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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소포클레스의 비극 <엘렉트라>를 토대로 한 호프만스탈의 희곡 <엘렉트라>
대본 후고 폰 호프만스탈
초연 1909년 1월 25일 드레스덴(에른스트 폰 슈흐 지휘 / 게오르크 톨러 연출)
<2020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 120분 / 한글자막>
빈 필 & 빈 국립극장 합창단 연주 / 프란츠 뵐저-뫼스트 지휘 / 크리츠토프 바를리코프스키 연출
엘렉트라....................................클리템네스트라의 딸.........아우스리네 스툰디테(소프라노)
클리템네스트라......................아가멤논의 부인..................타냐 아리아네 바움가르트너(메조소프라노)
크리소테미스..........................엘렉트라의 여동생...............아스믹 그리고리안(소프라노)
아이기스(아이기스토스).....클리템네스트라의 정부......미카엘 로렌츠(테너)
오레스트(오레스테스)..........엘렉트라의 남동생...............데렉 웰톤(바리톤 혹은 베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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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덕션 노트 ===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오페라 <엘렉트라>, 2020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실황
그리스 비극에 의한 잔혹 오페라,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100주년을 장식하다
연출가 막스 라인하르트, 극작가 후고 폰 호프만스탈,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주도로 시작된 세계 최고의 음악축제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이 2020년 여름에 100주년을 맞았다. 코로나 창궐 상황에서 평년보다 규모가 축소되었지만 100주년 페스티벌이 개최되었고, 그중 그리스 비극을 다룬 슈트라우스의 <엘렉트라>는 큰 이슈를 차지했다.
폴란드 연극의 거장 크지슈토프 바를로프스키의 연출은 현대적인 무대와 의상 속에 남편을 살해한 아내와 복수를 도모하는 딸 엘렉트라, 아들 오레스트, 망설이는 다른 딸 크리소테미스의 심리와 행동을 새로우면서도 설득력 있는 해석으로 이끌어낸다. 이 공연으로 잘츠부르크 무대에 데뷔한 리투아니아 소프라노 아우스리네 스툰디테의 존재감도 괄목할만하다.
트로이 원정대의 총사령관 아가멤논은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10년 만에 귀국하자마자 아내 클리템네스트라와 그 정부에게 살해당한다. 조상 때부터 누적된 원한, 남편과 아버지로서 차마 못할 짓이 복잡하게 얽힌 결과였다. 아들 오레스트는 오랜 기다림 끝에 누이 엘렉트라의 도움으로 모친과 양부를 살해하여 복수한다.
그리스 삼대 비극작가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가 모두 이 이야기에 입각한 비극을 썼고, 슈트라우스의 대본작가 후고 폰 호프만스탈은 그중 소포클레스를 중심으로 리브레토 대본을 썼다. <엘렉트라>는 냉랭한 공기가 흐르는 듯 잔혹과 광기의 오페라다. 단막이지만 오케스트라 규모가 크고 악기도 다양하다. 선율과 화성의 전개는 무척 자유로우며, 반음계를 기조로 한 불안과 긴장의 연속임에도 분위기가 바뀔 때는 선율적이다. 엘렉트라는 시종 무대 위에 존재한다. 초반부터 긴 모놀로그를 부르고, 쉴 새 없이 등장인물들을 상대하며, 피날레에서는 광기 어린 춤까지 추어야한다. 소리가 덜 익은 젊은 날에는 여동생 크리소테미스를, 한창 무르익은 전성기에는 엘렉트라를, 내리막에 접어든 다음에는 모친 클리타임네스트라를 부르는 것이 독일 오페라 소프라노의 가장 이상적인 경력관리라는 속설도 있다.
폴란드의 크쉬슈토프 바를리코프스키(1962-)는 스티앙 루파, 잉마르 베리만, 피터 브룩 등 거장들의 조연출을 지내며 유럽 연극의 다양한 언어를 습득한 연극연출가다. 덕분에 동유럽을 뛰어넘는 범유럽적 색채가 강하다. 2001년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햄릿>으로 주목받기 시작했으며, 고대 이야기들을 모아 유럽 내 주요극장간 네트워크에 의한 공동제작을 모색한 ''프로스페로 프로젝트''를 주도했다.
=== 작품 해설 === <다음 클래식 백과 / 이진경 글>
엘렉트라 Op.58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오페라 〈엘렉트라〉는 고대 그리스 비극을 바탕으로 작곡하였으며, 인기를 얻었지만 슈트라우스의 전작 〈살로메〉의 여파에서인지 잔인하다는 평을 얻은 작품이다.
전작의 충격과 잔인함을 이어
전작 오페라 〈살로메〉의 충격과 인기가 가라앉기 전에 슈트라우스는 또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하는 오페라 작업에 착수 중이었다. 이 새로운 오페라 〈엘렉트라〉는 고대 그리스 비극에 기초한 것이지만, 좀 더 현대적이고 표현적이다. 슈트라우스 스스로가 오페라라 하지 않고 “휴고 폰 호프만슈탈에 의한 1막 비극”이라는 부제를 붙였다. 많은 인기를 얻은 이 작품은 그러나 〈살로메〉의 충격을 떠올리게 하는 잔인함과 비호감이라는 평으로 항상 호의적인 평을 이끌어내지는 못하였다.
황금 콤비의 탄생
〈엘렉트라〉는 슈트라우스에게 있어 미래의 파트너를 만나게 한 작품으로도 의미 있다. 휴고 폰 호프만슈탈(Hugo von Hofmannsthal, 1874~1929)은 1903년 소포클레스의 비극 〈엘렉트라〉를 토대로 독일 무대를 위한 희곡을 썼다. 잔인하고 괴기스러운 평을 받은 〈살로메〉와 비슷한 작품을 꺼려했던 슈트라우스지만, 작곡가는 〈엘렉트라〉의 매력에 빠졌고, 호프만슈탈에게 오페라화를 제안하였다. 그렇게 만난 두 사람의 작품 〈엘렉트라〉는 그리스 비극 원작에 현대성을 가미하였다. 특히 두 사람의 이야기는 아주 긴밀하게 엘렉트라라는 여성 인물에 초점을 맞추어, 그녀가 주위 사람들에 대한 엘렉트라의 감정과 정신상태 등의 묘사에 치중하면서, 다른 인물의 이야기는 부수적인 줄거리로 남기고 있다. 〈엘렉트라〉이후, 〈장미의 기사〉, 〈낙소스 섬의 아리아드네〉 등의 작품을 함께 하면서 두 사람은 그들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갔다.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어머니를 죽인 딸의 이야기
아버지에게 애정을 품고 딸이 어머니를 경쟁자로 인식하여 반감을 가지는 정신분석학 용어 ‘엘렉트라 콤플렉스’(Electra complex)는 아버지에 대한 지나친 집착과 어머니에 대한 증오를 담은 소포클레스의 비극 《엘렉트라》에서 유래하였다. 트로이 지방 총 사령관이었던 미케네의 왕 아가멤논은 원정에서 돌아와 아이기스토스와 불륜관계였던 클리타임네스트라에게 죽임을 당한다. 아버지의 죽음에 분노한 딸 엘렉트라는 남동생 오레스테스를 어머니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멀리 피신시킨다. 성 밖에서 노숙하며 아버지의 원수를 갚겠다는 그녀는 그러나 남동생의 죽음 소식을 전해 듣는다. 절망에 빠진 엘렉트라는 여동생 크리소테미스에게 복수를 청하지만, 크리소테미스는 그 청을 거절한다. 홀로 복수를 다짐하는 엘렉트라는 성 안에서 살아있는 오레스테스를 만나게 된다. 오레스테스는 성 안 사람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죽음을 위장한 것이다. 두 사람은 재회의 기쁨을 나눈다. 이어 궁전 안으로 오레스테스가 들어간 이후, 클리타임네스트라와 그녀의 정부가 죽었다는 소식이 크리소테미스를 통해 전해진다. 소식을 전해들은 엘렉트라는 복수가 이루어진 기쁨의 춤을 춘다.
복수는 복수를 낳고
소포클레스의 비극 《엘렉트라》는 아버지의 죽음을 대신 복수하려는 딸의 이야기를 그린 내용이다. 사실 《엘렉트라》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뒷이야기를 알아야 한다. 트로이 전쟁 총사령관이었던 아가멤논 장군은 트로이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 신들의 노여움을 푸는 방법으로 그의 맏딸 이피게네이아를 제물로 바친다. 아가멤논의 아내 클리타임네스트라는 자신의 명예와 위신을 위해 자신의 딸을 죽인 남편을 원망한다. 다행스럽게도 이피게네이아는 사냥의 여신인 아르테미스가 구해서 타우리스 섬으로 데려가지만, 이 사실을 모르는 클리타임네스트라는 남편에 대한 복수의 칼을 갈고 있었다. 결국 이 이야기는 아가멤논에게 딸의 복수를 한 클리타임네스트라가 오히려 딸에게 또 한 번 아버지의 복수를 하는 딸의 원망을 받는 이야기인 셈이다.
슈트라우스의 대담한 오케스트라
슈트라우스는 〈엘렉트라〉의 심리를 표현하기 위해 거대 오케스트라를 사용하였다. 예를 들어, 8개의 클라리넷, 총 24개의 바이올린과 18개의 비올라, 8개의 호른의 사용이다. 음악적으로 이 작품은 불협화, 반음계주의의 사용으로 박력과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으며, 복수에 대한 엘렉트라의 열정을 세밀하면서도 대담하게 묘사하고 있다. 전위적 표현주의적 작곡기법과 부분적인 무조성은 음악에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이렇게 〈엘렉트라〉의 음악은 어렵고 복잡하며, 연주가에게는 대단한 체력을 요구하는 작품이다. 특히 엘렉트라 역할은 드라마틱 소프라노로, 작품이 그녀의 심리 표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연기력과 고음 모두를 요구하는 어려운 역이다. 〈엘렉트라〉는 바그너리안인 슈트라우스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한다. 작품의 시작은 오케스트라가 d-a-f의 선율을 연주한다. dm의 삼화음인 이 선율은 아가멤논을 연상시키는 라이트모티브로 곡의 시작부터 아버지 아가멤논에 대한 엘렉트라의 집착을 보여준다. 또한 엘렉트라 코드는 E-B-D♭-F-A♭으로 Em의 장3화음과 C#M의 장3화음이 합쳐진 화음의 복잡한 구성을 가지고 있으며 작품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되었다.
엘렉트라 아리아, ‘혼자야, 오로지 나 혼자 뿐이야’(Allein! Weh, ganz allein)
〈엘렉트라〉에서 최초로 노래하는 부분으로 죽은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고독과 외로움을 호소하면서 복수를 다짐하는 아리아이다. 엘렉트라의 심리가 집중되어 있는 이 아리아는 그리움과 고독에 힘들어하는 그녀의 마음이 감미로운 선율로 표현되며, 복수를 다짐하며 암살자의 시체 위에서 춤추자는 부분에서는 점차적으로 긴장감이 고조되고 박력이 첨가되면서 그녀의 광적인 복수에 대한 심리가 묘사되어 나타난다. 이 아리아 다음으로 여동생과의 2중창, 어머니와의 대화, 엘렉트라의 수수께끼 같은 말이 이어지면서 아리아는 작품을 여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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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 <2012년 3월 26일 네이버캐스트 / 이용숙 글>
R.슈트라우스, 엘렉트라
소포클레스의 비극에 기초한 후고 폰 호프만스탈의 <엘렉트라>를 오페라화
1909년 1월 25일 드레스덴에서 초연
자신도 모르는 가운데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 테베의 왕 오이디푸스 이야기, 그리고 간통한 남자와 함께 남편 아가멤논을 죽인 클리템네스트라를 아들 오레스테스가 살해하는 미케네 왕가의 비극. 이 두 소재는 고대 그리스 비극들 중에서도 가장 강렬하고 압도적인 내용일 것입니다. 고대 그리스 3대 비극 시인 모두는 이 미케네 왕가의 비극을 극작품으로 만들었습니다. 아이스킬로스의 [오레스티](B.C. 458년), 에우리피데스의 [엘렉트라](B.C. 413년), [이피게네이아], [오레스테스], 그리고 소포클레스의 [엘렉트라](B.C.410년)가 가장 늦게 발표되었죠. 이피게네이아, 엘렉트라, 크리소테미스는 모두 오레스테스와 남매간인 자매들입니다.
소포클레스의 이 복수극에서는 존속살해를 저지른 행위자 오레스테스보다는 고뇌하며 독백하는 엘렉트라, 클리템네스트라, 크리소테미스 이 세 여성이 더욱 중요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래서 연극사상 ‘최초의 여성극’으로 불리죠. 소포클레스는 복수의 행위 자체를 부각시키기보다는 등장인물들의 대화와 독백을 통해 ‘무엇이 인간을 존속살해로 이끄는가’ 하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언어란 과연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것일까? 오히려 진실을 가로막고 오해를 가중시켜 소통을 가로막는 것이 인간의 언어가 아닐까’ 하는 회의를 창작의 동력으로 삼았던 오스트리아 작가 후고 폰 호프만스탈(Hugo von Hofmannsthal, 1874-1929)은 1903년, 소포클레스의 [엘렉트라]를 토대로 한 희곡 [엘렉트라]를 발표합니다.
1905년 전위적인 오페라 <살로메>로 세계를 경악시켰던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Richard Strauss, 1864-1949)는 드레스덴 궁정극장 무대에 올릴 오페라를 위해 처음으로 작가 호프만스탈과 손을 잡았습니다. 자신이 이미 연극으로 만든 [엘렉트라]를 오페라의 소재로 제안한 쪽은 호프만스탈이었는데요, 슈트라우스는 다른 소재를 택하자고 오랫동안 호프만스탈을 설득했다는군요. [살로메]를 작곡하는 동안 너무나 진이 빠져, 이런 강렬한 소재를 또 작곡할 기력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호프만스탈의 집요한 설득에 슈트라우스는 결국 동의했고 두 사람은 최초의 공동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장미의 기사], [낙소스 섬의 아리아드네], [그림자 없는 여인], [아라벨라]에 이르기까지 약 25년간 두 사람은 독일어권 음악극 최고의 대본작가-작곡가 콤비였답니다.
엘렉트라 콤플렉스: 아버지를 죽인 어머니에게 복수하는 딸
1909년 1월 25일에 드레스덴에서 초연된 [엘렉트라]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트로이 전쟁 때 그리스 연합군 총사령관이었던 아가멤논 장군은 전쟁이 끝나고 10년 만에 집에 돌아오자마자 아내 클리템네스트라(메조소프라노)와 그녀의 정부 아이기스토스(테너)에게 칼과 도끼로 무참히 살해당합니다. 트로이를 치기 위해 그리스 선단이 출항할 때 바람이 불지 않자 총사령관인 아가멤논은 신들의 노여움을 풀기 위해 맏딸 이피게네이아를 제물로 바쳤고, 클리템네스트라는 자신의 명예와 위신을 위해 자식을 죽이는 남편에게 완전히 정이 떨어졌죠(다들 이피게네이아가 죽은 줄 알았지만 사냥의 여신이자 처녀들의 수호신인 아르테미스가 이피게네이아를 구해 타우리스 섬으로 데려갑니다). 그래서 남편이 전쟁에 나간 사이에 복수의 칼을 갈고 있었던 셈입니다.
그러나 엘렉트라는 그런 어머니를 이해하지 못하고 혐오합니다. 아버지의 죽음을 억울하게 여겨 복수를 벼르는 엘렉트라(소프라노)는 어머니와 그 정부가 어린 남동생까지 죽일까 봐 동생 오레스테스(바리톤)를 멀리 피신시킨 뒤, 어른이 되어 돌아올 날을 간절히 기다리죠.
성 밖에서 노숙을 하며 짐승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엘렉트라와 그녀에 대해 떠들어대는 여인들을 보여주며 오페라는 시작됩니다. 어머니 클리템네스트라는 엘렉트라 앞에 나타나 불면과 악몽에 시달리는 자신의 처지를 탄식하며 “온몸이 죽음을 외치지만 한번 앓지도 않는다”고 스스로를 비웃죠. 엘렉트라는 그런 어머니에게 독설을 퍼붓습니다.
오레스테스가 죽었다는 소문을 듣고 절망에 빠진 엘렉트라는 성 안에 사는 여동생 크리소테미스(소프라노)에게 ‘이제 오레스테스가 돌아올 희망이 사라졌으나 함께 아버지를 위해 복수하자’고 간곡하게 호소하지만, 여성으로 행복한 삶을 살고 싶은 크리소테미스는 언니의 청을 거절하죠. 그래서 엘렉트라는 혼자라도 이들을 죽이겠다고 결심합니다.
하지만 그때 오레스테스가 돌아옵니다. 성 안 사람들을 안심시켜놓고 그 틈에 복수를 결행하기 위해, 미리 사람을 보내 자신이 마상시합에서 말에 채여 죽었다는 헛소문을 퍼뜨린 것이었죠. 오레스테스와 누나 엘렉트라는 재회의 기쁨에 벅차게 포옹하지만, 엘렉트라는 “나는 죽은 존재나 다름없다”며 동생 앞에 수치심을 토로합니다. 오레스테스가 어머니와 그 정부를 죽였다는 소식을 크리소테미스가 성 밖으로 달려 나와 전해주자, 엘렉트라는 기쁨에 겨워 춤을 춥니다. “음악이 안 들리느냐고? 그 음악은 바로 내 안에서 나오고 있어.” 크리소테미스에게 이렇게 말한 엘렉트라는 ‘다들 말하지 말고 춤추라’고 외칩니다. 언어가 침묵할 때 몸짓은 영혼과 함께 날아오르는 것이죠.
표현주의의 불협화음과 극단적 낭만성의 공존
대본을 쓴 호프만스탈은 1903년에 희곡 [엘렉트라]를 집필하기 직전, 지크문트 프로이트와 요제프 브로이어의 공동저작 [히스테리 연구 Studien ueber Hysterie]를 읽었다고 합니다. 호프만스탈의 동시대인들은 이를 근거로 엘렉트라를 ‘정신병자’로 간주했지만, 사실 엘렉트라는 단순한 정신병리학적 차원을 뛰어넘는 주인공입니다. 아들이 어머니를 사랑하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는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에서, 그리고 딸이 아버지를 사랑하는 ‘엘렉트라 콤플렉스’는 이 [엘렉트라] 비극에서 비롯되었지요.
[살로메]에 이어 [엘렉트라]는 신음악 개벽기 특유의 표현주의적이고 대담한 불협화음, 그리고 극단적인 낭만주의의 서정성으로 심금을 울리는 패시지가 교차되는 독특한 작품입니다. “이 두 오페라(살로메와 엘렉트라)는 내 생애의 모든 작품 가운데 가장 독보적인 작품들이다. 나는 여기서 하모니의 극한, 심리주의적 폴리포니, 그리고 오늘날 청중의 청각적 수용능력의 극한까지 치달았다.” 슈트라우스는 훗날 그의 회고록 [관조와 회상]에 그렇게 적었습니다. 무조음악까지 시도했던 이들 작품에 비하면, 그 뒤에 조성음악으로 돌아간 [장미의 기사]는 명백한 퇴행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40대의 관악기, 트럼펫 7대, 바그너 튜바, 두 대의 하프, 첼레스타, 상당수의 타악기 등을 사용하는 이 작품은 대개 [살로메]와 비슷한 편성으로 연주됩니다. 100명이 넘는 연주자들이 오케스트라 피트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규모가 작은 극장에서는 공연이 어렵죠. 연주시간 1시간 40분 가량의 단막극입니다.
에른스트 폰 슈흐 지휘, 게오르크 톨러 연출의 드레스덴 초연 직후 슈트라우스는 관객의 반응을 보고 “이만하면 주목할 만한 성공”이라고 자평했지만, 평론가들은 “탈락!”이라고 프라하에 타전했다는군요. 그러나 이 작품은 1주일 후에 벌써 뉴욕에서 대성공을 거뒀고, 베를린과 뮌헨의 청중 역시 이 새로운 음악극에 열광했습니다. 이듬해인 1910년에는 토머스 비첨 경의 지휘로 런던 코벤트가든 오페라하우스에서 영어판이 공연되기도 했다는군요. 같은 해에 부다페스트, 프라하, 브뤼셀 공연에서도 이 작품은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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