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죽음'이라는 단어를 자주 묵상한다.
죽음이 우리 곁에 상존하고
우리가 산다고 생각하는 시간들이
결국은 죽어가는 때라는 걸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교회 전례성월에 위령성월이 있어 영성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가끔 세상의 유행이나 추세에 휩쓸려 마음이 부초처럼 휘둘릴 때
죽음을 묵상하면 삶의 중심을 찾고 살게 된다.
삶의 중심은 내 성소다.
가정 성소!
정체성을 위해 불교의 화두처럼
"난 누구인가? 신자이고, 아내이고, 엄마이고, 할머니다."
이런 생각들을 자주 하다보면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세상에서 평가하는 나에 휘둘리지 않고
내 성소의 중심에 다시 서게 된다.
내가 세상을 떠나 병풍 뒤에 누워 있을 때
진심으로 울어줄 사람이 누구일까 생각해보면
사랑한 사람과 보낸 시간만큼이
어린왕자에서 여우와의 길들임 시간처럼 소중해진다.
가족만큼 귀한 관계가 또 있을까!
사실 요즘은 요식업이 발달해서 사먹어도 부족하지 않지만
가족을 위한 요리시간은 힘들어도 가치가 있다.
집에 온 며느리에게
"이번 연휴에 집에 와서 네가 잘 먹어서 참 좋다.
넌 좀 더 건강해져야 해.
자식을 위해서 잘 먹고, 잘 자라."
주부로 사는 것도 만만치 않다.
수식어를 붙여보면 그 의미가 더 분명해진다.
프로 주부, 진정한 주부, 참 주부....
직업인처럼 주부일을 하려고 노력한다.
바쁜 남편을 대신해서 그의 빈 자리를 채우는 주부로 살아가면서
때론 회의가 들고
'내 꿈은 뭐였지?'
라는 느낌이 들 때면
사랑하는 가족을 떠올려본다.
결국 우리는 누구나 사라진다.
남은 건 이미지다.
나를 사랑하던 아내, 엄마, 시어머니, 할머니로 남겨질 나는 어떤 그림일까!
이미지로 남겨질 내 모습이 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