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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지점마다 천차만별인 것 같습니다.
제가 일하는 지점은 개인금융이지만 중심가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어서
하루에 손님이 백 명 정도밖에 안되는 곳이라... 크게 바쁘다던가 그렇지 않네요.
솔직히 금요일이면 좀 바쁘고 해야 할 텐데, 오늘도 별 일 안하고 지내다 왔습니다.
이래저래 프로그램 진행 중에 있긴 하지만 글쎄요.
지금 참가하시는 분들 중 대다수가 '안하는 것보다야 낫지'라는 생각,
내지는 '남들 다 하는데 나만 안하면 손해다'라는 생각으로 많이들 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솔직히 신한은행은 주 3일인 대신 가점도 하나도 안 주니까 불안하죠. 인턴도 아니고 그냥 '체험'.
하나은행으로 갈아탈까 싶기도 하고...
한번 솔직하게 말해보겠습니다.
신한은행 직장체험 프로그램, 그리고 지금 시행중인 다른 모든 은행 인턴 프로그램...
사실상 '프로그램'이라는 이름 붙이기가 부끄러울 정도로 내용이 없습니다. 아무것도 준비되어 있는 게 없습니다.
그냥 페이 좀 되는 아르바이트 하고 있는 수준이죠.
뭔가 배우고 계신다는 분들도 있으시던데,
그런 분들은 정말로 가르쳐주시는 직원분들께 감사한 마음 가지셔야 할 겁니다.
어떤 분들은 심지어 지점에서 별로 배운 것도 없는데
체크카드 할당까지 받았다고 하시는군요. 저도 곧 그런 처지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저는 지금까지 인사하고 고객정보정비(텔레마케팅) 했습니다.
뭐 진실은 이런 거 아니겠습니까?
1) 신한은행 본사의 생각: 정부에서 압박하니까 뽑는다. 인원은 많이, 비용은 적게 들이기 위해 주3일제로 운영한다.
하지만 공채를 한다고 할지라도 다시 이들을 채용할 생각은 따로 없다.
딴 데 간다고 해도 말리지 않겠다. 아니, 오히려 환영이다. 그런 의미에서 주3일제 한 거고.
준비 열심히 해서 딴 데 가라.
2) 신한은행 지점 직원들의 입장: 솔직히 지점 단위로 영업하기 때문에 지점 직원들의 유대감이 중요한데
얘네들은 한통속으로 넣기도 그렇고, 언제 구직해서 나간다고 할지도 모르는 일이라 참 애매하고 부담스럽다.
근무 양태로 보나 본사에서의 지침으로 보나, 이들에게 업무 충성도를 요구하기도 어렵다.
청경이랑 인사나 시키고, 잡무 보게 하자. 또는 체크카드 할당에 좀 써먹어보자.
3) 프로그램 참가자들의 생각: 놀면 이력에 공백이 생기고, 워낙 은행 인턴들을 대규모로 뽑고 있으니
나중에 은행 공채할 때 지원자는 인턴 출신이 아닌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려울 것 같아서 나도 하긴 해야겠고...
하지만 미래가 불안하다. 기회가 되면 딴 걸로 갈아탈 틈을 엿보고 있다.
나랑 같은 나이의 저 직원은 창구에서 일 보는데... 솔직히 자존심 상한다.
직원들도 뭐 나쁜 뜻이 있다거나 무시해서 그러는 건 아니겠지만,
어느 정도 벽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게 일견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그들은 영업 스트레스 받아가며, 신한은행이라는 직장에 충성하고 지점의 실적에 목을 매야 하는 사람들입니다.
저는 언제 갑자기 딴 데 입사하게 되었다면서 그만둘지 모르는 사람이구요.
그분들은 일주일에 두번 세번씩 자정을 넘기는 회식을 하고서도 다음날 아침 다시 출근해서 일해야 하는 직원들이고,
저는 다섯시가 되면 주섬주섬 짐 챙겨서 인사하고 모레 뵙자면서 퇴근하는 사람입니다.
동류로 봐줄래야 봐줄 수가 없을 겁니다. 제가 직원이라도 그렇게 생각할 겁니다.
그럼에도 다들 친절하게 받아주고 있는 건, 아마 그런 인성을 가진 사람들을 선발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감사한 일이죠. 저는 저희 지점 직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론 본사 쪽에서 우리 직장체험 참가자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로 열심히 일해야 할지 사실 스스로도 혼란스럽습니다.
주저리주저리 말이 많았는데,
힘 조절해가면서 '대충 열심히'가 정답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점 분들께 폐 끼치지 않게,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너무 축나지도 않게.
중용이란 언제나 어려운 법이지요. 하지만 이게 우리가 선택한 길이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첫댓글 와우 완전공감합니다!! 그 괴리감...내가 여기서 젓빠지게 해봐야 내 진짜 목표완 하등 상관없다는 너무나 큰 사실과 어쨋든 지점 사람들과는 친해지고 하나의 식구로서 신경써주고 챙겨주면서 오는 감사함..열심히 해야겠지만...내살길 내가 찾아야 한다는 불안감..스펙업 해야하니까...참 시대를 잘못탄 죕니다..니미..물론 1차적인 문제는 능력이겠지만;;
와.. 저 지금 글쓸려고 들어왔는데 다해주셨네요... 저도 지점분들에게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일안하는날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는날은 너무 목숨걸지말고 적당히 열심히...
대공감입니다~!!!
완전 공감@! 벗어나고프다 ㅡ.ㅡ
당신이 바로 나군요..ㅋ..뭐 저도 수료증까지 받을 생각은 없습니다. 어떻게든 취직해서 나가야죠..근데 중간에 그만 두어도 인턴경력증명서는 떼어준다는 군요..ㅋ
백퍼 공감해요 T^T 지점분들 다들 좋으신 분들이고 잘 챙겨주셔서 감사하지만, 왠지모를 서글픔에 목이 메이는군요 ㅠ
적절한 지적, 공감합니다.
추천 한방 쏘고 싶습니다. 그런거 없네요 ㅋㅋ 적절한 분석 당신을 추천합니다^^
저도 인성이좋은분들만 계신 지점에서 근무해서 그런지 잘지내고 있어요...하지만 마땅히 주어진 업무도 없고...오늘은 돈세는법배우고 카드갯수 세고 왔다는^^;;
대공감.. 특히나 중간에 나간다면 대환영 이부분 절실히 다가오네요, 자존심 부릴 때는 아니지만 자존심 상하는 것은 어쩔 수 없네요 ㅠ
네 은행에 직원분들도 공채없냐며 어디 소개해주겠다는 사람도 있고 텔러도 한번 생각해보라는 사람도 잇어요 아마 얼른 나가라는 뜻.. 그리고 너무 열심히 해서 여기 들어오겠다는 생각보다 그냥 편안하게 잇다가랫어요... 배려하는 말이지만 더 가슴이 아팟어요 ㅠㅠㅠㅠㅠㅠㅠ
전 오히려 취업준비 도와주시고 이해해주시는 것 같아서 얼른 취업해서 나가라는 말씀이 감사하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