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대란의 진짜 이유
러시아산 유연탄 수입이 막히면서 시멘트 대란이 현실화되었다.
현재 시멘트 재고량은 40만 톤. 건설 성수기 하루 출고량이 20만 톤인 것을 고려하면 이틀 치 물량만 남은 셈이
75%를 러시아에서 들여오던 유연탄은 시멘트 1톤을 생산하는 데 0.1톤이 필요하다.
그런데 미국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이유로 달러 결제망(SWIFT)에서 러시아를 퇴출하는 경제 제제를 가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달러 결제망에서 퇴출되면 러시아산 원유 및 가스 수입이 금지된다. 러시아는 미국의 금지 조치에 대응해 유연탄을 비롯해 모든 원자재 수출입을 제한해 버렸다.
지난 요소수 대란 때는 호주가 미국의 압력을 견디다 못해 중국에 석탄 수출을 중단하면서 발생했다.
결국 이번에도 미국이 우리 경제를 혼란에 빠뜨렸다. 하지만 한국 경제엔 더 큰 쓰나미가 밀려오고 있다.
반도체ㆍ전기차 대란까지?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경제제재가 계속될 경우 반도체와 전기차 등 수출 주력업종의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
반도체 공급망은 이미 장애가 조성됐다. 반도체 생산의 필수 자재인 네온가스 공급에 제동이 걸린 것.
국내 네온가스 물량 23%를 차지하던 러시아산은 수입이 막혔고, 중국은 작년 말 한 병(47L)에 200만 원 정도였던 네온가스를 최근 3500만 원, 17배까지 가격을 올려버렸다. 그런데 이마저도 코로나 재확산 때문에 중국이 수급 일정을 맞추기 어려워 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3개월 치 재고량은 확보한 상태”라고 하지만, 러시아산 수입을 재개하지 않는 한 시멘트 대란은 반도체로 이어질 전망이다.
중국이 네온가스 가격을 올린 이유는 미국이 한국과 일본 그리고 대만을 반도체 동맹으로 끌어들여 중국을 고립시키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복 차원의 성격이 강하다.
전기차 업계도 양상은 마찬가지.
전기차 핵심 부품인 리튬이온 배터리는 중국이 세계 생산량 2/3를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리튬이온의 주원료인 니켈, 코발트 등 금속 희토류 매장량의 25%가 러시아에 묻혀있다
이 때문에 중국과 러시아가 마음만 먹으면 전기차 배터리 가격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 지난 1년 동안 리튬 가격만 6배가 올랐다.
중국은 리튬이온 배터리 가격을 계속해서 올리고, 러시아는 지금 원자재 수출을 하지 않고 있다.
결국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장기화하고, 러시아에 경제제재를 가함으로써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한국경제의 도미노 대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신냉전과 러-중 전략동맹
미국은 중국에 이어 러시아까지 적으로 돌려세워 신냉전 체제를 구축했지만, 이 전략은 성공할 것 같지 않다.
많은 사람들은 미국이 경제제재를 가하면 러시아가 버티지 못하고 항복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오히려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해 미국과 맞서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물론 러시아도 미국의 제재가 고통스럽다. 하지만 원자재 수출 제한에 따른 서방의 고통도 그에 못지않다는 것을 러시아는 잘 알고 있다.
기름값이 점점 올라가고 인플레가 심해지면 유럽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이대로 11월까지 가면 미국 중간선거는 보나마나다. 이미 미국도 경유 가격 상승으로 물류수송이 어려워지고 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당장은 무기와 에너지 수출로 이익을 보는 것 같지만 조금만 더 가면 반도체도 전기차도 생산이 중단될 위기가 닥친다. 원자재를 팔지 않는데 미국인들 별수 없지 않은가.
특히 러시아와 중국은 지난 베이징 올림픽에서 두 정상이 만나 미국의 신냉전에 맞선 전략적 경제 동맹을 체결한 상태다.
러시아는 죽어도 혼자 죽지는 않겠다는 결심이다. 이미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 덕분(?)에 운명공동체가 돼버렸다. 결국은 미국의 패권을 무너뜨릴 때까지 손을 놓을 수 없다.
우크라이나 걱정할 때 아니다
하긴 지금 우리가 다른 나라 이야기를 할 만큼 한가한 처지는 아니다. 기름값, 밀가루값 등 소비자 물가가 치솟기 시작했고, GDP 대비 민간부채(가계부채+기업부채)는 2.2배에 달했다. 내일 당장 금융부실 폭탄이 터진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일은 아니다.
그러니 우크라이나 불쌍하다고, 안됐다고 호들갑 떨 시간 있으면, 다가올 핵폭탄급 경제위기나 대비하시라.