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를 쫓는 속이 허한 남학생
장성숙/ 극동상담심리연구원, 현실역동상담학회
blog.naver.com/changss0312
어느 어머니의 고민은 대학교 1학년인 아들이 의처증 비슷한 행동을 반복해 여자 친구들이 자꾸 떠난다는 것이었다. 며칠 전에도 그런 일이 생겨 아들이 괴로워해 집단상담에 보낸다고 하였다. 그렇게 해 집단상담에 참석하게 된 그 아들은 전날 밤에 마신 술 때문인지 고개를 푹 숙이고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아내와 함께 집단상담에 참석한 40대 남자가 삶의 의욕을 느낄 수가 없다고 말하며, 자기가 뒤늦게 자위행위를 하게 되었는데 그때는 ‘이런 신천지도 있구나.’ 할 정도로 좋았었다고 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리따운 아내와 부부관계를 해도 그저 시들하기만 하단다. 그가 이렇게 자신의 우울감에 대해 말할 때 다른 집단원들은 잠자코 듣고 있는데, 집단에서 내내 입을 다물고 있던 그 학생이 불쑥 이렇게 말했다.
“그런 관계를 할 때는 온 정성을 다 바쳐서 해야 기쁨을 느낄 수가 있어요.”
이런 말에 집단원들은 기가 막힌다는 듯이 와~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제일 어린 막내가 아버지 연배인 어른에게 그런 충고 비슷한 말을 하니 얼마나 우스운가.
웃음이 잦아든 뒤 나는 그 학생에게 여자를 몇 명이나 사귀어 봤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그는 30명 정도는 사귀었다고 대답했다. 한두 명도 아니고 그 정도로 많은 여자를 사귀어 봤다는 말에 사람들은 또다시 놀라워하며 웃음 지었다. 30명이라는 사실도 놀랍지만 아무런 거리낌 없이 씀벅씀벅 말하는 태도에 사람들은 기막혀했다. 나 역시 어디서부터 말을 풀어가야 할지 몰라 멍하니 그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러자 맞은 편에 앉아있던 철쭉 님이 그 학생에게 물었다.
“네가 그토록 심한 여성 편력증을 갖고 나대는 것을 부모님께서 아시냐?”
“글쎄요. 아버지가 아시는지 아닌지 잘 모르겠는데, 아마 엄마가 말씀하셨다면 아실 거예요. 엄마한테는 내가 이야기를 다 하니까 잘 알고 계시거든요.”
“그래? 네가 여자 친구와의 관계를 말하면, 어머니가 뭐라고 말씀하시더냐?”
“아무런 말씀도 안 하시던데요. 그냥 잠자코 열심히 들어줘요.”
나는 두 사람 사이에 오가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식을 키우는 부인들의 얼굴을 훑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자기가 그 어머니 입장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하여 골몰히 생각하는지 다들 심각하게 숨죽이고 있었다. 자기 자식이 그런 말을 해올 때 야단을 치면 애가 더는 말을 하지 않을 테고, 그렇다고 자식의 생활을 훤히 꿰고 있을 욕심으로 듣고만 있자니 그것도 영 찜찜할 것 같아 그들은 순간적이나마 고민을 하는 듯했다. 사실 나 역시 얼른 판단이 서질 않아 주춤하였다.
철쭉 님은 얼굴을 찡그리며 그 학생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싸늘하게 말했다.
“다시는 이런 이야기를 어디 가서 입 밖에 내지 마라. 너 하나 개망나니 소리를 듣는 것으로 충분하지, 부모 얼굴에 똥바가지를 뒤집어씌워서야 하겠느냐. 적어도 어머니라면 자식이 잘못된 행동을 할 때 분명하게 야단을 쳐야 하거늘, 너의 어머니는 가만히 듣고만 있었기에 네가 똥오줌도 못 가리는 이 지경에 이르고 만 것 아니냐. 도대체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짐승처럼 나대니 너를 어찌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 학생은 물론 주위 사람들도 이렇게까지 심한 말이 나올 줄은 몰랐는지 당황해했다. 철쭉 님은 계속 말을 이었다. 부모는 자식이 잘못된 행동을 하면 반드시 따끔하게 일깨워 주어야 한단다. 그렇게 해야 자식이 지금 당장 그 행동을 고치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그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했다. 그런데 자식이 부모에게 재잘대는 내용을 꿸 욕심으로 아무런 말을 하지 않으면, 그 자식은 뭐가 옳은지 그른지조차도 모를 테니 이래서 무슨 양육을 한다고 할 수가 있겠느냐고 했다. 따끔한 말을 듣는 과정을 거처야 사람은 동물과는 달리 부끄러움이 무엇인지를 배워 절제력을 키울 수 있고, 나아가 비로소 사람의 꼴을 갖추게 된다고 철쭉 님은 말했다.
방 안의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자식을 둔 부모들은 자신들의 모습을 되돌아보는지 길게 숨을 내쉬었다. 길게 내쉬는 그 호흡 속에는 자기들도 뭔가 분명한 기준을 잡았다는 안도의 감을 지닌 듯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여타의 말에 꿈쩍하지 않고 천둥벌거숭이처럼 중구난방으로 나대던 그 학생이 고개를 푹 숙였다. 자기로 인해 부모가 시원찮은 사람으로 몰려 시궁창으로 내동댕이쳐지니까 뜨끔하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 뒤부터 나는 그가 어떤 이유에서 그토록 여자를 사귀는데 몰두하는지 살펴봤다. 과연 그에게는 속이 허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 있었다. 그의 어머니는 남보다 성취욕이 강한 사람으로 아이가 한참 어머니를 필요로 할 때 정신없이 자기 일에 몰두하며 지냈다. 그 과정에서 아이는 어린 시절 마음을 어디 붙이지 못하고 외로움에 찌들어 살아야 했다. 그러다 자기 사춘기를 맞이하면서 그는 여자들에 빠져들며 방황하였다. 중요한 시기에 허허롭게 자란 결과로서 그러한 모습이 되었으니 딱한 대상이었다.
첫댓글 "그의 어머니는 남보다 성취욕이 강한 사람"
지금 후회하는 친구, 이웃들 많아요,,
나이 40이 다 되도록 정신 못차리는 자녀때문에...
저희 두 아들은 자신들에게만 집중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