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옹고집
장성숙/ 극동상담심리연구원, 현실역동상담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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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온 어머니와 아들은 서로 뿌루퉁해 있었다. 아들은 어머니가 자기 뜻대로만 하려고 해 힘들다고 하였고, 어머니는 열심히 산 죄밖에 없는데 이런 데까지 끌고 왔다며 화를 내었다.
나는 그들에게 대개 대화가 통하지 않으면 소원하게 지내는데, 그래도 아들은 포기하지 않고 어머니를 이렇게 상담소에 모시고 와 조율하려는 게 대단하다고 일러주었다. 그제야 그 어머니는 아들이 자기를 배척하려 들지 않는다고 여겨 마음이 누그러지는지 상담에 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 아들은 대학을 졸업한 후 취업했다가 고민 끝에 직장을 그만두고 꿈꾸던 예술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다시 직장에 다녀야 한다고 아들을 볼 때마다 성화를 퍼부었는데 그것이 3~4년째 지속되었다. 그럴 때마다 아들은 그만 좀 하라고 하다 얼마 전에 크게 충돌하였다. 이런 내용을 내게 들려주며 아들이 씩씩거리는데, 그 어머니는 여전히 예술로 어떻게 밥 벌어먹을 수 있느냐며 한탄하였다.
이러한 내용을 접한 내가 어린아이도 아닌 장성한 아들이 고심 끝에 선택했다는데 어떻게 말릴 수 있느냐고 묻자, 그 어머니는 아들의 장래가 걱정되어 속상해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고 도리어 반문했다. 나는 다시 말하기를, 아들에게 시행착오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필요한 것 같다며 정 앞이 보이지 않으면 그때 아들이 알아서 방향을 틀 거 아니겠느냐고 하였다. 그래도 그 어머니는 자기 말만 하였지 도무지 남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 후 여러 차례 그 어머니를 상담하면서 아들에게 자신의 진로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요지를 일러 주었지만, 그녀는 요지부동이었다. 아들의 장래가 걱정스러운데 어미로서 어찌 아들에 대한 걱정을 멈출 수 있느냐며 자기는 그 누구보다 아들을 깊이 사랑하는 어머니라는 점을 부각하려 들었다.
이러한 그녀를 상대하다 지친 나는 어느 순간 그녀의 이해력을 의심하기에 이르렀다. 지능이 딸리지 않고서는 그렇게 고집스러울 수 없다고 여긴 것이다. 그렇다고 회갑을 앞둔 사람에게 지능검사를 하자고 제안하기는 어려웠고, 그래서 다각적으로 짚어보니 그녀는 어릴 때부터 형제들에게 치이는 경험을 많이 하였다.
나는 그녀와 씨름하는 것을 멈추고, 아들에게 어머니가 그렇게 고집스럽게 자기주장을 펴는 것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고 늘 그래오지 않았느냐며 그냥 흘려들으라고 하였다. 그러자 그는 오래전부터 어머니의 고집스러운 간섭에 갑갑하고 분통 터졌던 순간들이 밀려오는지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면서 말하기를, 아버지는 그러한 어머니를 견디지 못해 밖으로 나돌며 살았단다. 그럴수록 어머니는 아들인 자기에 대한 집착을 키웠고 그래서 자기는 뭐 하나 자기 뜻대로 하기가 어려웠단다. 그래서 예술 활동만큼은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해보겠단다.
나는 그가 어머니에게 많이 시달렸음에도 불구하고 탈선하지 않은 점을 치하해주고는 어머니의 이해력이 달리는 것 같다고 일러주었다. 이러한 말에 그는 순간 정지하듯 가만히 있다가 모든 조각이 맞춰지는지 이렇게 읊조렸다.
“아, 그래서 그랬던 거구나!”
이렇게 혼자 말을 하며 망연해하였다. 그러다가 그는 내게 물었다.
“잘 모르면서 어머니는 왜 그토록 고집을 부리는 거지요?”
“잘 모를수록 자기가 옳다고 확신하는 경향을 보이지요.”
“그렇더라도 우기지는 않아야 하잖아요.”
이렇게 푸념하는 그의 얼굴에는 어머니의 고집에 대한 짜증이 배어 나왔다. 그동안 많이 힘겨웠겠지만, 그 나이가 되도록 어머니 곁에서 징징거리고 있는 게 이상했다. 그래서 그러려니 하고 넘기든지, 아니면 독립하여 사는 게 합당하지 않느냐고 하였더니, 그는 뭐든지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하며 살았기 때문에 독립하기가 겁난다고 하였다. 이러한 말에 직장을 그만두고 예술 활동을 한 게 몇 년째인데 무슨 소리냐고 나는 펄쩍 뛰었다. 이러자 그도 모순을 자각했는지 얼굴을 벌겋게 붉혔다.
이렇게 엎치락뒤치락하는 과정을 거치며 그 어머니와 아들은 조금씩 개선해나갔다. 마침내 어머니는 아들에게 쏠리는 마음을 돌리기 위해 강아지를 키우기로 하였다. 그러는 사이 아들도 집에서 나와 친구와 살기 시작하였고, 뜻대로 되지 않는지 예술 활동을 접고 친구와도 헤어졌다. 그랬어도 그는 집으로 돌아오지는 않고 다시 취직하여 혼자 살기 시작했다.
첫댓글 인간관계가 참,, 힘드네요...
저희 큰 아들 ,,왈
" Life is Suffering"..
좋은 관계
간절히 기원합니다.
상담사례
감사해요...
성숙한 관계 되기를 ......
아드님께서 아주 철학적인가 봅니다.
불교에서의 대 전제가 삶은 괴로운 것이라고 하니 말입니다.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지겠니만 정말 그런 것 같다고 여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