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반가사유 / 박숙경

[군불]

봄날의 반가사유 / 박숙경

​​봄의 꼬리엔 몇 개의 시샘이 따라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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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부러워서 그러는 것
눈앞에 뿌연 것도
바람이 갈지자로 걷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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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진강 물결이 반짝이는 영농조합법인 앞마당
색색깔 옷을 입은 몇 대의 트랙터
나란히 가부좌를 틀고 꽃과 눈을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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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덩치들을 불러낸 것도
떠받치고 있는 것도
연두가 밀어올린 노랑이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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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이꽃이 돌멩이를 떠받치고
유채꽃은 트랙터를 떠받치고
세상을 떠받치는 힘이 작고 여린 것에서 나온다는
아주 시적인 순간을 사적으로 지나가는 유혈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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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칫 물러선 걸음 위로
참새 몇 마리 포르르,
보리밭 쪽으로 날아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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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오래 문밖에 새워둔 낮달에게』 (달아실, 2024.04)

* 박숙경 시인
1962년 경북 군위 출생, 영남대 사회교육원 문예창작반 수료
2015년 『동리목월』 등단
시집 『날아라 캥거루』, 『그 세계의 말은 다정하기도 해서』  『오래 문밖에 세워둔 낮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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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봄이 다 지난 듯합니다. 5월이면 아직 봄이라고 얘기해도 부족함이 없지만, 벚꽃도 다 지고 진달래도 졌습니다. 철쭉이 환하게 피었다 지고 있으니 봄이 진다고 얘기해도 딱히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낮의 온도가 30도에 육박하니 이제 초여름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날이고요. 그래도 아직 봄 기분을 내 봅니다. 5월은 봄이라고 생각하면 봄이고, 여름이라 생각하면 여름이 되는 재미있는 시간입니다.
 
봄은 왜 이리 빨리 지나가는 것일까요. 비유하자면, 식탁 위의 맛있는 반찬은 빨리 없어지기 때문이 아닐까요. 겨울과 여름의 시샘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그것보다는 우리가 봄을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이 조금 더 아름다워 보입니다. 평일은 길고 길게 지나가다가 주말만큼은 휙 하고 지나가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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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숙경 시인이 바라보는 봄도 참 재미있습니다. 화자는 말합니다. ‘냉이꽃이 돌멩이를 떠받치고 / 유채꽃은 트랙터를 떠받치고 / 세상을 떠받치는 힘이 작고 여린 것에서 나온다는’ 이라고요. 생각해 보면, 세상을 이루는 물체들은 대부분 보잘것없는 것들입니다. 값비싸고 화려하고 누구나 다 가지고 싶어 하는 무엇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눈길조차 잘 주지 않는 흔하다흔한 것들입니다. 흔한 것들이 모여 선을 이루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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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한 편이 생각납니다. 물로 가득 찬 디스토피아 세상을 보여주는 영화였습니다. 캐빈코스트너가 주연을 맡은 영화 <워터월드>(1995년)입니다. 주인공의 거주지는 배입니다. 그는 가끔 암초 지대에 세운 마을을 찾아갑니다. 물물교환을 하기 위해서죠. 그가 물물교환을 위해 건네는 물질은 ‘흙’입니다. 이곳에서 흙은 중요한 물질입니다. 왜냐하면, 흙이 있어야 식물의 재배가 가능하기 때문이죠.

어쩌면, 저 흙처럼 짧아지고 있는 봄 때문에 이 계절이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짧은 봄날임에도 황사다 미세먼지다 해서 봄을 봄처럼 느낄 수 있는 날들이 며칠 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봄의 황사나 미세먼지는 봄이라는 시적인 순간을 사적으로 만드는(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유혈목이 같은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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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과거에 누렸었던 값없이 주어진 봄, 얼마 남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봄을 봄처럼 느끼기 위해서 멀리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야만 하는 날들이 생각보다 빨리 다가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니, 환한 이 계절이 어둡게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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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 쓰는 주영헌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