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빛나는 밤 반딧불이 반짝이고(수요반 야간수업)

[채송화]

별이 빛나는 밤 반딧불이 반짝이고(수요반 야간수업)

이용미

“저기 저게 북두칠성 맞지요?” “그래, 맞아요.”

“여기, 저기도” “야! 반딧불이다”

모두의 한마디가 환호성이 된다.

얼마 만에 바라본 별이고 언제 적 보았던 반딧불이인가. 서리서리 쌓인 추억이랄 것도 없다. 여름밤 수북이 쌓아놓고 피우는 매캐한 모깃불 옆 멍석에 누우면 보이는 것이 별이었고, 잡히는 것이 반딧불이었다. 내별, 네별 따질 것도 없었다. 부족한 것 나눠야할 때 내 것, 네 것이 있는 것이지 임자 없이 무한정 널려 있는 것들에 욕심 같은 것 부릴 일은 없다. 그랬다. 욕심 없던 세월의 긴 강을 건너 그 시절을 말갛게 생각하는 밤이었다.

흰 구름도 쉬어갈만 한, 세워놓으면 광개토대왕릉비에 버금가는 너른 바위가 있는 주목님과 모란님이 사는 조용한 백운의 한 골짝에 웃음으로 버무린 한바탕 소요가 일었다.

자운영반의 야간수업에 합세한 참나무반과  전북야생화팀의 어울림.

주객이 전도되면 어떤가. 數가 부족하면 억지라도 質을 내세우면 되는 것을 누가 탓하랴. 주고받는 술잔과 이야기가 넘쳐 수업을 잠시 밀쳐둔다고 누가 나무라랴. 쌓인 피로와 얽힌 매듭은 풀리고, 인연의 고리는 더 단단하게 이어지는 것을. 낯익어서 반갑고 낯설어 설레는 마음들이 어우러져 추억을 만들고 그 추억의 세월이 흐르면 그리움이 되는 것을.

일찍 어두워지는 시골의 늦여름 밤, 꼬불꼬불 꼬부랑길 달리고 달려서 도착한 커다란 석축이 성곽 같아 보이는 주목님 댁은 이미 차와 사람으로 만원이다. 반가운 얼굴 사이에 사고 전의 모습과 다름없는 쇠뜨기님 얼굴이 있어 더 반갑다. 잡아본 손과 어깨가 환자임을 느끼게 하지만 카랑카랑한 목소리는 여전한 쇠뜨기임을 알린다. 희미한 전깃불에 이리저리 움직이는 사람들의 그림자가 크다. 자기소개가 끝나고 이어진 5만여 반딧불이 애벌레를 기르고 방류하는 주목님의 강의는 짧지만 열정이 묻어난다. 이런 골짝을 찾아 살아가는 이유와 여유의 확실함도 여실히 들어난다.

반딧불이 찾아 어둔 밤길 앞장서는 모습은 가히 선봉대장이다.

지금 활동하는 것은 늦반딧불이란다. 빛을 내며 나는 것은 숫반딧불이이며 암반딧불이는 날개가 퇴화되어 날지는 못하고 풀숲에 앉아 약하게 내는 빛으로 숫반딧불이를 끌어들이는 것이라니 같은 종이면서 나비와 꽃의 관계라고나 할까? 

난 아무래도 과학자기질은 티끌만큼도 없다는 것을 반딧불이 애벌레를 보면서 다시 확인한다. 반딧불이는 그 빛만을 기억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으니까. 몸길이 약 17mm에 선명한 주황색이며 빛은 배의 끝부분 두 마디에서 내고 큰 눈을 가졌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도 버겁다. 그냥 작은 몸짓으로 반짝이는 별을 흉내 내며 별을 향해 오르는 반딧불로 족한 것을.

이야기가 무르익고 술맛도 무르익는데 새울 수 없는 밤은 너무 짧다. 새벽을 향해 빠르게 이동하는 시간이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내일을 위한 준비를 위해 툭툭 자리를 턴다.

잔치의 뒷자리는 항상 주인의 몫, 풍성한 먹을거리 뒤에는 일거리도 그만큼이다. 운전솜씨 그만이던 전북야생화의 자판기님은 설거지 솜씨 또한 일품으로 우리 모두를 대신했다. 고맙고 미안하다.

일찍 내리는 이슬이 차가운가? 풀벌레 울음소리가 달리는 차의 엔지소리보다 높다. 그 소리를 일일이 구분해주는 느티샘은 여전히 경이롭다. 나는 언제나 구분할까 애태우지 않는다. 분위기 따라 더듬거리다보면 언젠가는 알아지지 않을까하는 옅은 믿음이 있으니까.

이사람 저사람 귀가를 걱정하고 종용하는 벨소리가 그치지 않는데 손에 쥔 내 휴대폰만 조용하다.

가만히 현관문 여니 깊은 잠에서 벌떡 일어난 영감 얼굴이 환하다.

그 많은 식구맞이와 뒤처리에 애쓰신 주목님 내외와 큰 잔치를 해도 될만큼의 잡채를 해온 느티샘과 갖은 솜씨의 찬을 만들고 고슬고슬한 밥을 준비한 회원들과 먼 길 달려 함께한 전북야생화팀 모두모두 수고하셨습니다.

님들로 인해 추억하나 보태졌습니다.

[느티]

오랫만에 환상적인 밤하늘에 개똥벌레(반딧불이)가 날으고, 풀벌레의 아름다운 합창을 들어며 한없이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 자리를 마련하신 회장님 내외분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고 협조해 주신 마이숲사랑 회원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후기를 맛깔나게 써 올리시는 채송화님께도 역시 감사 ^^*

[무득]

정성스런 글 실감나게 읽고 갑니다..감사합니다~

[하늘나라]

정말 멋있는 밤과 맛있는 하루 였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