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티필름에 관한 단상
딱히 기다리지 않았다. 올해는
해마다 아파트 단지에 산수유가 똑 꽃망울을
터뜨리며 봄소식을 알리면 기다리기 시작하여
개나리들이 서부간선도로를 노랗게 울타리를 치고
봄맞이 향연을 하면 이에 질세라 연분홍 벚꽃들은 안양천변을
꽃구름 터널로 만들며 우리 동네
꽃동네라고 깜짝 이벤트로 봄에 절정을 이루면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다 지쳐 초초해진다.
언제부터가 달콤한 향기가 진동하여 출근길
발걸음을 가볍게 하던 연분홍 라일락이 버스정류장
곁에서 예쁜 짓을 하던 4월도 가고 도서관 앞에 있는
허름한 장미정원에도 혼자서도 잘 크는 백장미 분홍장미 주홍장미 흑장미
하얀 찔레꽃도 한자리 차지하고 달짝지근한 향기 풀풀 풍기는
계절의 여왕 5월이 오면 기다림에 지쳐 포기 상태가 된다.
혹시나 싶어 무성한 초록빛 잎사귀 사이를 샅샅이 살펴도 감감무소식이다.
꽃이 피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심란하게 바라보는 날이 더 많았다. 솔직히
가로수 은행나무가 노란 벌레 같은 은행꽃을
나무 아래 쏟아놓던 어느 날.
화분에 물을 주면서 우연히 보았다.
초록빛 기다란 줄기가 볼록하게 나오면서
새하얀 꽃잎을 잉태한 것을!
그토록 애간장을 녹이더니....
기쁨이야 뭐라 형용할 수 있으리.
그렇게 해마다 우리 집에 있는 유일한 화초
스파티필름과의 밀당은 몇 년 동안 지속되었다.
하지만 올해는 이상하게 기다리지 않았다.
그랬다 아무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물을 주다가
보게 되었다.
초록빛줄기에 새하얀 꽃망울이 살포시 고개를
내민 것을.
아.... 얼마나 놀랐는지
실종된 새봄을 보내면서 그들조차 잊어버렸지만,
그들은 잊지 않고 찾아왔다.
어떻게 이럴 수가....
"고마워" 나도 모르게 울컥하여 자리를 뜨고
거실을 한참이나 서성였다.
가끔가끔 들여다보니 들여다볼 때마다
꽃망울이 하나 둘 늘어갔다.
초록빛줄기도 콩나물 자라듯이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더니
기어이 새하얀 꽃잎 활짝 열고 돛단배를 만들었다.
7척의 돛단배에 마음을 실어 떠나는 여행길은
기쁨과 환희가 넘쳐흘러 매일매일 신바람 났다.
기다리지 않아서 더 미안한 스파티필름은
절대로 화무십일홍이 아니다.
새하얀 꽃이 한 달도 넘게 피어있더니
일 년 중 가장 덥다고 하는 삼복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초록색 꽃으로 변신을 해서 여전히
여행길을 유혹하고 있다.
그토록 예쁜 짓을 하여도 그들에게 할 수 있는 일이 물 주는 것뿐이라
왠지 손이 부끄러워 때론 박카스나 음료수를 물에
희석해서 주기도 했다.
"어머 세상에나 너 뭔 짓을 한 거야"
"다 늦게?"
기온이 아직도 35°를 넘나들지만 달력에는 입추라고
꼭 집어주던 8월 초 새삼스럽게 초록빛줄기에
살며시 묻혀있는 새하얀 꽃망울을 언뜻 발견했다.
마치 오십이 넘어 잉태한 산모를 보는 것처럼 신기하여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긴 했지만
고마운 마음이야 어이 형용할 수 있으리.
며칠을 기다려 보아도 초록빛줄기에 쌓인 새하얀
꽃망울은 나 올 기미가 없다.
혹시나 꽃도 피기 전에 시들어 버리는 건 아닐까?
불안 불안했다.
열흘쯤 지나자 차츰차츰 하얀 꽃망울이 줄기로부터 떨어져 나왔다.
자그마한 꽃망울이 금방이라도 시들어버릴 것처럼 힘이 하나도 없다.
과연 꽃을 피울 것인가?
뭐라도 해주고 싶었지만 방법이 없어 애가 탔다.
입을 꼭 담은 아이처럼 폭염과 사투를 벌이더니
그래도 인내의 꽃을 피웠다.
비록 새하얗고 꽃잎이 도톰한 건강한 꽃은 아니더라도
상아빛 도는 자그마한 꽃이 돛단배를 만들어 여행 가자고 재촉한다.
폭염과 부대끼며 피어난 꽃이 안쓰러워 차마
여행길조차 망설여지는 마음이야!
2025.9.3
NaMu
첫댓글 글 한줄한줄이 너무 섬세하게
이쁜마음과 함께 묘사되었네요
꼭 내 얘기 하는것처럼
감동입니다^^
동감 해 주셔서 넘넘 감사드려요^^
키우는 식물이 꽃을 피우면 희열을 느끼지요
스파티필름은 반양지나 반그늘에서 물말리지
않고 키우면 꽃을 잘 피워요. 꽃도 오래가고..
저는 오늘아침 얘한테 꽂혔어요
몬스테란데 커다란 찢잎이 매력이죠
연두색이 새잎인데 서서히 기지개를 켜더니
아침에 보니 활짝 폈더라구요.
장문의 수려한 글 잘봤어욤 ^^
저는요 저승사자 손이라서 화초 못 키워요.ㅠㅠ
죽지 않고 제 곁을 지키는
스파티필름이 그냥 감사해서요.
해마다 한 번씩 스파티필름 이야기를 해요.
그러게요 연두빛 몬스테란데가 꽃처럼 느껴져요.
아직은 많이 서투른데 잘 봐주셔서 감사드려요^^
7척 돛단배.. 여행..
글 내용을 보지 않고,
망망대해의 7척 돛단배를 상상했지요.
올해 여름,
감당하기 힘든 여름을
끝인가 했더니 끝이 아닌...
나무랑님의 재치에,
잠시나마 즐거웠습니다.
스타티필름과
아가씨 같은 나무랑님,
반짝이는 물결위의 파도를 즐기며
돛단배 타고 큰 바다의 여름을 즐겼습니다.
스타티필름의 흰빛이
꼭 나무랑님 같아요.^^
그러게요 7월 초부터 35°를 기본으로
8월 말까지 폭염은 지칠 줄도 몰랐어요.ㅠㅠ
돛단배 타고 여행하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 다음부터는 아무리해도 생각이 않나 얼버무렸거든요.
'반짝이는 물결위의 파도를 즐기며' 이렇게 이어져야했는데요.
본문 글보다 댓글이 더 좋아요^^
나이가 낼 모레면 칠십인데 아직도 세상살이가
서투른 저를 넘나 잘 봐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스타티필름 ㅡ> 스파티필름(두번이나 꽃이름 철자가 틀렸음)
이제사 보니...^^ 죄송.
@콩꽃 전 몰랐어요.
얼마나 제가 덜렁이인줄 이제는
아셨을거예요^^
돌보는 이 없어도 제때를 알고 곷을 피우는 모습을 보면 저도 가ㅏ슴이 울컥해집니다.
그러게나 말예요.
기특하기도하고 미안하기도하고
고맙기도하고 걔네들은 사람 맘을
들었다 놓았다해요^^
꽃에게 이런 말이 어떨지 모르겠는데
분위기가 아주 고상해보입니다.
보살피는 중에 저런 멋진 꽃을
피워주면 얼마나 기특하고 귀할까요...
오늘 제가 달린 길에는
얼굴작은(키 작은) 해바라기들과
노란 들국화가 지천으로 피어있어
신나게 달렸습니다.
초록빛 줄기에 하얀 꽃망울이 볼록하게 잉태를 해요.
그리고 하얀 꽃망울이 줄기에서 떨어져 나와요.
사실은 꽃이 피었을 때보다 그때가 제일 예쁘긴해요.
근데말예요 제가 꽃을 키울줄을 몰라서
무조건 죽이거든요.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워서요.
그러게요 걔네들은 괜시리 사람 맘을 그냥...
신나게 만든다니까요.^^
해바라기 꽃밭과 노오란 들국화 꽃밭 그리고 파란 하늘 눈부시게 아름답기도 하네요.
오늘은 산행기가 아니고 여행기인 줄 알았습니다 .
스파티필름 꽃을 돛단배에 비유하신 그 맘을
미처 몰랐네요 ㅎㅎ
너무 흔한 화초라서 우리집에 데려 오지 않은
스파티필름을 조만간 데려 오려 합니다.
나무랑님 덕분이지요.
꽃잎이 돛단배처럼 생겨서 그랬어요.ㅋㅋ
흔하죠 그리고 잘 자라구요.
저같이 화초를 못 키우는 사람이나
키우는 건데요 모^^
아녜스 님은 미국 꽃아줌마라고 어떤 분이
댓글로 쓴 것도 봤는데요.
사실 꽃자체는 예쁘지 않아서 실망 하실까봐
강추는 하고 싶지 않아요.
활짝 피었을 때보다 하얀 꽃망울이 더 예쁜 꽃이기도해요.
와~ 멋지네요..
콩꽃님 말씀마따나..저도 제목에서 또 어디 좋은데 여행가셨다가 그 후기? 어딜까? 하다가...
우와...
수선화도 아닌데 일곱송이 돛단배....멋져요...
글에 마침 제 살던 곳이라 철은 좀 이르지만 명품 수필 하나 올립니다. 안양천 북로의 느티나무..ㅎㅎㅎ
일곱송이 돛단배타고 매일매일 여행을 하긴했거든요^^
안양천변에 사셨군요.
옙^^ 명품 수필 함 보러 갈께요.
집안의 화분도 신경써서 물만 주면 새잎도 나고 꽃도 핍니다. 게을러서 식물을 시들게 하는것은 정말 죄를 짓는 것 같습니다. 식물이름들을 모르나 저희집 거실에도 이런저런 식물들이 무더위를 이겨내며 잘 자랐습니다.
그재미는 마치 손주들이 크는것을 보는것 처럼 즐거움을 줍니다. 새달에 12박13일 코카서스 3국을 가는데 주인없는 식물들이 걱정입니다.
저는요 물을 잘 주는데도 죽여요ㅠㅠ
그런데요 유일하게 살아있으니
이렇게 해마다 한 번씩 글을 쓰게 되네요.
그러게요 그래서 집안에 식물은 반려식물이라고도 한다고해요.
열흘 넘게 집을 비우는데 어쩐데요.
오랫동안 공들여 쓴 것이 느껴집니다~
저도 요트를 하시나? 했어요 ^^
꽃잎 요트 맞는데요 모^^
많이 서투른 글 잘 봐주셔서 감사드려요.
나무랑님 께서는 스파티필름을
일곱척의 배에 비유를 하셨네요..
나무랑님의 글을보고 저도 다시한번 자세히 보니
곁에서 보호해 주고싶은 작은 돛단배 같아요..
저 배안에는 어린왕자가 타고 있으려나~~.. ^^
저의집에도 몇년전에 일곱송이가 피웠던 적이 있엇어요.
그때 저는 일곱송이 꽃을보고 칠성령이라 이름지었던 기억이 나네요..
스파티필름 꽃이 얼마나 탐스럽고 우아하게 피었는지..
저는 베란다에서 키웠는데 이번여름
더위를 견디지 못하고 배타고 떠나갔어요 .. ㅠㅠ
우~째 이런일이ㅠㅠ
올 여름 더위 암도 못 말렸어요.
저처럼 일곱송이가 피었군요.^^
칠성령 뜻이 뭔가요?
꽃은 본것 같은데
스타피필름이란 이름은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화초를 키우면서 7척의 돛단배를 타고 떠나는 여행을
연상하는 나무랑님의 아름다운 글 잘봤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키우기 쉬운 꽃이예요.
꽃이 피면 영락없이 돛단배같이 생겼어요^^
많이 서투른데요 잘 봐주셔서 넘나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