기분이였겠구료 ....... 참 스님도 잊지 못하시겠네요 나 이노래 무진장 좋아했었는데 ~~~~그런데 완벽한 수신상테 ( 어찌하는 건지 한수 ㅎㅎㅎ) 잘자요 !~

[파아란]

완벽한 수신상태? ㅎㅎ 그건 기다림의 미학이면 될 듯 싶어요.. 동행중 지인의 전화가 얼마나 반갑던지요. 전봇대 뒤에가서 전화를 받으면서 에휴~~

[겨울풍경]

이래서 세상이 따듯해지는거겠지요..

[파아란]

맑은 영혼을 가진 사람이 있어 세상이 정화되는거겠지요? 잠시지만 전철 안에서 뭔가가 가슴 안으로 들어오는것 같았습니다. 있는 그대로,, 느낀 그대로를 표현하시는 분의 천진함에서 느끼는 맑은 기운..

[바람에딸]

천진난만한스님과 벗을 잠깐하셨으니 오래오래 행복하시겠어요^^마음이 무척 아름다운분인것같군요~ 좋은나날되세요^^

[파아란]

잠시지만 번거로움에 마음이 편치 않았었으니.. 그로인해 또 나를 정직한 눈으로 보게 되는 시간이었겠지요.. 늘 이렇답니다,, 후회를 하는 순간순간 나라는 사람의 실체를 보게 되는군요;;

[늘푸른]

그 스님은 파아란님의 고운 마음씨까지 꿰뚫어 보신것입니다. 그 날 큰 보시 하셨습니다. ^^* 더운 날 건강하세요~~ 그리고 방학 때 연락 드리고 한 번 갈께요~~^^*

[포플러]

쳇, 하필 더운 여름날에 건장한 사람들 놔두구 기대신담..사람 좋은거 알아보시나봅니다~~^^

[들풍]

누가 아니라우.

[카리스마]

건강 빡시기 챙기시이소 알겠지예...

[까망가방]

노스님...거동조차도 불편한....하지만 하는짓(^^)은 어린아이 같이 ..... 상좌스님을 그 연세 노구에도 찾아 뵙겠다는 그 걸음이 때론 숙연하고요....파아란님, 그분께선 참 좋은 친구를 만났다 하신 마음이셨을거예요^^

[연꽃닢]

관세음보살님이 여기 계셨군요 존경합니다 파아란님 내내 건강 하시길 바랍니다.

[하늘빛 향기]

아이구~~고생 하셨네요.땀띠 나지 않으셨나요? 귀한 인연 맺으셨으니 기도 많이 해 드려야겠습니다.건강 회복 되어지시길...행복 했습니다^^*

[설아]

수많은 펌들 보다가 살아있었던 진솔한 선생님의 글에서 참으로 많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