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전문가칼럼
[전문기자의 窓] '정년이'에 없는 세 가지
조선일보
김성현 문화전문기자
입력 2024.11.28. 23:54
https://www.chosun.com/opinion/specialist_column/2024/11/28/WL3KSR4DANA43IHVWHS5I3FL5U/
'정년이'의 김태리. /tvN
“때는 1950년대 전쟁 직후 여성 국극(國劇)의 인기는 하늘을 찌르고 소녀들은 왕자가 되기를 꿈꾼다.”
시청률 16.5%로 종영한 인기 드라마 ‘정년이’는 1950년대를 풍미했던 여성 국극이 배경이다. 여성 국극은 극중 모든 배역을 여성들이 맡았던 창극이다. 소리·춤·연기에 화려한 무대 장치까지 곁들여서 ‘오빠 부대’를 몰고 다닐 만큼 선풍적 인기를 누렸다. 요즘 아이돌 스타의 원조에 해당하는 셈이다.
‘정년이’는 2019~2022년 웹툰으로 먼저 연재됐다. 지난해 창극으로도 공연됐다. 웹툰과 창극의 인기가 이번엔 안방 드라마로 번진 셈이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정년이’는 이상한 드라마다. 없는 것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절대적인 선악 구분이 없다. 음악 영화나 드라마의 기본 공식 가운데 하나가 천재와 범인(凡人)의 대립 구도다. 살리에리가 모차르트를 독살했다는 음모설에 바탕한 영화 ‘아마데우스’나 괴팍한 지휘자 강 마에(김명민)를 등장시킨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가 모두 그랬다.
그런데 ‘정년이’에는 이런 이분법이 없다. 물론 국극단 내부에는 치열한 경쟁이 존재하고 몰래 소품을 망가뜨리는 시기와 질투, 냉대와 괄시도 있다. 하지만 한정된 배역을 차지하기 위한 정정당당한 승부가 사소한 음모들을 주변으로 밀어낸다. 국극단의 대스타인 ‘문옥경’(정은채)은 신입들에게도 “많이 보고 배워서 쑥쑥 커라. 내 자리를 위협할 정도로 빨리 커라”라는 덕담을 건넨다. 라이벌이 곤경에 빠지면 도리어 구해주고, 앙숙과도 기꺼이 한 팀을 이룬다. 주역이든 단역이든 서로에게 기꺼이 배우려고 한다.
또한 과거 한국 드라마에서 빠지지 않았던 연애가 없다. 여성 국극의 동성애적 색채는 과감하게 탈색시킨 대신에, 여성들의 우애와 연대를 일컫는 자매애(姉妹愛)로 대체했다. 여성 국극의 장르 특성과 어울리는 여성 서사를 지향했다는 점도 최근 트렌드와 잘 맞는다.
마지막으로 한(恨)의 정서도 없다. 30여 년 전까지도 영화 ‘서편제’에서 절절하게 묘사했던 구슬픈 한은 국악의 상징처럼 인식됐다. 하지만 ‘정년이’에서는 눈물 흘리는 주인공의 모습조차 드물다. 오히려 한 편의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치열하게 경쟁하고 노력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시종일관 두드러진다. 그런 의미에서 드라마의 국극단은 오늘날의 엔터테인먼트 회사이며, 연구생들은 연습생에 가깝다. 주인공 개인만이 아니라 집단적인 성장극인 셈이다. 어쩌면 시간의 흐름에 수반되는 감수성의 변화야말로 ‘정년이’의 가장 큰 성과일지도 모른다. 하나의 이야기를 웹툰·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로 활용하는 ‘원 소스 멀티 유스(one source multi-use)’는 한국 문화 산업의 마지막 숙제였다. 드라마 ‘정년이’가 그 과제를 해내고 있다. 역시 정답은 멀리 있지 않았다.
김성현 문화전문기자
밥좀도
2024.11.29 04:54:59
드라마나 영화는 허구의 산물이지만 시청자에게 위안과 치유의 기능을 주면 된다. 사상이나 이념에 치우쳐 거짓이나 선동을 일삼으면 온갖 부작용을 초래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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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
2024.11.29 06:34:43
악착같은 세가지가 없으니 편안하게 잘 시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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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이어
2024.11.29 07:52:52
국악 프로그램만 나오면 채널을 돌리던 배우자가, '정년이'를 즐겨 시청하였으니 훌륭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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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르미
2024.11.29 08:25:55
옥의 티는 있었다. 마지막 다보탑과 석가탑의 이상한 모습에 경악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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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kim
2024.11.29 08:35:54
1000% 동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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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곰
2024.11.29 07:42:53
여성국극은 5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나 1960년대 영화의 발달과 TV보급으로 인기가 내려가고 박정희 군사정권이 국극을 저질통속 예술로 간주, 국립기관에 들어가지 못해 전통문화 보전을 위한 정부지원이 제외되자 결정적으로 몰락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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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식
2024.11.29 06:49:02
6.25직후 정년이라는 말도 없고 정년도 없었다 당시 연극은 모두 여성들로 단역이나 주연을 차지 하고 있었고 대중으로부터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오빠 부대를 이끌고 다닐 정도로 재미꺼리 연극이 였다 창극이 주종을 이루어고 오늘과 같인 경재이 아닌 서로 격려와 위로를 하였던 시대 였다 직업이 단순 직업이여서 누구나 할수 있어 정년도 없던 시대에서 사는 사람도 많아다 현대는 수 없는 노련한 기술과 숙련된 기술자 전문가 대우를 밭는 시대여서 일할수 있는 능력자를 찾는 방법이 정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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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ak
2024.11.29 06:08:32
난 그 停年인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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