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 오양호가 문우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
동도(同道)의 길을 가는 문우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정지용기념사업회, 한국문협 평론분과 회장 일을 맡고 있는 오양호입니다. 정지용 기념사업회는 제가 교토대학(京都大學)객원교수 때(일·한교류기금지원) 교토대학, 도시샤대학(同志社大學) 유학생들과 결성한 단체로 그 후 그의 시비를 모교 동지사대학에 세우고, 또 그의 대표시 일본어 번역판 <鄭芝溶詩選>을 대산문화재단의 해외한국학지원금을 받아 日本 東京서 간행(花神社 2002), 시인 정지용을 일본에 본격적으로 소개한 일을 했습니다. 그 후 해마다 문인들과 정지용 시비 헌화제를 하고 있습니다.
저는 한국문인협회 평론분과 회장(23,24대 연임)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문협의 지시에 따라 <문학헌장>을 기초하고 ‘순수문학의 깃발을 올리자’ ‘문학예술지원 형태를 바꾸자’와 같은 글도 썼습니다. 그러나 <문학헌장> 정신의 문화현장에서의 실현은 아직 그 길이 요원하고, 정부의 문화정책도 달라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상황이 이러하기에 저는 우선 한국문학의 실상을 파악하는 일, 곧 일만 오천 한국문인들이 생산하는 백화쟁명의 역동적인 문학현상을 정리·기록하는『한국현대문학통사』를 집필하려고 합니다. 지금의 문예부흥기적 현상을 역사로 남겨야한다는 문학연구자, 평론가로서의 사명감 때문입니다. 저는 교직생활 40여년, 문단생활 30년을 문학연구자, 현장평론가로 활동했습니다.
포스트모더니즘문학 상륙이후 한국문학은 뉴웨이브문학, 칙릿, 공포문학, 미니픽션, 사이버문학, 엄지문학 등으로 불리는 정체가 모호한 대중문학의 갈래가 신세대를 덮쳐 한국문학의 진로를 대중화, 통속화 쪽으로 끌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통문학은 여전히 그 느린 지성의 한 권화(權化)로서 인문학의 수장자리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낙관만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언제 고전적 지식과 예술로서의 문학이 거대한 통속문화의 물결에 휩쓸려들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저는 문우 여러분의 작품이 올바른 평가를 받고, 문인이 존경받는 문화풍토 조성을 위해, 특히 한국문협회원들의 위상을 제고하고, 자칫 상처가 날지도 모르는 문인들과 그 작품을 <한국현대문학통사> 집필을 계기로 가다듬으려고 합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한국현대문학사’는 백철의 <조선신문학사조사>, 조연현의<한국현대문학사>, 김윤식·김현의 <한국문학사>, 김윤식·김우종·오양호외의 <한국현대문학사> 등입니다.
이런 문학사 또는 다른 모든 한국현대문학사가 공통으로 범하고 있는 큰 오류가 하나 있습니다. 그건 바로 “1940~1945년 사이의 한국문학사를 ‘친일문학기’, ‘암흑기’, ‘공백기’ 등으로 기술”하고 있는 점입니다. 나는 이런 빼버리고 싶은 문학사, 그릇된 인식의 문학사를 바로잡기 위해 1980년부터 2008년까지 이시기 문학연구를 집중적으로 연구했습니다.
<한국문학과 간도> <일제강점기 만주조선인 문학연구>,<만주이민문학연구>,<그들의 문학과 생애, 백석> 과 같은 책입니다. 이 책들은 모두 1940~1945년 만주에서 간행된 조선인 문학을 연구한 결과물입니다. 좀 쑥스럽지만 이 방면연구의 최초이고, 이방면을 대표하는 연구서입니다. 만주와 간도는 우리 애국지사들이 독립운동을 했고, 많은 우리 민족이 일제의 압제를 피해간 땅입니다. 나는 그 땅에서 쓰고, 읽고, 간행된 자료를 발굴하여 30여년간 연구했는데 그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1940년~1945년 사이는 친일문학기도 암흑기도 공백기도 아니다.이민문학기다. 만주·간도·마도강으로 이민을 간 문인들이 남긴 작품을 적자로 삼아 한국문학사를 기술해야하는 이민문학시대이다. 그래야 한국문학사의 정통성이 이어지고, 정체성이 정립된다.
소설가 안수길이 대표적 문인입니다. 안수길의 첫 창작집 <북원>은 1944년 연길에서 간행되었으며 그는 만주의<만선일보>를 무대로 해방 직전까지 한글로 작품활동을 했습니다.
1980년대 이후의 한국문학사는 리얼즘계열의 문학, 이념과잉의 민중문학이 지나치게 고평(高評)되었습니다. 정치의 민주화를 탄 몇몇 작가와 작품이 대단한 인기를 누리면서 너무 큰 평가를 받는 현상이 나타나 그 시대는 몇 사람의 시인, 몇 사람의 소설가만 문인이고, 다른 모든 문인은 그 존재가치를 거의 인정받지 못하는 형세였습니다.
제가 계획하는 이번 <한국현대문학통사>는 이런 점을 크게 고려하고, 문학을 향수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문학사를 기술할 것입니다. 문인의 수가 일만 오천을 넘었고, 지역마다 문학관이 서고, 주변문화와 중심문화, 고급문화와 저급문화의 혼효 또는 자리바꿈 현상이 가속화되는 것이 오늘의 문화풍토의 추세이니 그 문학의 평가 역시 달라져야하기 때문입니다.
문학사는‘배제와 선택’의 문제입니다. 어떤 자료를 선택하고 어떤 자료를 배제하느냐에 따라 문학사의 기술은 달라집니다. 그간의 한국문학사는 소수의 연구자가 자료를 제한적으로 수집, 선택함으로써 많은 문인이 배제되었습니다. 사실 1970년대 이후의 한국문학은 작품연보도 작성된 바가 없습니다. 엄청난 양의 작품이 쏟아지지만 소수의 작가, 일부 문예지, 인기작에 관심이 집중된 감이 없지 않은 편향된 시각이 현재의 한국문단을 가로지르고 있습니다. 이것은 문학의 역사로서는 문제가 많습니다. 역사의 주체는 다수 쪽에 그 중심이 놓여야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을 전제하면서 저는 다음과 같이 “자료”를 수집한 후 문학사기술에 임하려합니다.
1) 문인 인명록 작성 자료; 성명, 등단지, 등단 작, 대표작명 3편 (전체 5행 이내).
2) 지역 별 문학 연혁; 해당 지역 문학사. 문예지 명.
3) 각지역의 문학적 배경;예:미당과 고창문단, 동리⦁목월과 경주, 전주와 수필문학 식
지역별 문예지 명, 동인지 명, 장르별 문학사부터 작성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문학통사 집필의 기초 자료는 각 지역의 문학사를 우선 1순위로 할 것입니다.
저는 젊은 시절 문학사기술 작업에 참여한 바가 있습니다.[김윤식, 김우종, 김재홍, 오양호 외『한국현대문학사』(現代文學社, 1989)// 유종호, 김윤식, 백낙청, 홍기삼, 오양호 외 『한국현대문학 50년』(민음사,1995)] 그런 활동의 연장선에서『한국현대문학통사』를 쓰려고 합니다. 특히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 지역문학을 가꾸어 온 작가와 작품을 발굴하고, 기술하려 합니다.
문학사는 자료가 풍부할수록 정사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묻힌 작품, 작고(作故) 문인의 수작을 찾아내려 합니다. 개성적인 동인지, 특징 있는 문학 단체, 전혀 주목받지 못한 문예지 등이 자료 발굴의 주 대상입니다. 역사는 자료의 단순한 순차적 나열이 아닙니다. 작품의 특성, 사관, 작가, 시대상이 입체화되어 하나의 유기적 구성체를 형성해야 합니다.
한국문인협회의 경우는 한국문단을 대표하는 기관입니다. 이제 그런 위상을 한번 본격적으로 따져 볼 때가 되었습니다. 누군가가 한번은 해야 할 벅찬 일입니다. 저는 문협평론분과 회장으로 7년간 문협에 저 나름의 기여를 해 왔다고 자부합니다. 그래서 그간 동도(同道)의 길을 걸어온 많은 문인들과 맺은 인연을 믿고 이 일을 시작하려합니다. 일만 오천 명 문인이 배제보다 선택의 대상이 되고, 특정지역의 문학, 소수 일부 문인과 작품이 거듭 인용되는 문학사가 아니라 모든 지역의 자료가 균등한 자격으로 평가되는 문학사, 지역과 중앙, 각종 문학단체와 동인, 유 무명 잡지를 입체적으로 아우르는 충실한 문학의 역사가 탄생되도록 백방으로 노력하겠습니다.
“모든 문학은 문학사에 한 줄로 기록될 때 그 의미를 지닌다. 그렇지 않으면 도도한 역사 속에 그냥 자취 없이 사라져 버린다. 그래서 많은 문인은 무수한 작품 중 자신의 이름과 작품이 문학사에 남는 것을 최대의 영광으로 생각한다. 문학활동의 최종작업은 문학사로 정리 된다”
문인 여러분의 문운이 더욱 창성하고, 더 넓은 문학의 현장에서 다시 만날 것을 빕니다.
“인터넷의 네이버 또는 다음”의 녹색창에 오양호 입력, 블로그 검색, 업무수행능력타진.
정지용기념사업회,문협평론분과,서초문협 회장.문협서울지회부회장,인천대 명예교수
오 양 호 올림
첫댓글 오양호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건강한 문단을 위해 애쓰시는 교수님께 존경과 경의를 표합니다 <한국현대문학통사>를 기획하시는 교수님 몇몇은 그런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쉽지 않은 일에 선뜻 나서는 열정적인 문인이시라는 위의 글을 읽으며 깨닫습니다 훌륭한 일을 하시는 오양호 교수님께 뜨거운 박수를 보냅니다 많은 시인, 작가님들이 이 글을 읽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누구나 내 구미에 맞는 글만 찾아 읽을 것이 아니라 현 한국문단을 직시하며 무엇이 옳고 그른지 깨닫고 행하는 일은 문인이라면 모두가 책임의식을 갖고 있어야 할 일 인 것 같습니다 교수님의 행보에 행운 가득하시라는 기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