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원전이 계속하여 방사능 물질이 태평양 바다로 흘러들고 있답니다. 관련하여 온갖 소식들이 들려옵니다. 이거 남의 나라 일이라고 치부해 버릴 수 없습니다. 바로 이웃 나라 일본에서 벌어진고 있고, 일본 전 국토의 70%가 방사능에 오염되었다고 합니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후쿠시마에서 태평양으로 흘러드는 방사능이 몇 년 내에 전 태평양을 오염시킬 수 있답니다. 그리고 4호기에는 1500개의 플로트늄 연료봉이 수조 속에서 냉각되고 있는데, 만약에 다시 스나미가 몰려와 그것들이 공기중으로 노출되는 날에는 겉잡을 수 없는 대재앙으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 국민들은 이런 문제에 대하여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우리 나라에도 23기의 원전이 있고, 불량 부품 때문에 현재 10기가 가동되지 못하여 전력대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시기에 어떻게 하면 우리도 독일처럼 원전을 점차적으로 폐쇄할 것인가를 이제는 국가적 과제로, 국민적 과제로 안고 해결할 방안들을 찾아야 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다음은 김영희라는 변호사께서 자신이 '내가 탈핵에 열중하게 된 것은...?'라는 글은 우리 국민 모두가 한 번 읽어보면서 깊이 생각해 봐야 할 국가적 과제인 것 같아 감히 본 메뉴에 퍼옵니다.
내가 탈핵에 열중하게 된 것은...
김영희(변호사,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대표)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작년 여름, 다카기 진자부로가 쓴 ‘원자력신화로부터의 해방’을 읽고 나는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넜다. 핵이 인류와 지구상 모든 생명체를 위협하고 미래세대에 도저히 씻을 수 없는 죄를 날마다 짓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상 조금이라도 탈핵을 앞당기기 위하여 헌신하기로 마음 먹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 내가 핵의 위험성과 문제점을 몰랐을 때는 몰라도, 조금이라도 진실을 알고서는 절대 외면할 수가 없었다.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고 이것이 내가 탈핵운동을 하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다. 핵은 지금까지 내가 싸워 온 그 어떤 문제보다도 가장 거대하고, 가장 오랜 기간에 걸쳐 가장 광범위한 해악을 끼치는 것이기에 핵을 만나게 된 그 순간부터 나는 온통 탈핵만 생각하게 되었다.
다카기 진자부로는 1938년 출생으로 도쿄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하고, 원자핵연구소와 일본원자력사업에서 근무하다가 교수를 거쳐서 원전반대 운동을 본격적으로 하면서 1975년 일본의 가장 중요한 탈핵운동단체의 하나인 ‘원자력자료정보실’을 만들어서 이후 열정적인 탈핵활동을 하였고, 1997년에는 대안 노벨상으로 알려진 바른생활상을 수상하였다. 그는 1998년 암 진단을 받고 병상에서도 원자력의 실체를 알리기 위하여 책을 집필하였는데 ‘원자력신화로부터의 해방’은 그의 유언과도 같은 책이다. 특히 그의 ‘시민과학자로 살다’는 그가 항암치료를 받기 위하여 입원한 상태에서 심한 설사와 고열에 시달리면서도 병상에서 쓴 책이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도 쉬지 않고 체념과 절망이 아닌 희망을 말하면서 탈핵을 호소하는 그 앞에서 나는 숙연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일생은 전문가가 사회에 어떻게 봉사하여야 하는지 나에게 아주 좋은 모범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가 그토록 걱정하였던 핵문제에 대하여 나도 뭔가 기여를 하고 싶다는 열망이 끓어 올랐다.
그리고 2012년 7월 몇몇 변호사들과 법학 교수들이 탈핵법률가모임을 만들자고 모이게 되었다. 처음에 나는 방사능의 의미도 몰랐다. 원자력 관련한 법령이 어떤 것이 있는지도 잘 몰랐다. 우선 몇 달 간은 전문가를 모셔서 매달 내부 세미나를 했고, 나는 공부를 할수록 이렇게 어렵고 위험하고 돈도 안되는 일이니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사람들이 쉽사리 엄두를 내지 못할 일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다행히 뜻을 같이 하는 변호사나 교수들이 많았고 우리들은 조용히 회원을 늘여나갔다. 오히려 많은 법률가들이 탈핵에 대하여 동의하며, 핵은 절대 안된다는 인식이 강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우리나라 국민들은 원전을 반대하는 여론이 세계적으로도 높은 편이지만, 그럼에도 원전의 위험성이나 나쁜 점에 대하여 구체적인 것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막연히 사고가 안나겠지 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정부는 원전이 클린에너지이고 친환경에너지이며 경제적이라고 홍보하며, 심지어 고등학교 교과서에서도 그렇게 써놓아서 아이들을 호도하고 있다. 나는 원자력 관련 전시회가 열리면 꼭 가보는데 유치원 아이들이 견학을 오는 것을 보면 너무나 끔찍해진다. 우선 시급한 것은 원전의 위험성에 대하여 국민들이 제대로 아는 것이라고 본다. 국민들은 알 권리가 있으며 자신과 장래 세대의 모든 것을 뒤흔들어 놓을 중요한 문제에 대하여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다. 그런데 정부는 국민들의 눈을 가리고, 거짓말을 늘여 놓고 있다.
핵발전은 화력발전에 쓰는 석유나 천연가스처럼 불태우는 것이 아니라 ‘핵분열’이라는 현상을 이용해서 열이 발생하게 하는 것이다. 우라늄235는 중성자를 흡수하면 2개의 원자핵으로 분열하는데 이것이 핵분열이다. 이때 막대한 열이 발생하고, 핵분열이 일어날 때 거기서 다시 두 개 또는 세 개의 중성자가 튀어 나오는데 이것을 이용해서 연쇄적으로 핵분열을 일으켜, 계속해서 열을 발생하게 할 수 있다. 우라늄 1g에 포함된 우라늄 235의 핵분열 반응으로 20℃의 물 약 10t을 끓일 수 있다. 우라늄 235 1g이 핵분열할 때 나오는 에너지는 석유 9드럼 또는 석탄 3t이 탈 때 나오는 에너지와 같다고 한다.
이처럼 핵분열은 막대한 에너지를 생산하지만 핵분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플루토늄, 세슘, 요오드, 스트론튬 등 많은 방사성 물질(핵분열 생성물)이 생기게 된다.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원자의 종류는 92가지인데 핵분열로 플루토늄과 같은 원자를 인공적으로 만들게 되면서 인류는 감히 자연에 도전하여 스스로 재앙을 초래하였다. 핵분열 과정에서 만들어진 방사성 물질은 방사선을 내보내는데 이것이 우리 모두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몸에는 60조개의 세포가 있고, 그 세포 마다에 핵이 있으며, 핵 안에는 염색체가 사슬 모양으로 연결되어 23개씩 있다. 염색체는 유전자로 이루어져 있는데 우리 몸의 DNA 염기들을 서로 연결되게 하는 에너지는 고작 몇 전자볼트(eV, electron Volt)에 불과하지만 방사선은 매우 큰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엑스레이를 찍는 엑스선은 약 10만 전자볼트, 세슘 137은 66만 1,000 전자볼트, 플루토늄 239는 510만 전자볼트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방사선에 피폭된다는 것은 복잡한 우리 몸속의 유전정보를 담당하는 DNA가 절단되고 변형되어서 유전자 이상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방사선이 순간적으로 인체를 통과하면 엄청난 에너지에 의해서, 더구나 전리(電離)라는 작용을 통해서 DNA의 이중나선을 이러저러하게 끊거나 결합시키게 된다. 또한 유전자배열에 갖가지 영향을 주기도 한다. 방사선에 의해 DNA가 끊어지면 세포는 그 상처를 복구하려고 하지만 어떤 방법으로 복구하더라도 일정한 비율로 오류가 일어나며, 이를 ‘유전자의 돌연변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돌연변이에 의하여 암 발병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우리 몸은 치사량이 넘는 방사선을 받더라도 아무런 느낌이 없다. 과학자들은 초기에는 피폭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잘 몰랐다. 그래서 1898년 우라늄광석 속에서 라듐과 폴로늄을 분리하고 그들이 방사선을 내는 정체임을 알아내서 ‘방사성물질’이라 이름을 붙였던 퀴리부부, 즉 피에르 퀴리는 방사선에 몸을 망친 후 비틀거리며 길을 가다 마차에 치여 죽었고, 마리 퀴리는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원전은 사고가 없더라도, 일상적으로 배출하는 방대한 핵폐기물이 나오는데이것을 무독화 하는 방법을 아직 인류는 발견하지 못한 상태이다. 예를 들어 원자폭탄의 재료가 되는 플루토늄 239는 반감기가 약 24,000년이고, 무해한 물질이 되기까지 반감기의 10배에 해당되는 약 240,000년이 걸리지만, 현생 인류인 호모사피엔스 사피엔스가 탄생한 것이 지금으로부터 불과 3~4만년 전인 것이다. 또 방사성 세슘 137도 반감기가 약 30년이나, 그 10배인 약 300년이 흘러야 자연상의 무해한 수준에 도달하게 된다.
평균 출력 약 100만 kW의 원자로 1기당 연간 약 27톤의 우라늄을 핵연료로서 사용하는데,이중에는 약 4.5%의 핵분열성 우라늄 235가 포함되어 있어 결국 원자로 1기당 우라늄 235를 연간 약 1,215kg정도를 사용한다. 1945년 8월 히로시마에서 사용된 핵폭탄이 그 해 말까지 약 14만명을 사망시켰는데, 이는 우라늄 235 800g정도가 핵분열한 영향인 점을 고려하면, 원전의 원자로 1기를 1년간 가동하였을 때 히로시마 핵폭탄의 약 1,500배의 핵분열생성물질 즉, 세슘, 스토론튬, 요오드같은 죽음의 재가 대량 발생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23기의 원자로가 있다.
핵연료는 약 5년간 사용되며 사용 전후 외형상의 차이는 없지만 사용후 핵연료는 강한 방사선과 높은 열을 방출한다. 우리나라 원전 전체에서 그동안 고준위 폐기물인 사용후 핵연료는 2012년 6월말 현재 36만 8천 다발 발생하였고, 연간 경수로(17기)에서 약 1천 다발, 중수로(4기)에서 약 1만 6천 다발이 발생하였다(신고리 2호기, 신월성 1호기는 2012년 7월부터 상업운전을 시작하여 반영되지 않았다). 경수로의 연료 다발 하나에는 4m 높이의 연료봉 236~264개가 들어있다. 이와 같이 엄청난 양의 고준위 폐기물이 그 처리를 막연히 미래세대로 미루며 날마다 쌓여가고 있다.
고준위 폐기물의 최종처분은 방사성 폐기물을 지하 500m밑으로 영구 격리하는 것인데 10만년 이상 지질의 안정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전 세계 원전 운영국 31개국 중 어느 나라도 고준위 폐기물 최종처분장을 만든 사례가 없다. 독일의 경우에도 핵폐기물을 처리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 핵발전소 폐기 선언의 중요한 이유가 되었다.
사고가 나지 않더라도 원전이 가동되는 한, 인류가 그 독성을 없앨 방법이 전혀 없는 엄청난 양의 고준위 폐기물을 날마다 배출하고 있다는 것이 원전이 당장 폐로되어야 할 가장 중요한 이유이다. 우리들은 현재의 우리 자신에게는 물론, 비명 한마디 지르지 못하는 수많은 생명들과, 더 나아가 10만년, 20만년 후의 미래세대까지(이렇게 인류가 원전가동을 계속한다면 물론 그때까지 인류가 지속될지도 의문이지만) 너무나도 무책임하게 극독물을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 본 것은 원전이 평상시 가동될 때에도 이처럼 엄청난 핵폐기물이 배출된다는 것이고,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본 것처럼 만일 원전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방사능 피해는 훨씬 대규모이고 광범위하다. 세계 최대의 연구소 중의 하나이고 노벨상을 17번이나 배출한 독일의 막스 플랑크 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의 민간 원전 가동시간과 노심 용융사고 건수로 계산할 때 앞으로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은 심각한 사고가 발생할 확률은 10~20년에 한 번 꼴로 과거 전망치에 비해 200배나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과연 인류가 전기를 더 많이 쓰겠다거나 안보를 지킨다는 목적으로, 이렇게 전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와 미래의 모든 생명체를 지구가 탄생한 이래로 존재하지 않았던 독성물질로 영원히 오염시킬 자격이 있을까? 그것을 알면서도 방치하는 것은 너무나도 큰 죄를 짓는 것이기에 나는 탈핵에 열중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