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디브 생각
장선희
난 물고기의 입 모양을 하고,
산호의 말을 합니다
반얀트리 아래 가부좌 틀고
한나절을 한평생처럼 보내고 싶습니다
갈 수 없을 거란 생각은 어디서 쉬고 있을까요
그 생각에 골똘해져 동네 마트에 갔습니다
한 달 뒤의 너를 위해, 오늘 나는
개망초를 준비합니다
요리는 손맛을 통해 여행을 숙성하는 것이라죠
개망초가 몰디브라 생각하니
나는 어느새 수상 가옥 안에 있습니다
깨끗이 씻은 도마 위에, 물고기 같은
산호 같은, 말을 놓고 송송 썰어봅니다
나비가 모여들고 하늘이 숲속처럼 어질러졌어요
숲과 숨통을 순간적인 영감에서 몰디브로
몰아붙이는, 요리는 완성이 쾌감입니다
간간하게 입덧하는 산호섬의 빵나무
갈 수 없을 거란 생각은 어디로 갔을까요?
대기자 명단에 올려져
구름의 변신 속도로 지워지고 있겠지요
먹기도 전에 양치부터 하는 건
인도양 바다 노을을 맞으려는 예복 같은 것이죠
둘이서 하는 식사는
한 접시 개망초가 런칭한 몰디브
섬에서 육지로 죽도록 헤엄쳐 오는 바다거북의
작은 손을 상상해 보세요
몰디브를 생각하면
왜 자꾸 개망초가 피는 걸까요
장선희
경남 마산 출생. 2012년 웹진 〈시인광장〉으로 등단.
시집 『크리스털 사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