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군대생활을 1973년 3월 2일 부터 1976년 1월 6일까지 하고 만기제대했다.
나는 운 좋게도 부산 광안리의 2133부대 인쇄창에서 하였다.
내가 제대하고 난 얼마 뒤 군대 후임으로 부터 어떤 소식을 들었다.
그의 이름은 김정남으로 알고 있다.
경비소대에 근무하며 가끔씩 스쳐지나가는 사이였다.
단 한 번도 말을 나눠본 적이 없었다.
나의 소대가 경비소대와 가까이 있어서 가끔씩 세면장에서 만날 때가 있었다.
그는 늘 담배를 물고 있었다. 필터도 없는 화랑담배를 입에 물고 연기를 뿜을 때면
검은 얼굴에 세파에 찌든 모습이 역력하였다.
그는 군대 오기 전 구두닦이도 하고 굳은 일을 하며 살았다고 하였다.
내가 제대하고 얼마 뒤 그의 제대 특명이 내려왔는데
제대하기 며칠 전, 담 넘어 부대 밖에서 숨진채 발견되었다고 하였다.
어쩌면 규율이 엄격한 군대를 벗어나고 싶었으나
저 절벽같은 세상을 살아낼 자신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절차를 밟아 그를 국립묘지에 묻고
6개월이 지난 뒤 그의 동생이라는 사람이 부대를 찾아왔다고 한다.
형이 이 부대에 근무했는데 제대하고 올 때가 지났는데도 오지 않는다고 하였다.
나에게 소식을 전해 준 후배는 그의 묘소를 국립묘지에서 확인하였다고 하였다.
자원봉사를 하는 사람들에게 아무리 확인해도 1976년 인근에 국립묘지에 묻힌
김정남이란 사람은 찾을 수 없었다.
내년에 다시 와서 혹시 다른 성을 넣어서 확인해 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세상에 왔다가 울고 갔을 그의 영혼을 생각하며 국립묘지를 돌아나오는
나의 발길이 무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