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황백이국(詠黃白菊)행시
영롱한 가을빛 노란 국화 곱게 피고
황금빛 서리에도 그 향기 더욱 깊어
백설 같은 흰 국화도 고운 자태 뽐내니
이슬 머금은 두 빛깔, 가을을 수놓는다
국화 향기 따라 인생의 가을도 깊어가네
【漢詩散策】
영황백이국(영황백이국)/齊峰 苔軒 高敬命(제봉 태헌 고경명)
正色黃爲貴(정색황위귀)
天姿白亦奇(천자백역기)
世人看自別(세인간자별)
均是傲霜枝(균시오상지)
바른 빛이라 귀히 여기는 노랑
타고 난 모습은 흰색 또한 기특하지
세상 사람이야 구별하여 보겠지만
고루 서리 업신여기는 가지
【漢詩散策】
영황백이국(詠黃白菊) / 제봉 고경명(霽峯 高敬命)
이 시는 노란 국화와 흰 국화를 바라보며, 겉모습의 차이와 상관없이 모두 서리를 이겨내는 국화의 기개는 같다는 것을 노래한 작품입니다.
《해설》
옛사람들은 국화 가운데서도 **노란색을 정색(正色)**이라 하여 귀하게 여겼던 모양입니다. 그러나 시인은 흰 국화도 타고난 모습 그대로이기에 충분히 아름답고 기특하다고 말합니다.
사람들은 노란색과 흰색을 구별하고 어느 것이 더 귀한지를 따지지만, 서리가 내리는 계절에도 꿋꿋하게 피어 있는 모습만큼은 두 국화가 다르지 않습니다.
여기에서 ‘오상(傲霜)’, 곧 서리를 업신여긴다는 표현이 이 시의 중심입니다. 국화는 봄꽃처럼 따뜻한 계절에 피어나는 꽃이 아니라, 찬 서리가 내리는 늦가을에도 꽃을 피웁니다. 그래서 예로부터 국화는 절개와 지조, 굳센 기상을 상징해 왔습니다.
《감상》
이 시를 읽고 있으면 사람 사는 세상도 국화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들은 학벌과 재산, 지위와 외모를 가지고 서로를 구별하고 어느 쪽이 더 귀한지를 따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세월의 서리를 맞고 인생의 어려움을 견뎌낸 뒤에는, 겉모습의 차이보다 어떤 마음으로 삶을 살아왔는가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요.
노란 국화도 국화이고 흰 국화도 국화입니다.
색깔은 달라도 서리를 이겨내는 마음은 하나입니다.
특히 인생의 가을에 서 있는 우리에게 이 시는 더욱 깊이 다가옵니다.
노랗든 희든 꽃은 꽃이고,
삶의 모습이 어떠하든 저마다의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남과 어떻게 다른가가 아니라
세월의 서리를 맞으며 얼마나 의연하게 피어 있는가입니다.
그래서 마지막 구절 **‘均是傲霜枝’**가 오래 마음에 남습니다.
“모두가 서리를 이겨내는 가지다.”
사람도 그러하지요.
서로의 빛깔을 비교하기보다,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인생의 서리를 견뎌온 삶을 서로 귀하게 바라보는 것, 그것이 이 시가 전하는 따뜻한 가르침처럼 느껴집니다.
첫댓글
詠 영롱한 목소리로 읊조리는
黃 황국의 향기 스민 시와
白 백국 향기에 벌 나비 날아
이슬 맺힌 국화잎에 앉아서
菊 국화꽃 향기에 사뿐 잠든다
영롱한 황금빛의 황국은 아름답죠
황국에 못지않은 백국도 아름답죠
백설같은 서리에도 굿굿히 피어나니
이름은 달라도 절개는 하나로다
국화처럼 굳은절개 끝까지 간직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