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몰래 모은 비상금 5천이 사라졌길래.." 남편 휴대폰을 열어보고 손이 멈췄다
결혼한 여자들에게 비상금은 마지막 비빌 언덕입니다.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남편 몰래 한 푼 두 푼 모아 둔 그 돈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작은 안심입니다.
올해 예순일곱 살인 윤경자 씨는 30년 동안 남편 몰래 비상금 5천만 원을 모아 두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그 통장이 텅 비어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범인을 찾으려 남편의 휴대전화를 열어 본 경자 씨는 화면 속 메시지를 보고 그대로 손이 멈춰 버렸습니다.
30년의 비상금
경자 씨는 결혼하자마자 비상금 통장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친정엄마가 "여자는 남편 몰래 쌈짓돈 하나는 꼭 있어야 한다"고 신신당부했기 때문입니다.
시장에서 장을 보고 남은 거스름돈, 부업으로 번 돈을 조금씩 그 통장에 넣었습니다.
남편 상철 씨는 버스 회사에서 정비사로 일했습니다.
성실하지만 융통성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돈 문제에 엄격해서 경자 씨는 남편에게 비상금 이야기를 한 번도 꺼낸 적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30년이 흐르자 통장의 잔고는 5천만 원이 되었습니다.
경자 씨는 그 통장을 장롱 깊숙한 옷 상자 속에 숨겨 두고, 가끔 꺼내 잔고를 확인하며 혼자 뿌듯해했습니다.
그 돈은 언젠가 남편과 단둘이 떠날 여행 자금이자 경자 씨만의 든든한 울타리였습니다.
아들 민수가 태어났을 때도, 대학에 들어갈 때도 경자 씨는 그 통장에서 돈을 꺼낸 적이 없었습니다.
정말 급할 때를 위한 돈이라며 이를 악물고 지켰습니다.
그래서인지 통장을 바라볼 때마다 30년 동안의 시장 바구니와 부업하던 밤들이 고스란히 떠올랐습니다.
사라진 5천만 원
지난달 경자 씨는 오랜만에 비상금 통장을 꺼내 은행에 갔습니다.
무릎 치료를 받으려고 돈을 조금 찾을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통장을 정리한 직원이 고개를 갸웃했습니다.
"고객님, 잔액이 3만 원입니다.
지난 1년 동안 여러 번에 걸쳐 인출되셨네요."
경자 씨는 귀를 의심했습니다.
통장 내역을 보니 1년 전부터 몇백만 원씩 여러 차례 돈이 빠져나가 있었습니다.
모두 같은 계좌로 이체된 기록이었습니다.
받는 사람의 이름은 가려져 있었지만 계좌는 낯설지 않았습니다.
그 통장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자신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장롱 속 옷 상자에 손을 댈 수 있는 사람은 집 안에 단 한 명, 남편뿐이었습니다.
경자 씨는 은행을 나서며 다리가 후들거렸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경자 씨는 지난 1년을 되짚어 보았습니다.
남편이 부쩍 말수가 줄고 밤늦게까지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아들 민수도 요즘 들어 이상하게 아버지에게만 전화를 자주 했습니다.
하나하나 떠올릴수록 경자 씨의 가슴은 점점 차갑게 식어 갔습니다.
남편의 휴대폰
그날 밤 남편이 샤워를 하는 동안 경자 씨는 식탁 위에 놓인 남편의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습니다.
40년 결혼 생활 동안 한 번도 남편의 휴대전화를 열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손이 떨려 비밀번호를 두 번이나 잘못 눌렀습니다.
문자함을 열자 아들 민수와 주고받은 메시지가 가장 위에 있었습니다.
경자 씨는 메시지를 위로 올려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몇 줄을 읽다가 그대로 손이 멈춰 버렸습니다.
"아버지, 이번 달도 300만 원만 부탁드려요.
엄마 비상금 통장 아직 남았죠?
엄마는 절대 모르게 해 주세요.
엄마 알면 난리 나요."
그 아래에는 남편의 짧은 답장이 있었습니다.
"이번이 마지막이다.
네 엄마 무릎 수술할 돈이다."
메시지는 그 뒤로도 수십 개가 이어져 있었습니다.
아들은 매번 마지막이라며 돈을 부탁했고, 남편은 매번 마지막이라며 돈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가장 최근 메시지에는 아들의 한 줄이 적혀 있었습니다.
"엄마 통장 이제 얼마 안 남았죠?
다 쓰면 엄마한테는 이자 붙여서 나중에 갚는다고 하세요."
경자 씨는 휴대전화를 식탁에 내려놓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습니다.
남편이 털어놓은 이야기
샤워를 마치고 나온 남편은 아내 손에 들린 자기 휴대전화를 보고 그 자리에 굳어 버렸습니다.
경자 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여보, 이게 무슨 말이에요?
내 비상금을 당신이 민수한테 보낸 거예요?"
남편은 한참 동안 바닥만 바라보다가 털어놓았습니다.
1년 전 아들 민수가 찾아와 사업 빚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될 처지라며 울면서 매달렸다고 했습니다.
엄마 비상금이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아들은 그 통장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고 했습니다.
"당신한테 말하면 쓰러질 것 같아서...
민수가 엄마한테는 절대 말하지 말라고 해서...
미안하오."
남편은 아내 앞에서 처음으로 고개를 떨구었습니다.
경자 씨는 아들이 어떻게 엄마의 비상금을 알고 있었는지 생각하다 소름이 끼쳤습니다.
남편은 그동안 아들이 보낸 메시지를 지울까 몇 번이나 망설였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아내에게 사실을 말해야 한다는 생각에 차마 지우지 못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경자 씨는 그 말에 화가 나면서도, 혼자 아들과 아내 사이에서 1년을 버텨 온 남편의 지친 얼굴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들이 숨긴 진실
다음 날 경자 씨는 아들의 집을 찾아갔습니다.
며느리가 문을 열었고, 경자 씨를 보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거실에는 새로 산 듯한 커다란 텔레비전과 가죽 소파가 놓여 있었습니다.
경자 씨는 아들에게 통장 내역을 내밀었습니다.
"민수야, 사업 빚이라더니 이 집 살림은 다 뭐냐."
아들은 처음에는 변명을 늘어놓다가 결국 털어놓았습니다.
사업 빚은 일부였고, 나머지는 주식과 생활비로 썼다는 것이었습니다.
엄마 비상금은 몇 년 전 이사를 도와주다 장롱 속 통장을 우연히 보고 알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경자 씨는 그 말을 듣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30년 동안 거스름돈을 모아 지킨 비상금을 아들은 엄마 몰래 아버지를 이용해 빼 간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엄마의 무릎 수술비라는 것을 알면서 말입니다.
며느리는 시어머니 앞에서 고개를 숙이며 말했습니다.
"어머님, 저도 몰랐어요.
시아버님이 주신 돈인 줄만 알았어요.
그게 어머님 비상금인 줄 알았으면..."
며느리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습니다.
경자 씨는 며느리의 손을 한 번 토닥이고는 아들을 향해 다시 고개를 돌렸습니다.
경자 씨의 결정
경자 씨는 아들에게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민수야, 그 돈은 엄마가 30년 동안 장보고 남은 동전까지 모은 돈이다.
오늘부터 매달 그 돈을 갚아라.
갚기 전까지는 엄마 집에 오지 마라."
아들은 엄마의 단호한 얼굴에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경자 씨는 남편과 마주 앉았습니다.
남편은 다시 한번 사과하며 자신의 연금으로 아내의 무릎 수술비를 마련하겠다고 했습니다.
경자 씨는 남편의 손을 잡았습니다.
"여보, 이제부터는 무슨 일이든 우리 둘이 같이 정해요.
당신이 혼자 짊어지니까 이렇게 된 거예요."
그해 겨울 경자 씨는 무사히 무릎 수술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퇴원하던 날, 새 통장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이번에는 남편과 함께 만든 통장이었습니다.
통장 이름에는 두 사람의 이름이 나란히 적혀 있었습니다.
석 달 뒤 아들에게서 처음으로 100만 원이 입금되었습니다.
송금 메모에는 "엄마 죄송합니다"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경자 씨는 그 메모를 보며 한참 동안 휴대전화를 내려놓지 못했습니다.
아직 용서할 수는 없었지만, 아들이 다시 정직하게 살아 보려는 첫걸음이라는 것만은 믿어 보기로 했습니다.
자식을 향한 부모의 마음은 때로 자식의 욕심 앞에서 가장 쉽게 이용당합니다.
경자 씨의 비상금은 아들의 거짓말과 남편의 침묵 사이에서 1년 만에 사라졌습니다.
부부 중 한 사람이 자식의 부탁을 혼자 감당하고 있지는 않은지 한 번쯤 함께 이야기해 보시길 바랍니다.
엄마에게는 비밀로 해 달라는 자식의 부탁은 부모를 지키기 위한 말이 아닌 경우가 더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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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무자식이 상팔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